우리 말도 익혀야지

 (460) 그것 1


그러나 오늘날 선의 개념은 루소 시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알랭 리피에츠/허남혁·박지현-녹색 희망》(이후,2002) 19쪽


 루소 시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 루소 시대와는 다르다

→ 루소가 살던 때와는 다르다

 …



  이 보기글에 나오는 ‘그것’은 ‘선의 개념’을 가리킵니다. 영어라면 ‘it’이라는 낱말을 써서 이처럼 글을 쓸 텐데, 이 보기글은 영어 말투를 한국말로 잘못 옮기면서 그만 ‘it’을 ‘그것’으로 적습니다.


  영어를 처음 배울 적에는 ‘애벌 옮김(직역)’을 하면서 이 보기글처럼 적을 수도 있습니다. 낱말을 하나씩 따로 떼어서 옮기며 처음 외국말을 배우는 사람한테는 이 보기글 같은 글월로 이야기를 해야 하리라 느껴요. 그러나, 번역이나 통역이 되려면, ‘애벌 옮김’을 가다듬어서 한국 말투로 고쳐 주어야지요. 한국말에서는 ‘그것’을 써서 앞말을 받지 않습니다. 한국말에서는 ‘그것’이 없이 그대로 씁니다. 4338.11.11.쇠/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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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 착함이 무엇인지는 루소 시대와는 다르다

그러나 오늘날은 루소가 살던 때와 착함을 다르게 본다


‘선(善)’은 “1.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음 2. 도덕적 생활의 최고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善’은 “착할 선”입니다. 한국말로는 ‘착하다·착함’입니다. “선(善)의 개념(槪念)” 같은 말투는 일본 말투입니다. “착함이란 무엇인가”라든지 “착함이 뜻하는 이야기”처럼 한국 말투로 풀어서 새롭게 쓸 수 있기를 빕니다. “루소 시대(時代)”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루소 때”나 “루소가 살던 때”로 손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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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550) 그것 2


스푸트니크 2호 인공위성 발사 당시 그것에 개를 탑재한다는 통신을 들은 미국의 일부 자비스런 시민 중에서는

《유치환-나의 창에 마지막 겨울 달빛이》(문학세계사,1979) 215쪽


 인공위성 발사 당시 그것에 개를 탑재한다는

→ 인공위성을 쏠 무렵 여기에 개를 태운다는

→ 인공위성을 쏠 즈음 그곳에 개를 태운다는

→ 인공위성을 쏠 적에 이곳에 개를 태운다는

→ 인공위성을 쏠 때에 거기에 개를 태운다는

 …



  한국말을 돌아봅니다. “된장찌개를 끓을 적에 그것에 고추장을 조금 넣으면 더 맛있어”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버스를 탈 때에 그것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을까”처럼 말하지 않아요. ‘그것’을 써야 알맞을 만한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자리에서 어설피 불거지고 만 얄궂은 말투를 말끔히 털 수 있기를 빕니다. 4339.5.10.물/4348.3.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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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 2호 인공위성을 쏠 무렵 여기에 개를 태운다는 얘기를 들은 마음 넓은 몇몇 미국사람 가운데에서는


“인공위성 발사(發射) 당시(當時)”는 “인공위성을 쏠 무렵”이나 “인공위성을 쏠 즈음”으로 다듬고, “개를 탑재(搭載)한다는”은 “개를 태운다는”으로 다듬으며, ‘통신(通信)’은 ‘얘기’로 다듬습니다. ‘일부(一部)’는 ‘몇몇’으로 손질하고, “자비(慈悲)스런 시민(市民) 중(中)에서는”은 “마음 넓은 사람 가운데에서는”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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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552) 그것 3


그러면 사랑은 어디서 왔읍니까? 그것은 현장에서 왔읍니다. 강도를 만나 얻어터지고 털리고 죽음을 기다리며 쓰러져 있는 행인이 있는 바로 그 현장에서 왔읍니다

《문익환-통일은 어떻게 가능한가》(학민사,1984) 257쪽


 그것은 현장에서 왔습니다

→ 바로 이곳에서 왔습니다

→ 바로 이 자리에서 왔습니다

→ 바로 여기에서 왔습니다

 …



  이 보기글을 보면 뒤쪽에 “바로 그 현장”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앞쪽에서는 “그것은 현장에서”처럼 적고 맙니다.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스스로 알기는 하되, 제대로 가다듬지 못한 셈입니다. “그것은 현장에서 왔습니다”가 아니라 “바로 현장에서 왔습니다”로 적으면 됩니다. 그런데, ‘현장’이라는 한자말은 ‘이곳’이나 ‘바로 이곳’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바로 현장에서 왔습니다”로 손질했어도 다시 한 번 손질해서 “바로 이곳에서 왔습니다”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뒤쪽에 나오는 “바로 그 현장”은 “바로 그곳”이나 “바로 그 자리”로 고쳐씁니다. 4339.5.16.불/4348.3.3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러면 사랑은 어디서 왔습니까? 바로 이곳에서 왔습니다. 강도를 만나 얻어터지고 털리고 죽음을 기다리며 쓰러진 사람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왔습니다


“쓰러져 있는”은 “쓰러진”으로 손보고, ‘행인(行人)’은 ‘사람’으로 손봅니다. ‘현장(現場)’은 ‘이곳’이나 ‘바로 이 자리’나 ‘바로 그곳’이나 ‘그 자리’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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