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롭게 고쳐쓰는 글
지난해에 마무리지은 글꾸러미를 이달 첫머리에 모조리 고쳐썼는데, 지난 이레에 걸쳐 다시 새롭게 몽땅 고쳐썼다. 마무리를 지었다고 여긴 글꾸러미를 모조리 고쳐쓰면서 눈알이 핑핑 돌았지만, 글손질을 하는 동안 즐거웠다. 이렇게 모조리 고쳐쓴 글꾸러미를 새삼스레 몽땅 고쳐써야 하다 보니 이제는 눈알이 빙글빙글 돌던데, 지난 이레 동안 참으로 신나게 글손질을 했다.
두 차례 크게 고쳐쓰기를 했는데, 한 번 더 고쳐쓰기를 해야 할까? 아니면 이제 교정과 교열만 보면 될까? 책 한 권이 태어나기까지 글쓴이(작가)와 펴낸이(출판사)가 얼마나 돌려읽기를 하면서 어느 만큼 고쳐쓰기를 하는지 읽는이(독자)는 잘 모르리라 본다. 다만, 빗대어 어림할 수 있다. 이를테면 차례상을 올리는데, 글종이(지방)를 새롭게 붙인다고 해서 차례상을 몽땅 새로 올리는 셈이다. 3대에 이르는 차례를 지낸다면 차례상을 세 차례 모조리 새로 올리도록 하던 옛날 양반님들 상차림처럼 글꾸러미를 고쳐쓴 셈이다.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