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내음 책읽기 (흙운동장 있는 학교)
요즈음은 시골 면소재지나 읍내에 있는 학교까지 운동장을 ‘인조잔디’로 바꾼다. 왜 이렇게 바꿀까? 시골에 문화나 복지로 도와주려고 한다는 뜻이라 한다. 그러면 인조잔디를 깔아야 보기 좋거나 훌륭한 운동장이 될까? 도시처럼 ‘흙이 없’어야 문화나 복지로 한결 나은 모습인 셈일까?
사람이라면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인조잔디를 깐 운동장에서 뛰면 무슨 냄새를 맡을까? ‘인조잔디 냄새’를 맡는다. 플라스틱 냄새나 석유 냄새를 맡는다. 흙운동장을 달리면 무슨 냄새를 맡을까? ‘흙내음’을 맡는다. 흙운동장에서 풀이 돋으면, 이 풀 둘레에서 무슨 냄새를 맡을까? ‘풀내음’을 맡는다.
흙으로 된 운동장에 돋는 풀을 뽑아야 할 까닭이 없다. 그대로 두면 된다. 흙운동장에 풀포기가 돋는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다. 왜 그런가 하면,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면 풀포기는 그만 납작꿍이 되지. 아이들 발길에 채여 풀포기가 자랄 틈이 없다. 이러면서 풀포기가 차츰 퍼지면, 아이들이 흙운동장에서 뛰놀다가 넘어져도 아이들 무릎을 지켜 준다. 잘 가꾼 축구장을 보라. 풀잔디가 얼마나 고운가? 학교 운동장은 흙운동장인 모습을 그대로 두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도록 하면, 풀이 우거지지 않으면서 아주 멋진 놀이터가 된다. 수많은 아이들이 날마다 밟아 주는데 무슨 걱정이 있을까. 더러 풀이 좀 높이 솟는다면, 높이 솟은 풀은 이러한 풀대로 재미난 볼거리가 된다. 씩씩한 풀포기를 바라보면서 삶을 더욱 깊고 넓게 헤아릴 수 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만 있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무슨 냄새를 맡을까? 시멘트 내음과 아스팔트 내음이다. 숲과 들이 없는 곳에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농약과 비료만 춤추는 시골에서 사람들은 무슨 냄새를 맡으면서 무슨 생각을 키울까?
삶내음을 맡아야 한다. 삶내음을 찾아야 한다. 삶내음을 알고 배우며 가르쳐야 한다. 삶내음을 사랑하고, 삶내음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흙을 밟고 풀을 먹으며 바람을 들이켤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숨결이 된다. 4348.2.2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