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69) 부락/자연부락 (ぶらく, 部落, ひさべつぶらく, 被差別部落)
나라 안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모든 마을들을 내 발걸음으로 찾아보고 적어도 하룻밤씩은 머물고 싶다는 것이었다 … 그 꿈은 다시 한 번 우리 나라의 모든 자연부락들을 찾아보고 그 마을들의 삶과 사랑과 꿈의 생채기를, 그 기침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곽재구-참 맑은 물살》(창작과비평사,1995) 121∼122쪽
우리 나라의 모든 자연부락
→ 우리 나라 모든 마을
이 보기글을 가만히 보면 ‘마을’이라는 낱말을 쓰면서 ‘자연부락’이라는 낱말도 함께 씁니다. 시골마을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자연부락’이나 ‘부락’이라는 낱말을 쓰니까, 글쓴이도 이 말을 따라서 쓸는지 모르고, 어쩌면 글쓴이가 스스로 이런 말을 먼저 쓸는지 모릅니다.
일본말사전에서 ‘部落’을 찾아보면 “부락, 촌락, 취락”으로 풀이를 합니다. ‘部落’을 ‘부락’으로 풀이하니, 일본말사전도 참으로 엉뚱합니다. 이는 말풀이도 번역도 아니니까요. ‘thank you’를 ‘쌩큐’나 ‘땡큐’로 적는다면, 이는 말풀이도 번역도 아닙니다. 그리고, ‘촌락(村落)’이나 ‘취락(聚落)’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이런 말마디는 한국사람이 쓰지 않습니다. 일본사람이 쓰고, 더러 중국사람도 쓸 테지요.
ぶらく(部落)
1. 부락, 촌락, 취락(= 集落)
- 山間さんかんの部落ぶらく
2. → ひさべつ(被差別)ぶらく
ひさべつぶらく(被差別部落) : 피차별 부락(江戶 시대에 최하층 신분이었던 ‘えた’ ‘非人’ 등의 자손이, 법령상 신분은 해방되었으면서도, 아직 사회적으로 차별·박해를 받아 집단적으로 살고 있는 곳. (= 部落·未解放部落)
한국말은 ‘마을’입니다. 한국사람은 먼 옛날부터 ‘마을을 이루며’ 삽니다. 마을은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나랏님이 마을을 지으라고 해서 마을을 짓지 않아요. 사람들이 스스로 저마다 보금자리를 지어서 가꾸기에, 이러한 보금자리가 하나둘 모여서 저절로 마을이 됩니다.
마을은 저절로 생깁니다. 마을은 스스로 생깁니다. 마을은 저절로 이룹니다. 마을은 스스로 이룹니다.
한국과 이웃한 일본에서는 ‘部落’을 ‘ぶらく(부라쿠)’로 읽습니다. 그리고, 이 일본말은 일제강점기에 한국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일본사람은 왜 한국에 이 일본말을 퍼뜨렸을까요? 일본에서는 ‘ぶらく(부라쿠)’를 ‘ひさべつぶらく(被差別部落)’와 같은 자리에서 썼어요. 일본에서는 ‘피차별부락’이 있고, ‘부락해방운동’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에 널리 있는 ‘마을’을 짓밟으면서 괴롭히려는 뜻으로 이런 ‘부라쿠(ぶらく, 部落)’를 한국에 끌어들여서 퍼뜨립니다. ‘村落’이나 ‘聚落’은 무엇일까요? 이런 낱말은 한국에 있는 마을을 ‘학술조사’를 하면서 퍼뜨립니다.
집 . 마을 . 고을 . 고장 . 시골
한국사람이 쓰는 말을 제대로 짚어야 합니다. 먼저 ‘집’이 있습니다. 저마다 ‘집’을 이루어 살림을 가꿉니다. 집이 모여서 ‘마을’이 됩니다. 마을이 모이면 ‘고을’이 됩니다. 고을이 모이면 ‘고장’이 됩니다. 여러 고장은 저마다 흙을 일구면서 손수 삶을 짓는 터전입니다. 이리하여 이 모두를 크게 아울러서 ‘시골’이라 합니다. ‘시골’이라는 낱말은 사람들이 손수 삶을 짓는 터전을 가리키고, 더 크게 헤아리면 옛날에 사람들이 ‘지구별’을 바라보면서 쓰던 낱말입니다. 숲과 들과 봉우리와 골짜기와 냇물이 골고루 어우러진 곳을 ‘시골’이라는 낱말로 가리켰거든요. 문학을 하거나 학문을 하는 모든 분들이 한국말을 잘 살펴서 알맞게 가려쓸 수 있기를 빕니다. 4348.3.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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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에 저절로 생긴 모든 마을들을 내 발걸음으로 찾아보고 적어도 하룻밤씩은 머물고 싶다는 꿈이었다 … 그 꿈은 다시 한 번 우리 나라 모든 마을들을 찾아보고 그 마을과 얽힌 삶과 사랑과 꿈이 스민 생채기를, 그 기침소리를 듣고 싶다는 마음이다
“자연적(自然的)으로 형성(形成)된”은 “저절로 생긴”이나 “저절로 이루어진”이나 “스스로 이루어진”으로 손보고, “싶다는 것이었다”는 “싶다는 꿈이었다”로 손봅니다. “우리 나라의 모든”은 “우리 나라 모든”으로 손질하고, “그 마을들의 삶과 사랑과 꿈의 생채기”는 “그 마을과 얽힌 삶과 사랑과 꿈이 스민 생채기”로 손질하며, “듣고 싶은 것이다”는 “듣고 싶은 마음이다”로 손질해 줍니다.
부락(部落) : 시골에서 여러 민가(民家)가 모여 이룬 마을. 또는 그 마을을 이룬 곳. ‘마을’로 순화
- 이웃 부락에서는 매달 5일에 장이 선
자연부락(自然部落) : 취락(聚落)으로서 한 무리를 이루고, 사회생활의 기초 단위가 되는 촌락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