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198) 전투적 1
그는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았고, 남로당계 간부들에게 뒤집어씌운 죄상의 조작을 정면으로 규탄하는 등 최후까지 전투적이었다
《하야시 다케히코(林建彦)/최현 옮김-남북한 현대사》(삼민사,1989) 70쪽
최후까지 전투적이었다
→ 마지막까지 싸웠다
→ 끝까지 맞서 싸웠다
…
이 보기글을 국어사전 말풀이 그대로 적어 본다면, “최후까지 전투를 하는 것과 같았다”가 됩니다. 그런데 보기글만 읽어 보아도, 이 보기글에 나오는 사람은 ‘전투를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 아니라 ‘전투를 하며 살았’다고 해야 옳구나 싶어요.
일본책에 ‘전투적’으로 적혔기에 한국책으로 옮기면서 이 대목을 고스란히 살렸을는지 궁금합니다. 이처럼 “전투적이었다”고 적바림해야 더욱 힘내어 맞부딪쳤다는 느낌을 살릴 만하다고 여겼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까지 전투를 했다”고 적을 노릇이고, “끝까지 이를 악물고 싸웠다”고 적으면 넉넉합니다. “마지막까지 불꽃을 튀기며 맞섰다”고 적바림하거나, “끝까지 힘을 내어 맞섰다”고 적을 수도 있어요.
전투적 자세 → 싸우려는 모습 / 싸우겠다는 매무새
전투적인 태세 → 곧 싸울 듯한 모습 / 싸우려는 매무새
한자말 ‘전투’를 쓰고 싶으면, “전투 자세”나 “전투 태세”로 적어 봅니다. 한자말 ‘전투’를 걸러내고 싶으면, “싸움이 벌어지다”나 “싸움을 치르다”나 “싸움에서 다쳤다”로 손질해 줍니다.
한국말로는 ‘싸움’이고 한자말로는 ‘전투’입니다.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싸움’이며 한자말로 얘기를 주고받을 때에는 ‘전투’예요.
내가 나누고픈 말을 헤아리고, 내가 내 이웃하고 주고받으려는 글을 돌아봅니다. 내가 사랑하고픈 삶을 곱씹고, 내가 아끼려는 삶터를 둘러봅니다. 4341.6.26.나무./4344.1.1.흙/4348.3.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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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마디 핑계도 대지 않았고, 남로당계 간부들한테 뒤집어씌운 죄상을 똑바로 따지는 둥 마지막까지 이를 악물고 싸웠다
“한마디의 변명(辨明)도 하지 않았고”는 “한마디 핑계도 대지 않았고”나 “한마디도 둘러대지 않았고”로 손봅니다. “뒤집어씌운 죄상의 조작(造作)”은 “뒤집어씌운 죄상”으로 고치고, ‘정면(正面)으로’는 ‘똑바로’나 ‘막바로’로 고치며, “규탄(糾彈)하는 등(等)”은 “따지면서”나 “나무라면서”로 고칩니다. ‘최후(最後)’는 ‘마지막’이나 ‘끝’으로 손질합니다.
전투적(戰鬪的) : 전투를 하는 것과 같은
- 전투적 자세 / 전투적인 태세
전투(戰鬪) : 두 편의 군대가 조직적으로 무장하여 싸움
- 전투가 벌어지다 / 전투를 치르다 / 전투에서 부상을 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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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611) 전투적 2
심지어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께서 내가 자기 물건 몇 가지 슬쩍했다고 저렇게 전투적으로 나오신다고 해도 내 기분은 변하지 않는다
《수지 모르겐스턴·알리야 모르겐스턴/최윤정 옮김-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웅진지식하우스,1997) 76쪽
저렇게 전투적으로
→ 저렇게 악에 받쳐
→ 저렇게 악을 쓰고
→ 저렇게 싸울 듯이
→ 저렇게 앙앙거리며
→ 저렇게 잡아먹을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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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分爭)’이든 ‘투쟁(鬪爭)’이든 ‘전쟁(戰爭)’이든 ‘싸우는’ 일을 일컫습니다. 그렇지만 나날이 ‘싸움’이나 ‘다툼’이라는 낱말은 들을 길이 없습니다. 거의 언제나 한자말로 ‘戰’이나 ‘爭’을 붙인 낱말만 쓰이곤 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다투다’를 찾아보면 “(1) 의견이나 이해의 대립으로 서로 따지며 싸우다 (2) 승부나 우열을 겨루다”로 풀이합니다. ‘싸우다’를 찾아보면 “(1) 말, 힘, 무기 따위를 가지고 서로 이기려고 다투다 (2) 경기 따위에서 우열을 가리다 (3) 시련, 어려움 따위를 이겨 내려고 애쓰다”로 풀이합니다.
‘다투다’를 풀이하면서 ‘싸우다’를 적고, ‘싸우다’를 풀이하면서 ‘다투다’를 적습니다. 이런 한국말사전 말풀이인 까닭에, 정작 ‘다투다’하고 ‘싸우다’가 어떠한 움직임이거나 모습인지를 제대로 읽기 힘듭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갖가지 ‘戰’이나 ‘爭’에 휩쓸리거나 휘둘리니, 이래저래 어지럽고 어수선합니다.
싸움이나 다툼이란 서로 치고받는 일이라든지 부딪힌다든지 맞선다든지 으르렁거린다든지 윽박지른다든지 때리거나 못살게 굴려고 애쓴다든지 하는 움직임이거나 모습을 가리킵니다.
이 보기글에 나오는 어머니가 딸아이한테 “전투적으로 나오신다”고 한다면, 어머니는 딸아이하고 싸울 듯이 윽박지르거나 큰소리를 친다거나 몽둥이나 빗자루를 휘두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또는 “악을 쓴다”고 하거나 “잡아먹을 듯이 소리친다”고 하거나 “성이 나서 방방 뛴다”고 할 만합니다.
저렇게 무섭도록 나오신다고 해도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나오신다고 해도
저렇게 윽박지르신다고 해도
저렇게 벼락이라도 떨어뜨리듯 꾸짖는다고 해도
저렇게 무섭도록 나무란다고 해도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사전대로 옳고 바르게 말풀이를 하기를 바랍니다. 한국말사전이 아직 옳고 바르게 말풀이를 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저마다 옳고 바른 넋을 다스리면서 옳고 바르게 말을 하며 삶을 나누기를 빕니다. 내가 사랑하는 삶을 돌보듯 내가 사랑할 말을 찾아 돌봅니다. 내가 아끼려는 짝꿍을 보살피듯 내가 아끼려는 말을 찾아 보살핍니다. 고운 꿈과 밝은 터와 싱그러운 벗을 생각하면서 말과 글을 어루만집니다. 4344.1.1.흙/4348.3.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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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께서 내가 그분 살림 몇 가지를 슬쩍했다고 저렇게 악을 쓰며 나오신다고 해도 내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甚至於)’는 ‘게다가’나 ‘더구나’나 ‘더욱이’로 다듬고, ‘자기(自己)’는 ‘어머니’나 ‘그분’으로 다듬습니다. ‘기분(氣分)’은 ‘마음’으로 손보고, ‘변(變)하지’는 ‘바뀌지’나 ‘달라지지’나 ‘나빠지지’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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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708) 전투적 3
나름 전투적으로 살았고, 지금은 성취감도 느껴요
《신현림-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현자의숲,2012) 110쪽
전투적으로 살았고
→ 싸우듯이 살았고
→ 싸우며 살았고
→ 씩씩하게 살았고
→ 당차게 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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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다부지게 맞서 싸우면서 살았다면 “싸우며 살았다”고 하면 됩니다. 거친 물결을 견디거나 이기면서 오늘에 이르렀으면 “씩씩하게 살았다”고 할 만합니다. 당차고 야무지며 기운찹니다. 꿋꿋하며 힘차며 단단합니다. 이러한 기운과 숨결을 알맞게 드러낼 만한 낱말을 슬기롭게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3.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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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씩씩하게 살았고, 이제 뿌듯하기도 해요
‘나름’은 ‘나름대로’로 바로잡습니다. 외따로 쓸 수 없습니다. ‘지금(只今)은’은 ‘이제는’이나 ‘이제’로 손봅니다. “성취감(成就感)도 느껴요”는 겹말이니, “뿌듯하기도 해요”나 “뿌듯해요”나 “보람도 느껴요”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