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상말

 624 : 음수사원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말 들어 보셨나요? 물을 마실 때는 반드시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가르침입니다

《김삼웅-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철수와영희,2014) 4쪽



  나는 ‘음수사원’이라는 말을 들은 적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에도 없는 이런 한자말을 누가 쓸는지 아리송한데, ‘음수사원 굴정지인(飮水思源 掘井之人)’이라는 한문이 있다고 합니다. 물을 마실 적에는 우물을 판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쓰는 한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음수사원’은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이 아닌 말을 한국사람이 생각할 까닭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영어로 어떤 말을 몇 줄 읊은 뒤 이런 영어를 들은 적 있느냐 물은 뒤, 이를 이야기하는 셈이라 할 만합니다. 한국사람이니까 영어나 한문이 익숙할 사람은 드뭅니다. 영어나 한문을 모르거나 낯설 이웃을 앞에 두고서 글자랑을 하려고 문득 드는 보기글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영어나 한문을 들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할 적에는 꼭 글자랑이 되지는 않습니다. 틀림없이 좋은 뜻으로 영어나 한문을 들 만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면, 굳이 영어나 한문을 들어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누구나 알아듣기 쉽도록 ‘풀이’를 하거나 ‘옮겨서(번역해서)’ 들려주어야 합니다.


  이 보기글이 글자랑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첫머리부터 풀이를 안 하고 옮기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갑작스레 한문을 들이밀었으니 글자랑이 되고 맙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보기글은 처음부터 어떤 지식이나 외국 글을 사람들 앞에서 우쭐거리는 모습이라는 뜻입니다. 이리하여, 이 보기글은 “물을 마실 적에는 우물을 판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뒤에서 조용히 일한 사람이 늘 있기 마련이니, 언제나 고마워 하는 마음으로 살라는 뜻입니다.”처럼 아주 새롭게 고쳐서 써야 올바릅니다. 4348.2.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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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물을 마실 때에는 반드시 샘터나 우물터를 생각하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근원(根源)’은 ‘뿌리’로 손볼 수 있지만, 이 보기글에서는 ‘샘터’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음수사원 : x

음수(飮水) =음용수


..



 살가운 상말

 627 : 일일천추


이분들에게도 꽃 같은 청춘이 있었고, 돌아올 날을 일일천추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었다

《백종원-조선 사람》(삼천리,2012) 113쪽


 일일천추 기다리는

→ 오래도록 기다리는

→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 손꼽아 기다리는

→ 애타게 기다리는

→ 애태우며 기다리는

→ 가슴 태우며 기다리는

 …



  ‘일일여삼추’를 더 힘주어 나타내는 한문이 ‘일일천추’라고 합니다. 다섯 글자나 네 글자로 된 이 글월은 한문입니다.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문 ‘일일여삼추’ 같은 한문은 “하루를 세 해처럼”으로 옮겨서 써야 올바릅니다. 한문 ‘일일천추’는 “하루를 천 해처럼”으로 옮겨서 써야 올바르지요. 그러나, 굳이 이렇게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말로 손쉽게 “오래도록”이나 “오랫동안”이나 “오랜 나날”이나 “기나긴 해”처럼 적으면 돼요. 한국사람이니 한국말로 적으면 됩니다.


  오랫동안 기다리는 모습을 두고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이나 “손꼽아 기다리는”이나 “애타게 기다리는”이나 “애태우며 기다리는”처럼 나타내기도 합니다. 한국말로 가리키는 글월이 퍽 많습니다. 느낌을 살려서 더 짙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서 나타낼 수도 있어요.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실마리를 풉니다. 4348.2.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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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한테도 꽃 같은 젊음이 있었고, 돌아올 날을 애태우며 기다리는 식구가 있었다


‘청춘(靑春)’은 ‘젊음’으로 손질합니다. ‘가족(家族)’은 일본 한자말이기에 ‘식구’로 바로잡거나 ‘살붙이’로 손봅니다.



일일천추(一日千秋) : ‘일일여삼추’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 : 하루가 삼 년 같다는 뜻으로, 몹시 애태우며 기다림을 이르는 말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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