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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 춤의 영혼을 지닌 여자, 신지아 이야기, 2014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신지아 지음 / 샨티 / 2014년 2월
평점 :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07
바람을 마시며 걷는 들길에서
―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신지아 글
샨티 펴냄, 2014.2.3.
아이들과 대숲을 걷습니다. 드넓은 대숲까지는 아니고 조그마한 대숲입니다. 바람이 조용한 날인데 대숲을 걸으며 댓잎이 바스락바스락 서로 부딪히면서 소리를 냅니다. 나는 이 댓잎 소리를 대나무가 우리를 반기는 노랫말로 듣습니다. 우리가 모처럼 이곳에 왔구나, 요 한동안 뜸했지? 마음으로 대나무한테 말을 겁니다. 대나무는 다시 바스락바스락 잎사귀를 흔들면서 노래합니다.
대숲 안쪽에 동백나무가 있습니다. 문을 닫은 지 스무 해 가까이 된 시골 초등학교 둘레는 조그맣게 숲을 이룹니다. 나는 아이들과 이곳에서 책터(도서관)를 꾸립니다. 낡은 건물에 책과 책꽂이를 놓았고, 대숲 사이를 걷거나 풀밭을 밟으면서 우리 책터로 마실을 다닙니다. 문을 닫은 지 오래된 시골 초등학교라서, 이곳에 있는 나무는 어떤 사람 손길도 타지 않으면서 그대로 자랍니다. 나뭇줄기 목아지를 치는 사람이 없고, 꽃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무는 언제나 나무답게 하늘을 바라보면서 줄기를 올리고, 해마다 알맞춤한 철이 되면 곱다라니 꽃봉오리를 터뜨립니다.
대숲 안쪽에서 자라는 동백나무에 동백꽃이 소담스럽습니다. 동백잎도 매우 보드랍고 맑습니다. 이제껏 이 시골에서 수많은 동백나무를 보았는데, 이토록 곱고 보드라운 동백잎은 처음으로 봅니다. 아마 사람 손길이며 눈길을 거의 안 탄 동백나무는 드물 테니까, 그저 나뭇결대로 싱그러이 숨쉬는 동백잎이나 동백꽃을 보기 어렵겠지요.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보는 동백꽃은 참 동백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리저리 가지가 잘리고 줄기가 끊기면서 아파서 끙끙거리는 동백꽃만 보았을 수 있습니다.
..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고 자유롭기 위해 태어났을 텐데 실제로는 아픔이나 괴로움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사는 경우가 많다 … 이제야 내가 얼마나 조율이 안 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소리를 내면 낼수록 내 속에 화가 많이 쌓여 있다는 게 느껴졌다 … 나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였고 내가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마침내 코코넛 속처럼 순수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실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한갓 욕심이요 본능적인 열등감의 반영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너무 달고 향이 부족하다니, 그것은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언젠가는 차이도 잘 만들 수 있기를 바랐지만, 동시에 나 또한 적당한 단맛과 은은한 향기로 가득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 (27, 33, 34, 219쪽)
아이들과 우리 책터 둘레에 옮겨심은 나무에서도 겨울눈이 터지려고 합니다. 아직 이 나무 이름을 모릅니다. 처음에는 마을 어귀에서 자라던 나무이지만, 군청에서 마을마다 정자를 하나 세워 준다면서, 그동안 잘 자라던 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길바닥에 버렸습니다. 제법 크게 자란 나무가 너무 안쓰럽고 안타깝기에, 아이들과 함께 수레에 싣고 우리 책터 둘레에 심었어요.
잘 자라렴, 이곳에서 느긋하게 뿌리를 내리렴, 이곳에서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높이높이 솟으렴, 하고 늘 말을 겁니다. 이제 이 나무는 씩씩하게 뿌리를 내려서 겨울눈을 터뜨리려 하는구나 싶습니다. 우리 손길을 받고, 우리 마음길과 이어지면서, 우리 사랑길하고 하나가 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구나 싶어요.
살그마니 겨울눈을 쓰다듬습니다. 살짝 입술을 댑니다. 어떤 나무이든 다 그러한데, 살그마니 쓰다듬거나 가만히 입술을 대면, 나뭇줄기가 파르르 떠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요. 도시 한복판에 있는 거리나무도, 목아지가 뎅겅 잘라셔 슬피 우는 나무도, 우리가 곁에 다가가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만히 안아 주면 파르르 몸을 떨면서 노래를 해요.
.. 무용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눈물과 땀 속에서 견뎌낸 숱한 시련들은 그 순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 춤은 언제 이렇게 나를 귀하고 아름답고 자유롭게 변신시켰는가 … 생각이 없었고, 생각할 수도 없었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이대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속에 또 눈이 있었다. 그 눈이 바라보는 것은 이미 다른 것이었다 …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할머니가 나를 데리고 절에 다니셨고, 그것 때문에 엄마와 불화가 생긴 일이다. 그래도 할머니는 나를 지리산에 데려간 적도 있었다. 할머니는 지리산에서 천체를 읽는 공부를 하셨다고 했다. 별을 보면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 (44, 58, 66, 79쪽)
바람이 붑니다. 봄바람은 상큼한 봄내음을 가득 안고 찾아옵니다. 이 봄바람을 느끼면서 아침에 빨래를 하고, 빨래를 마친 뒤 마당에 옷가지를 넙니다. 고운 볕과 상큼한 바람은 옷가지마다 골고루 스밉니다. 보송보송 마르는 동안 새로운 숨결이 옷가지마다 깃드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먼 옛날부터 이 땅 어버이는 하늘을 보면서 빨래를 했을 테고, 해와 바람을 살피면서 옷을 널었을 테며, 아이들은 해와 바람 내음이 그득 밴 옷을 기쁘게 입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봄에는 봄에 젖어드는 옷이요, 여름에는 여름에 감겨드는 옷이며, 가을에는 가을이 스며드는 옷이고, 겨울에는 겨울이 파고드는 옷입니다.
마당에 가만히 서서 볕과 바람을 누릴라치면 으레 새가 나무에 앉아서 지저귑니다. 마당에 선 우람한 후박나무는 우리 마을을 지나가는 새들이 으레 쉬는 자리입니다. 온갖 새가 후박나무 우듬지에 앉아서 한참 노래합니다. 우리 집 위쪽으로 지나가는 전깃줄에 앉아서도 노래하고, 우리 집 헛간 지붕에 앉아서도 노래하며, 우리 집 뒤꼍 모과나무나 감나무나 매화나무 꼭대기에 앉아서도 노래합니다.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면, 언제나 소릿결이 다릅니다. 사람이 읊는 말도 똑같은 적이 없이 늘 다르고, 새가 지저귀는 노래도 똑같은 때가 없이 언제나 다릅니다. 새마다 노랫소리가 다릅니다. 철마다 노랫결이 다릅니다. 아침저녁으로 노랫마디가 다릅니다.
.. “꽃을 보고 풀 냄새를 맡고, 하늘을 가슴에 안고 낮잠을 자면 너무나 좋아요. 학교 가기 싫은 것이 돈 건가요?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요. 저는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재미없어요. 나한테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말을 안 한다고 야단치고, 그리고 왜 나만 여기(정신병원) 있는 거죠?” … 내가 가진 육체로 무얼 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그 몸으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니! 가슴이 절로 뛰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내 몸을 느껴 보았다. 몸이란 것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순간 내 몸이 벼락에 맞아 찌릿찌릿 금이 가는 느낌이었다 … “내 기억에 나는 이 땅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비자 신청을 받아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를 보세요. 나는 전생에 인도인이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나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 (85, 99, 138쪽)
신지아 님이 쓴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샨티,2014)를 읽습니다. 한국에서 바알간 살결을 입고 태어난 신지아 님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보다 인왕산을 사랑했고, 학교를 마친 뒤에 인도로 건너가서 춤을 사랑했으며, 다시 여러 나라를 두루 돌면서 새로운 꿈을 사랑합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신지아 님 살결을 놓고 수술을 해야 한다느니 옷으로 가려야 한다느니 말했다는데, ‘빨강’이라는 빛깔은 여느 빛깔이 아닙니다. 타오르는 사랑이 빨강이요, 꽃이 지면서 맺는 수많은 열매가 빨강이며, 풀과 나무가 맺는 수많은 꽃이 빨강입니다. 우리 몸을 타고 흐르는 핏물이 빨강이고, 말괄량이 삐삐나 푸른지붕 앤도 머리카락이 빨강이에요.
빨강이라는 빛깔은 우리를 살리는 숨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따뜻하면서 넉넉하게 새로 태어나도록 북돋우는 빛깔이 바로 빨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두 눈을 고정하고 집중해서 바라보면 대상도 내게 반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춤이란 생각이 아니고 움직임이란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움직임에 몸을 맡기면 저절로 생성되는 에너지가 춤이라는 것을 그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 내 삶을 통해서 내 몸과 마음 그 자체가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 그것이 내가 갖고 싶은 다이아몬드였다 … 그날 이후로 벌레 소리 말고도 들리는 모든 소리에 심장의 리듬을 맞춰 보는 놀이를 했다. 개들의 울음소리, 사람들이 내는 온갖 소음에도 심장의 리듬을 맞췄다. 그러고 나니 세상이 온통 리듬으로 구성된 완벽한 오케스트라라는 느낌이 들고, 세상에 시끄러운 소리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 (97, 143, 178. 222쪽)
즐겁게 부는 바람을 쐬는 사람은 즐겁습니다. 신나게 부는 바람을 쐬는 사람은 신납니다. 이리하여, 즐거운 바람이 감도는 보금자리에서는 누구나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워요. 신나는 바람이 넘치는 일터에서는 저마다 신나게 일해요.
바람이 기운을 빚습니다. 바람 따라 기운이 달라집니다. 그러면, 바람은 어디에서 일어날까요. 바람은 왜 일어날까요.
내가 읊는 한 마디에서 바람이 새로 솟습니다. 내 말 한 마디가 맑은 바람이 되기도 하고, 슬픈 바람이 되기도 하며, 아픈 바람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너한테 띄우는 말 한 마디는 바람을 타고 훨훨 날면서 온누리에 새로운 빛으로 스며듭니다. 그러니, 내 입에서 나오는 말마디는 바로 내 삶을 바꾸는 말이요, 내 삶을 새로 짓는 말입니다.
춤을 출 적에도, 빵을 구울 적에도, 빗물로 촉촉히 젖은 들길을 걸을 적에도, 아득하게 높은 곳에 있는 커다란 못물을 만날 적에도, 우리는 언제나 바람과 함께 새로운 기운을 느낍니다. 바람은 이야기꾼입니다. 바람은 개구쟁이입니다. 바람은 장난꾸러기요 말괄량이입니다. 바람은 마법사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도록 도와주고, 바람은 들판에서 온갖 곡식이 알뜰히 익도록 돕습니다.
내 춤사위는 바람결이 되어 퍼집니다. 내 노랫마디는 바람소리가 되어 흐릅니다. 내 몸짓은 바람이 짓는 웃음이고, 내 말마디는 바람이 베푸는 선물입니다.
.. “저는 오늘을 살고 있어요. 오늘만 생각해요.” … 무용 너머의 다음 단계를 바라보는 느낌이었고, 가야 할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떨리는 마음 밑으로 벌써 무의식이 진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 내 영혼은 자유롭게 과거의 시간으로 가고 있는 듯했다. 육체를 갖기 이전의 영혼이, 바람이나 안개처럼, 아니 마치 솜사탕 기계에서 올라오는 하얀 솜뭉치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회전하고 있었다. 언어는 없었지만,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다 … “저는 지아라는 아주 작은 행성입니다. 저 또한 우주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름답고 자유롭고 또한 항상 변화하는 제가 이 자리에서 행성 신들 앞에 꽃과 향을 바칩니다. 우주의 에너지로부터 보호를 받고 싶습니다. 두려움을 완전히 떨칠 수 있도록.” .. (184. 269, 270∼271, 277쪽)
신지아 님은 스스로 삶을 지으려 합니다. 남이 이끄는 삶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신지아 님은 스스로 마음소리를 들으려 합니다. 남이 읊는 말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어떤 스승한테서 춤사위를 배우더라도 스승을 곧이곧대로 따라가는 춤사위가 아니라, 춤사위에 깃든 넋과 빛과 고요를 함께 바라봅니다. 길을 걷고 아이를 낳으며 밭을 일구고 빵을 구울 적에도 어떤 틀에 박힌 흐름이 아니라, 스스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자리로 나아가도록 다스립니다.
‘자유’란 무엇일까요. 한자말 ‘자유’를 한국말로 옮기면 ‘홀가분’입니다. 홀가분한 몸짓이 바로 ‘자유로운’ 몸짓이요, 홀가분한 넋이 바로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그러면 ‘홀가분하다’는 무엇일까요. 한국말 ‘홀가분하다’는 “홀로 가볍다”를 나타냅니다. 혼자 똑 떨어지기에 가볍지 아닙니다.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서 가볍습니다. 손수 삶을 지을 수 있기에 가볍습니다. 손수 삶을 짓는 나날을 늘 누리니, 하늘을 가르는 새처럼 가볍게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며 웃습니다.
.. “네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결혼은 지나간 공연에 불과해. 내가 너처럼 바뀌길 바라는 거야? 격 없는 히피로? 내가 아는 히피란 자유롭게 산다는 건데, 타락하는 것과 자유로운 것은 구분해야 되지 않겠어? … 우리 몸은 우리의 신전이야. 귀하게 여기고 깨끗하고 소중하게 다뤄 줘. 신을 모시는 장소니까.” … 우리는 아이의 탯줄을 땅에 묻고 작은 나무를 심으며 (첫째 아이) 아루나의 탄생을 감사했다 … 병원을 나와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갓다. (둘째 아이) 고빈다를 껴안은 채 말했다. “고빈다, ‘나는 빛이다. 나는 사랑이다. 나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영혼이다’ 따라해 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니 심장의 소리로 고빈다가 소리를 내었다 .. (280, 294, 330쪽)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해서 홀가분하거나 자유롭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릅니다. 내 삶을 스스로 바라보는 눈길이 없다면, 스스로 하려는 길대로 가지 않고, 이리저리 휩쓸리니, 이런 몸짓은 ‘하고 싶은 대로’가 아닙니다.
‘마음대로’ 한다고 해서 홀가분하거나 자유롭다고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내 사랑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마음대로’라고 할 수 없어요. 내 마음을 스스로 알지 못하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나 놀이란 없습니다.
삶을 스스로 짓고, 삶을 스스로 바라보며, 삶을 스스로 알 때에, 비로소 ‘마음’을 찾아서, 이 마음에 내 꿈을 씨앗으로 심습니다. 내 마음에 내 꿈을 지어서 생각이라는 씨앗으로 심기에, 내 마음대로 어떤 일이든 아름답게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스스로 서야 합니다. 마음대로 하고 싶다면 손수 하루를 지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스스로 아름답게 서는 일이고, 마음대로 누리는 놀이는 스스로 사랑스레 춤추는 몸짓입니다.
.. 내 존재가 참으로 신비하고 아름답다고 읊조리면서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축축해진 잔디밭을 하염없이 걸었다 … 보석을 찾기보다는 스스로 보석이 되기로 결심했다 … 나는 모국어에 얼마나 큰 위로의 힘이 있는지 원고를 쓰면서 깨달았다 … 내가 없으면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는 것, 나를 사랑하지 않거나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지 못하면 사랑을 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 “바람이 너를 휘감고 스칠 때, 몸을 움직이기 전에 먼저 느껴 봐. 느끼기 전에 감사하고, 감사하기 전에 존중하는 것이 중요해.” … “지금 새롭게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부정하거나 숨기고 싶지 않아 … 나는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두려워서 그것을 피하거나, 그 결과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참사랑을 잃고 싶진 않아.” .. (342, 343, 344, 347, 368쪽)
예부터 지구별 누구나 손수 삶을 지었습니다. 예부터 지구별 누구라도 손수 집을 지어서 보금자리를 이루었고, 손수 밥을 일구어 살림을 꾸렸으며, 손수 옷을 짜서 기쁘게 입었습니다. 집과 밥과 옷을 손수 가꾸어서 나누기에 삶을 손수 가꾸어서 누립니다.
학교가 있기에 집짓기와 밥짓기와 옷짓기를 배우지 않습니다. 삶이 있어야 집짓기와 밥짓기와 옷짓기를 배웁니다. 오늘날 학교를 보면, 집과 밥과 옷을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칠까요? 대학입시 지식만 가르쳐요. 아니, 이마저 가르침이 아닌 들들 볶아서 외우도록 하는 짓입니다. 사람 되는 길을 가르치거나 보여주지 못하는 채, 종이 되어 뒹구는 길을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학교입니다. 이런 학교를 다니면서 미치지 않는다면 외려 고개를 갸우뚱할 노릇입니다.
삶이기에 스스로 노래할 수 있고, 사랑이기에 스스로 꿈꿀 수 있습니다. 삶이기에 내 모든 숨결을 담을 수 있으며, 사랑이기에 내 온 넋을 실을 수 있습니다.
.. 우리는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고 있고, 지난 슬픔과 아픔과 고통도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으로 얼마든지 다시 태어날 수 있다 … 어떤 현실 속에서도 내 꿈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 (377, 378쪽)
들길을 걷습니다. 내 모습을 똑똑히 바라보면서 들길을 걷습니다. 들길을 걷는 동안 내가 나한테 가장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숲길을 걷습니다. 내 모습을 제대로 마주하면서 숲길을 걷습니다. 숲길을 걷는 동안 내가 바로 나한테 가장 따스하면서 너그러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내가 나로 서면서 사랑이 자랍니다. 네가 너로 서면서 사랑이 태어납니다. 나와 너는 서로 아름다운 숨결이기에 서로 손을 맞잡고 빙그레 웃습니다. 서로 웃음꽃을 피울 수 있기에 이야기꽃을 함께 피웁니다. 웃음꽃과 이야기꽃이 가득한 이 보금자리에서는 삶이 고운 꽃으로 피어나고, 언제나 파란 하늘 같은 바람이 산들산들 붑니다. 해님이 벙글벙글 노래합니다. 4348.3.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