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17] 어깨동무



  남녘과 북녘이 갈라지고 난 뒤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면서 ‘동무’라고 하는 살갑고 오래된 낱말이 짓밟혔습니다. ‘동무’라는 낱말은 마치 북녘에서만 쓰는 낱말인듯이 정치권력이 윽박질렀어요. 이리하여 어른도 아이도 남녘에서는 ‘친구(親舊)’라는 한자말을 써야 했습니다. 남녘에서 새롭게 태어나 자라는 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동무’라는 낱말은 어쩐지 낯선 말로 여겨야 했어요. 그러나 ‘동무’라는 낱말은 ‘글동무’라든지 ‘소꿉동무’라든지 ‘어깨동무’라든지 ‘길동무’라는 낱말에 씩씩하게 남았습니다. ‘소꿉동무’는 그만 ‘소꿉친구’라는 낱말로도 갈렸는데, ‘길친구’나 ‘어깨친구’ 같은 엉터리 말을 쓰는 사람은 없어요. ‘어깨동무’는 어린이 잡지 이름으로도 꽤 오래 아이들 곁에 있었지요. 곰곰이 돌아보면, 오늘날 사회에서 외치는 ‘연대(連帶)’란, 한국말로는 ‘어깨동무’입니다. 함께 어깨를 겯고 나아가려는 몸짓이란 바로 어깨동무일 테니까요. 삶을 살리면서 말을 살리고, 말을 살리면서 넋을 살려요. 넋을 살리는 사람은 꿈을 살리고, 꿈을 살리면서 시나브로 사랑을 함께 살립니다.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어깨를 겯는 사이 우리 숨결이 기쁘게 춤을 춥니다. 4348.2.1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말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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