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시멘트를 바꾸는 사람들



  독재정권이 닦달하면서 밀어붙인 새마을운동이 아니었어도 한국사람은 ‘나무와 시멘트 바꾸기’를 했으리라 느낀다. 삶을 읽는 마음이 없다면, 나무와 시멘트를 바꾸면서 아랑곳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우거진 숲을 하루아침에 밀어 없애고서 시멘트덩이를 박는다. 지나치게 나무를 베고 멧자락을 깎은 줄 알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흙이 무너지면 ‘새로 짓는 건물’을 덮칠 테니까, 이렇게 안 되라는 뜻에서 시멘트덩이를 박을 테지. 그러니까, ‘시멘트를 지키려고 시멘트를 박는’ 현대 건설이요 건축이다. ‘시멘트를 살리려고 시멘트를 퍼붓는’ 현대 건축공법이요 건축설계이다.


  두 해 앞서까지 ‘다도해 국립공원’이었으나, 시멘트 건물을 짓느라 ‘국립공원 해제’가 된 바닷가에 선다. 이곳에 서서 무엇을 보아야 할까? 이곳에 서면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도시사람은 시골마을에 시멘트를 얼마나 쏟아부어야 성이 찰는지 궁금하다. 도시사람은 왜 도시에만 시멘트를 붓지 않고 시골에까지 시멘트를 부으려고 이렇게 애쓰는지 궁금하다. 4348.3.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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