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291) -ㅁ에 따라/-함에 따라 1
사랑에 빠진 자동차 구매자들이 자동차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 무시함에 따라, 1920년대는 미국에서 특히 거셌던 자동차 붐으로 인해 수백만 대의 새로운 내연기관이 포효하는 소리로 들끓었다
《케이티 앨버드/박웅희 옮김-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돌베개,2004) 38쪽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 무시함에 따라
→ 궂은 이야기에 아예 귀를 닫자
→ 궂은 이야기를 깡그리 모르쇠 하자
→ 나쁜 얘기를 하나도 안 듣자
→ 나쁜 얘기는 조금도 안 들으려 하자
…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생긴 수많은 번역 말투 가운데 하나인 ‘-ㅁ에 따라/-함에 따라’입니다. 앞말이 한국말이면 “먹음에 따라”나 “입음에 따라”나 “시킴에 따라”나 “배부름에 따라”처럼 나타나고, 앞말이 한자말이나 이름씨 꼴이면 “무시함에 따라”나 “경청함에 따라”나 “주시함에 따라”나 “생각함에 따라”나 “사랑함에 따라”처럼 나타납니다.
먹음에 따라 → 먹으면서 / 먹자
입음에 따라 → 입으면서 / 입자
경청함에 따라 → 귀여겨들으면서 / 귀담아들으면서
주시함에 따라 → 지켜보면서 / 살펴보면서
생각함에 따라 → 생각하면서 / 생각하자
사랑함에 따라 → 사랑하면서 / 사랑하자
애벌 번역을 하더라도 제대로 옮겨야 합니다. 애벌 번역을 한 뒤에는 찬찬히 손질해서 ‘한국사람이 한국말로 읽을 만하’도록 살펴야 합니다. 서양말을 한국말로 옮길 적에는 한국말답게 옮길 노릇이고, 한국말을 서양말, 이를테면 영어로 옮길 적에는 영어답게 옮겨야 합니다. 나라마다 쓰는 말이 다르니, 나라마다 어떠한 삶을 누리면서 어떠한 말을 나누는지 찬찬히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7.7.19.달/4348.2.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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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자동차와 얽힌 궂은 이야기에 아예 귀를 닫자, 1920년대는 미국에서 더욱 거셌던 자동차 바람이 불어 수백만 대나 되는 새로운 내연기관이 내뿜는 소리로 들끓었다
“사랑에 빠진 자동차 구매자(購買者)들이”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자동차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로 손볼 만합니다. “자동차에 부정적(否定的)인 이야기를 계속(繼續) 무시(無視)함에 따라”는 “자동차와 얽힌 궂은 이야기에 아예 귀를 닫자”나 “자동차와 얽힌 나쁜 얘기를 하나도 안 듣자”로 손질하고, ‘특(特)히’는 ‘더욱’이나 ‘더’로 손질하며, “자동차 붐(boom)으로 인(因)해”는 “자동차 바람이 불어”로 손질합니다. “수백만 대의”는 “수백만 대에 이르는”이나 “수백만 대나 되는”으로 다듬고, ‘포효(咆哮)하는’은 ‘내뿜는’이나 ‘내뱉는’으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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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498) -ㅁ에 따라/-함에 따라 2
곶에 가까워짐에 따라 완만하고 푸르러 양이 노니는 언덕이 새하얀 단면을 보이는 석회석의 조금 높은 언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요코가와 세쯔코/전홍규 옮김-토토로의 숲을 찾다》(이후,2000) 75쪽
가까워짐에 따라
→ 가까워지면서
→ 가까워지자
→ 가까워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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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말투는 한국말이나 한국 말투가 아닙니다. 이런 말투는 낯섭니다. 낯설면서 한국말과 안 어울립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낯선 외국말’이나 ‘낯선 번역 말투’를 ‘새롭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이 번역 말투를 쓰면 ‘마치 새로운 한국말을 쓸 수 있는’듯이 여깁니다.
새로운 말투는 ‘외국 말투’를 흉내내거나 ‘번역 말투’를 아무렇게나 쓴다고 해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말투는, 말 그대로 마음 깊이 새로운 숨결로 새로운 생각을 들려줄 때에 태어납니다.
새롭게 거듭난 사람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늘 그대로이지만, 마음을 스스로 새롭게 바꾸어서 생각을 스스로 새롭게 짓기에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요. 살결이나 뼈를 뜯어고치기에 새로운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옷을 바꿔 입기에 새로운 사람이 되지 않아요. 번역 말투가 ‘새로운 말투’라도 되는듯이 잘못 생각하는 일이 없기를 빕니다. 번역 말투를 아무리 받아들여서 써도 한국말은 발돋움할 수 없다는 대목을 깨닫기를 빕니다. 한국말이 발돋움하거나 새롭게 거듭나려면, 한국말에 담는 넋을 슬기롭게 빚고 가꾸면서 보듬어야 합니다. 4339.2.7.불/4348.2.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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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에 가까워지면서 부드럽고 푸르러 양이 노니는 언덕이 새하얗게 잘린 모습이 보이는 석회석으로 된 조금 높은 언덕으로 바뀐다
부드럽고 푸르러 양이 노니는 언덕은, 곶에 가까워지니, 새하얗게 잘린 곳이 드러나는 석회석으로 된 조금 높은 언덕으로 바뀐다
‘완만(緩慢)하고’는 ‘부드럽고’나 ‘밋밋하고’나 ‘비스듬하고’나 ‘가파르지 않고’로 다듬고, “새햐안 단면(斷面)을 보이는 석회석의 조금 높은 언덕”은 “새하얗게 잘린 모습이 보이는 석회석으로 된 조금 높은 언덕”이나 “새하얗게 잘린 곳이 드러나는 석회석으로 된 조금 높은 언덕”으로 다듬습니다. “바뀌기 시작(始作)했다”는 “바뀐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