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20) -의 : 산의 딸


내 이름은 산딸기 / 나는 산의 딸이에요 / 산이 날 낳아 줬어요 / 내 이름은 산딸기 / 나는 산의 사랑스런 딸이랍니다

《최승호-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3》(비룡소,2007) 64쪽


 산의 딸이에요

→ 산이 낳은 딸이에요

→ 산이 빚은 딸이에요

→ 산에서 자란 딸이에요

→ 멧마을 딸이에요

→ 멧골짝 딸이에요

 …



  나무에 맺힌 열매는 ‘나무 열매’입니다. ‘나무의 열매’가 아닙니다. ‘나무 열매’는 “나무에 맺힌 열매”이면서 “나무가 낳은 열매”입니다. 또는 “나무가 빚은 열매”나 “나무가 베푸는 열매”예요. 어떤 사람은 ‘-의’를 붙이면 이런 여러 가지를 모두 나타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맞지 않는 말입니다. ‘-의’를 붙이면 ‘-의’를 붙인 뜻이나 느낌만 나타냅니다. 다른 뜻이나 느낌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 나오는 ‘산딸기’ 이야기에서도 “산의 딸”이 아닌 “산이 낳은 딸”로 바로잡아야 올바릅니다. 그래야, 이 보기글에서 ‘산딸기’를 놓고 어떤 이야기를 어떤 뜻이나 느낌으로 나타내려 하는지 제대로 밝힐 수 있어요.


 산의 사랑스런 딸이랍니다

→ 산이 낳은 사랑스런 딸이랍니다

→ 산에 사는 사랑스런 딸이랍니다

→ 멧마을 사랑스런 딸이랍니다

→ 멧골짝 사랑스런 딸이랍니다


  산딸기는 산이 낳은 딸일 수 있고, 산에 사는 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겨레는 예부터 ‘멧딸기’라고 으레 말했으니, ‘멧딸기’로 손질하면서 “멧골짝 사랑스런 딸”이라든지 “멧마을 사랑스런 딸”처럼 적을 만해요. 이밖에 “멧자락 사랑스런 딸”이라든지 “멧바람 먹는 사랑스런 딸”이나 “멧숨 쉬는 사랑스런 딸”이나 “멧노래 부르는 사랑스런 딸”처럼 쓸 수 있어요. 4348.3.8.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내 이름은 멧딸기 / 나는 멧골짝 딸이에요 / 멧골이 날 낳아 줬어요 / 내 이름은 멧딸기 / 나는 멧골짝 사랑스런 딸이랍니다


‘산(山)딸기’는 그대로 둘 만하지만, ‘멧딸기’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부터 ‘멧토끼’나 ‘멧짐승’이라 말했고, ‘멧나물’이라 말했어요. 이 얼거리 그대로 멧골에서 돋는 딸기를 놓고는 ‘멧딸기’라 말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19) -의 : 누군가의 절박한 문제


누군가의 절박한 문제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가 되죠

《신현림-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현자의숲,2012) 88쪽


 누군가의 절박한 문제 (x)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 (o)



  우리는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아무 말이나 그냥 쓰려 한다면 잘 쓸 수 없지만, 내가 쓰려는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고 차근차근 쓴다면 잘 쓸 수 있어요. 이 보기글을 살피면, 첫머리에는 “누군가‘의’ 절박한 문제”로 적지만, 곧바로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적습니다.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쓸 수 있는 말투가 아니라, 첫머리는 잘못 쓰고 뒤쪽은 옳게 잘 쓴 말투입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잘 쓸 수 있는 말투인데 스스로 제대로 살피지 않은 탓에, 이 글 첫머리에 ‘-의’를 얄궂게 넣었어요. 4348.3.8.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누군가한테는 애타는 일이 또 다른 누군가한테는 배부른 소리가 되지요


“절박(切迫)한 문제(問題)”는 “애타는 일”이나 “애끓는 일”로 다듬습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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