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68) 비밀


바다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콸콸콸 누가 수도꼭지를 틀어 놓아서 생긴 걸까? 궁금하지? 내가 이제부터 그 비밀을 말해 줄게

《장 뒤프라/조정훈 옮김-바다가 생겼대》(키즈앰,2012) 5쪽


 이제부터 그 비밀을 말해 줄게

→ 이제부터 그 수수께끼를 말해 줄게

→ 이제부터 수수께끼를 말해 줄게

→ 이제부터 숨은 얘기를 해 줄게

→ 이제부터 그 숨겨진 얘기를 해 줄게

 …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오늘날 사람들은 ‘비밀’이라는 낱말을 무척 널리 씁니다. 어른도 아이도 이 낱말을 아주 널리 씁니다. 그런데, ‘비밀’은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낱말을 한국사람이 쓴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우리 삶자락에 이 낱말이 스며든 지는 그야말로 얼마 안 됩니다.


 비밀이 탄로 나다

→ 숨긴 일이 드러나다

→ 감춘 것이 알려지다

 비밀을 누설하다

→ 숨긴 일을 드러내다

→ 감춘 것을 흘리다

 절대 비밀이니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 꼭꼭 숨겨야 하니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 꼭 감추어야 하니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비밀’은 두 가지를 뜻한다고 합니다. 첫째는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숨긴 일’이나 ‘감춘 것’을 한자말로 옮겨서 ‘비밀’이 됩니다. 둘째는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수수께끼’를 한자말로 옮겨 ‘비밀’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에서 ‘수수께끼’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복잡하고 이상하게 얽혀 그 내막을 쉽게 알 수 없는 것”으로 풀이합니다. 어렵게 풀이말을 달았구나 싶은데, ‘비밀’ 말풀이와 같구나 하고 느낄 만합니다.


 우주의 비밀 → 우주 수수께끼

 뇌의 비밀 → 뇌 수수께끼

 피라미드의 비밀 → 피라미드 수수께끼


  꼭 오래된 낱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널리 쓰는 낱말도 얼마든지 쓸 만합니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과 얽힌 수수께끼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오랫동안 누구나 즐겨쓰던 낱말이 어느 날부터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다면, 왜 이렇게 되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어떤 낱말이 툭 불거져서 널리 퍼진다면, 왜 이렇게 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비밀’이라는 한자말이 오늘날처럼 널리 쓰이기 앞서 “우주 수수께끼”라고 말했습니다. “별 수수께끼”라든지 “지구 수수께끼”처럼 말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우주 비밀”이라고도 않고 “우주의 비밀”이라면서 ‘-의’까지 사이에 넣어서 말합니다. 왜 이런 말투가 갑작스레 널리 퍼졌을까요?


  수수께끼는 어렵지 않습니다. ‘-의’를 붙이는 말투는 일본 말투입니다. “우주의 비밀”이라는 말투는 “宇宙の秘密”과 같이 일본사람이 쓰는 말투를 껍데기만 한글로 옮겼습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뇌의 비밀”이나 “피라미드의 비밀” 같은 보기글도 일본사람이 쓰는 말투를 고스란히 ‘한글 껍데기로만 옮긴’ 말투입니다.


  한자말 ‘비밀’을 쓰든 영어 ‘미스테리’를 쓰든 다 괜찮습니다. 다만, 한국사람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언제나 ‘수수께끼’라는 낱말을 쓰면서 생각을 주고받거나 키우거나 갈고닦았다는 대목을 잊지 않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8.3.2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바다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콸콸콸 누가 물꼭지를 틀어 놓아서 생겼을까? 궁금하지? 내가 이제부터 수수께끼를 말해 줄게


‘수도(水道)꼭지’는 ‘물꼭지’로 손질하고, “생긴 걸까”는 “생겼을까”로 손질합니다.



비밀(秘密)

1.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

   - 비밀이 탄로 나다 / 비밀을 누설하다 / 절대 비밀이니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2.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

   - 우주의 비밀 / 뇌의 비밀 / 피라미드의 비밀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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