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632) 그/그들 5
그러나 반세기 동안 자기 혼자 사는 법을 터득한 대마를 뽑아 치우는 정도로 절종시킨다는 발상은 자연을 너무 얕보는 행위이다. 그는 추위와 더위, 병해충, 다른 종족의 간섭을 이겨내고 혼자 사는 방법을 터득했다
《함광복-DMZ는 국경이 아니다》(문학동네,1995) 50쪽
그는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고
→ 삼은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고
→ 삼잎은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고
→ 삼이라는 풀은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고
→ 이 풀은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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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풀입니다. 풀을 가리킬 적에는 ‘풀’이라고 합니다. 풀을 가리켜 ‘그’나 ‘그녀’라 하지 않습니다. 꽃이나 나무를 가리킬 적에도 ‘그/그녀’를 쓰지 않습니다. 꽃은 ‘꽃’이요, 나무는 ‘나무’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삼’이나 ‘삼잎’이나 ‘삼풀’이나 ‘삼이라는 풀’로 고쳐씁니다. 4339.10.2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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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세기 동안 저 혼자 사는 길을 익힌 삼을 뽑아 치워서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은 숲을 너무 얕보는 짓이다. 삼은 추위와 더위, 병과 벌레, 다른 풀을 모두 이겨내고 혼자 사는 길을 익혔다
‘자기(自己)’는 ‘저’로 손보고, “사는 법(法)을 터득(攄得)한”은 “사는 길을 깨달은”이나 “사는 길을 익힌”이나 “사는 길을 안”으로 손보며, ‘대마(大麻)’는 ‘삼’으로 손봅니다. “뽑아 치우는 정도(程度)로 절종(絶種)시킨다는 발상(發想)”은 “뽑아 치워서 없앨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손질하고, “자연(自然)을 너무 얕보는 행위(行爲)이다”는 “숲을 너무 얕보는 짓이다”로 손질하며, ‘병해충(病害蟲)’은 ‘병과 벌레’나 ‘벌레’로 손질합니다. “다른 종족(種族)의 간섭(干涉)을 이겨내고”는 “다른 풀을 모두 이겨내고”나 “다른 풀이 우거져도 이겨내고”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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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681) 그/그들 6
나의 아들이 죽었다. 조국이 나에게서 아들을 빼앗아갔다. 그는 그의 삶을 희생했다
《야누쉬 코르착/송순재·김신애 옮김-홀로 하나님과 함께》(내일을여는책,2001) 48쪽
나의 아들이 죽었다. 그는 그의 삶을 희생했다
→ 내 아들이 죽었다. 아들은 제 삶을 잃었다
→ 우리 아들이 죽었다. 아들은 삶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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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말에서는 대이름씨를 자주 씁니다. 서양말에서는 으레 대이름씨를 씁니다. 이와 달리 한국말에서는 대이름씨가 있어도 잘 안 씁니다. 웬만해서는 대이름씨를 쓸 생각을 안 하는 한국말입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첫머리에 “나의 아들”이라고 나옵니다. 한국말로는 ‘내’나 ‘우리’로 적어야 합니다. 그러나, 첫머리부터 한국말로 올바로 못 적습니다. 번역 말투이거나 일본 말투인 ‘나의’입니다. 또는 ‘일본 번역 말투’라고 할 ‘나의’예요. 이러다 보니, “그는 그의 삶을”처럼 ‘그’를 잇달아 두 차례 적습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4340.1.12.쇠/4348.3.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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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죽었다. 나라가 나한테서 아들을 빼앗아갔다. 아들은 제 삶을 잃었다
‘나의’가 아니라 ‘내’나 ‘우리’입니다. ‘조국(祖國)’은 ‘나라’나 ‘이 나라’로 다듬고, ‘희생(犧牲)했다’는 ‘바쳤다’나 ‘빼앗겼다’나 ‘잃었다’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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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850) 그/그들 9
귀뚜라미가 열심히 울어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맥박이 내 호흡과 하나가 된다
《클레어 워커 레슬리,찰스 E.로스/박현주 옮김-자연 관찰 일기》(검둥소,2008) 98쪽
귀뚜라미가 … 그들의 맥박이
→ 귀뚜라미가 … 귀뚜라미 숨소리가
→ 귀뚜라미가 … 귀뚜라미 숨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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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람은, 아니, 미국말을 쓰는 사람은 ‘귀뚜라미’를 가리킬 때에 ‘그들’이라고 할는지 모르지만, 한국말을 쓰는 사람은 귀뚜라미를 ‘귀뚜라미’로 가리킵니다. 미국말로 된 책을 한국말로 옮길 적에는 ‘they’를 ‘그들’이 아니라 ‘귀뚜라미’로 옮겨야 올바릅니다. 4341.7.6.해/4348.3.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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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가 힘차게 울어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귀뚜라미 숨결이 내 숨과 하나가 된다
‘열심(熱心)히’는 ‘힘껏’이나 ‘힘차게’로 다듬고, ‘맥박(脈搏)’은 ‘숨결’이나 ‘숨소리’로 다듬습니다. ‘호흡(呼吸)’은 ‘숨’으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