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예술가 라피 비룡소의 그림동화 233
토미 웅거러 글.그림, 이현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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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85



어깨동무를 하는 두 사람

― 꼬마 예술가 라피

 토미 웅거러 글·그림

 이현정 옮김

 비룡소 펴냄, 2014.12.31.



  2007년에 “Neue freunde”라는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이 2014년 끝자락에 《꼬마 예술가 라피》(비룡소,2014)라는 이름을 얻어 한국말로 나옵니다. “Neue freunde”는 “새로운 동무”나 “새 동무”를 가리킵니다. 다시 말하자면, 토미 웅거러 님이 빚은 그림책 《꼬마 예술가 라피》는 ‘꼬마 예술가’인 ‘라피’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그림책은 ‘새롭게 사귀는 동무’가 오래도록 함께 마음을 나누는 아름다운 ‘길동무’요 ‘삶동무’가 되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 아빠는 일찍부터 라피에게 공구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요. 이사를 오면서 라피에게도 작업실이 생겼어요 ..  (4쪽)




  그림책 《꼬마 예술가 라피》에 나오는 라피와 키라는 아이는 ‘예술가’도 ‘꼬마 예술가’도 아닙니다. 라피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키네 어머니와 아버지도, 저희 아이들을 바라보며 ‘예술가·꼬마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 어버이는 저마다 저희 아이를 ‘사랑스러운 아이’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두 아이를 ‘엉뚱한 아이’로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두 아이가 손수 지은 수많은 ‘새 인형 동무’를 보고는 ‘예술가’나 ‘꼬마 예술가’로 여깁니다. 미술관 아저씨도 두 아이를 ‘예술을 하는 어린이’로 여깁니다.


  라피는 동무를 사귈 마음일 뿐입니다. 키는 라피가 저한테 무척 마음이 잘 맞을 멋진 동무가 되리라 느꼈습니다. 두 아이는 저마다 ‘새로운 동무’가 될 인형을 함께 만들었고, 인형 동무를 만드는 동안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과 꿈’이 싹터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 옆집에 살던 소녀 키 싱이 망치 소리를 듣고 울타리 너머로 흘깃 쳐다보았어요. 키가 물었어요. “무얼 만드는 거야?” “친구들을 만들고 있어.” “나도 같이 해도 돼? 난 바느질을 잘하거든.” ..  (8쪽)



  어깨동무를 하는 두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두 사람은 아직 ‘아이’인 몸이지만, 몸이 아이일 뿐, 따사롭고 너그러운 마음입니다. 마음이 따사로우니 아름답습니다. 마음이 너그러우니 사랑스럽습니다. 라피와 키가 짓는 꿈은 서로 아끼며 보살필 줄 아는 따사로우며 너그러운 숨결입니다. 두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짓는 조각품이나 옷은 ‘예술품’이 아닌 ‘따뜻한 넋’이자 ‘너그러운 얼’입니다.


  다만, 바깥에서는 이렇게 안 볼 테지요. 평론가나 전문가는 이처럼 안 볼 테지요. 둘레에서는 두 아이를 ‘예술가’로 바라볼 테지요. 그러나, 두 아이는 예술을 하려고 조각을 하거나 옷을 짓지 않습니다. 두 아이는 삶을 지으려는 아름다운 손길이기에 기쁘게 조각을 하거나 옷을 짓습니다. 두 아이는 삶을 사랑하려는 신나는 마음이기에 즐겁게 조각을 하거나 옷을 지어요.




.. 라피와 키는 새 친구들을 앞마당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웃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아이들도 찾아와 물었어요 … 이제 다른 아이들도 함께 만들고 싶어 했어요 ..  (20쪽)



  예술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예술품은 어떤 대단한 예술가 손끝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삶에서 짓는 살림살이가 모두 예술품입니다. 젓가락 한 벌과 밥그릇 하나가 예술품입니다. 낫과 쟁기가 예술품입니다. 지게와 바구니가 예술품입니다. 배냇저고리가 예술품이고, 뜨개옷이 예술품입니다. 베틀과 물레가 예술품이고, 절구와 다듬잇돌이 예술품이지요.


  그림책 《꼬마 예술가 라피》는 책이름만 바꾸었을 뿐이지만, 그만 ‘두 아이’를 ‘예술쟁이’로 바꾸어 놓고 맙니다. 그래요. 우리 눈이 이렇습니다. 우리는 현대 물질문명 사회에서 아이들을 ‘직업 전문가’로 키우려고만 합니다. 삶을 스스로 지으면서 사랑스러운 동무를 사귀는 아름다운 길을 걷도록 아이를 보살피는 어버이가 드뭅니다.


  나를 보고 옆을 보셔요. 어른인 나를 보고 아이인 이웃을 보셔요.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넋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사랑스러운 숨결입니다. 어깨동무하면서 아름답고, 손을 잡으면서 사랑스럽습니다. 아름다운 삶을 누리며 아름다운 손길을 뻗으니 ‘예술’이 되고, 사랑스러운 살림을 가꾸며 사랑스러운 손길을 나누니 ‘문화’가 됩니다. 4348.3.10.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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