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61) 진짜 1


진짜 못 말릴 녀석이구만. 넌 지난 6년 동안 뭔가 하나라도 배운 게 없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게냐

《모리모토 코즈에코/이지혜 옮김-개코형사 ONE코 9》(대원씨아이,2015) 73쪽


 진짜 못 말릴 녀석이구만

→ 참 못 말릴 녀석이구만

→ 아주 못 말릴 녀석이구만

→ 끔찍히 못 말릴 녀석이구만

→ 바보처럼 못 말릴 녀석이구만

 …



  나는 어릴 적에 ‘진짜·가짜’라는 낱말은 올바르지 않으니 쓰지 말라는 소리를 으레 들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어린 우리가 이런 말을 쓰면 낯을 찡그리면서 ‘참·거짓’으로 바로잡으라고 이르셨고, 학교(국민학교)에서도 ‘참·거짓’으로 쓰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흐르는 동안 ‘참·거짓’으로 쓰라고 말하는 어른은 차츰 사라져서 이제 거의 안 보이고, 요즈음 어른들은 그냥 ‘진짜·가짜’라는 낱말을 널리 씁니다.


  이 보기글에 나오는 “‘진짜’ 못 말릴 녀석”은 ‘= 진짜로’를 가리키는데, ‘진짜로’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으로”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진짜로’는 ‘참으로’로 바로잡을 낱말인 셈입니다. 또는 ‘참말로’나 ‘꾸밈없이’나 ‘거짓없이’로 바로잡을 만합니다. 흐름에 따라 ‘참·아주·매우·몹시’나 ‘끔찍히·대단히·그지없이’로 손볼 수 있습니다.


 영화가 진짜 지루하다

→ 영화가 참 따분하다

→ 영화가 매우 지겹다

 너 진짜 혼자서 집에 갈 거니

→ 너 참말 혼자서 집에 가니

 진짜 무지무지하게 아프다고요

→ 참말 무지무지하게 아프다고요

→ 거짓말 아니고 무지무지하게 아프다고요


  한편, ‘진품(眞品)’을 가리킨다는 ‘진짜’가 있습니다. ‘진품’은 “진짜인 물품”을 뜻한다는데, ‘진짜 1’ 말풀이를 보면 “본뜨거나 거짓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참된 것”으로 나옵니다. 다시 말하자면, ‘참된 것’이나 ‘거짓이 아닌 것’으로 써야 할 말을 ‘진짜’라는 낱말로 쓰는 셈입니다.


 진짜 도자기 → 참 도자기 / 참것인 도자기

 진짜 보석 → 참 보석 / 참것인 보석

 이 위조지폐는 진짜 같다 → 이 거짓돈은 그럴듯하다


  곰곰이 생각하면, 도자기나 보석이라면 모두 도자기나 보석이지, 도자기나 보석이 아닌 것은 없습니다. ‘진품·위조품’을 가린다든지 ‘진짜·가짜’를 나눈다고 한다면, ‘참된 것·시늉인 것(흉내낸 것)’을 따지려는 뜻이지 싶습니다.


  한국말사전을 더 찾아보면 1940년대 《조선어사전》(문세영 엮음)에는 ‘진짜·가짜’가 안 실립니다. 1957년에 나온 《큰 사전》(한글학회 엮음)부터 비로소 이 낱말이 실립니다. ‘-짜’라는 말끝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 길은 없는데, 비슷한 얼개로 ‘공짜(空-)’가 있고, 이 낱말은 1940년대 한국말사전에도 나옵니다.


  곰곰이 살피면 ‘眞’이든 ‘假’이든 ‘空’이든 한자이고, 이러한 한자는 한국사람이 처음부터 쓰지 않았습니다. ‘진짜·가짜·공짜’가 쓰인 햇수는 아주 짧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자를 앞에 붙인 낱말’이 널리 퍼진 때는 일제강점기입니다. 일본사람이 쓰던 말투가 일제강점기에 물결처럼 밀려들어서 퍼졌고, 이 말투는 해방이 끝난 뒤에도 좀처럼 가시지 않았어요. 마흔 해 가까이 일본말과 일본 말투에 길든 탓에 ‘진짜·가짜·공짜’ 같은 말투는 사그라들 줄 모릅니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닌 1980년대 무렵에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어른이 매우 많았고, 이분들 가운데 ‘일본 말투’나 일본말을 몹시 못마땅해 하는 분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무렵에는 ‘진짜·가짜’뿐 아니라 ‘공짜’ 같은 말을 아이들이 쓰면 크게 나무라면서 ‘참·거짓’이나 ‘거저’로 바로잡으라고 이르셨구나 싶어요.


  “이 보석은 진짜냐 가짜냐?” 같은 말은 “이 보석은 참이냐 거짓이냐?”라든지 “이 보석은 참것이냐 거짓것이냐?”로 손볼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참것’이라는 낱말을 때와 곳에 알맞게 쓸 수 있기를 빕니다. ‘참것’과 맞물려 ‘거짓것’이라는 낱말도 새롭게 지어서 쓸 만합니다. 4348.3.24.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참 못 말릴 녀석이구만. 넌 지난 여섯 해 동안 뭔가 하나라도 못 배운 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느냐


‘6년(六年)’은 ‘여섯 해’로 손보고, “배운 게 없이”는 “못 배운 채”로 손봅니다. “못했던 게냐”는 “못했느냐”로 손질합니다.



진(眞)짜

1. 본뜨거나 거짓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참된 것

   - 진짜 도자기 / 진짜 보석 / 이 위조지폐는 진짜 같다

2. = 진짜로

   - 영화가 진짜 지루하다 / 너 진짜 혼자서 집에 갈 거니 /

     진짜 무지무지하게 아프다고요

진(眞)짜로 :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으로

   - 진짜로 따분하다 / 진짜로 웃고 있었다 / 진짜로 죽어 버리고 말았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62) 진짜 2


그 코를 깍, 깨물었지요. 진짜로 형인가 보려고요

《모리스 샌닥/서남희 옮김-나의 형 이야기》(시공주니어,2013) 28쪽


 진짜로 형인가 보려고요

→ 참으로 형인가 보려고요

→ 참말 형인가 보려고요

→ 형이 맞는가 보려고요

→ 형인지 아닌지 보려고요

 …



  요새는 “놀러갈까?” “진짜?” “그래, 진짜.”와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예전에는 “놀러갈까?” “참말?” “그래, 참말.”과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습니다. 훨씬 더 옛날에는 ‘진짜’라는 낱말을 쓰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 ‘참·참말·참으로’라는 낱말을 알맞게 썼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참·참말·참으로’ 가운데 하나를 넣으면 됩니다. 또는 “형이 맞는가”나 “형이 맞는가 아닌가”처럼 쓰면 됩니다. 4348.3.2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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