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542) 답을 주다
오후 3시 배는 12시 넘어서 확실한 답을 준다고 해서
《박세욱-자전거 전국일주》(선미디어,2005) 86쪽
확실한 답을 준다고 해서
→ 제대로 말해 준다고 해서
→ 똑똑히 알려준다고 해서
→ 뜰지 안 뜰지 알 수 있다고 해서
…
이 보기글에서 말하는 “확실한 답”이란 “배가 뜰는지 뜨지 않을는지 똑부러지게 하는 말”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이때에는 “똑부러지게 알려준다고 해서”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똑똑히 알려준다고 해서”라든지 “잊지 않고 꼭 말해 준다고 해서”라든지 “제대로 말해 준다고 해서”처럼 손보아도 됩니다.
요즈음에는 “연락 주셔요”나 “전화 주셔요” 같은 말마디를 쓰는 사람이 퍽 많습니다. 연락이나 전화를 ‘주셔요(주세요)’하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연락해 주셔요”나 “전화해 주셔요”처럼 말해야 올바릅니다. 한국말에서는 “심부름 다녀왔습니다”에서 ‘-을’을 덜듯이 토씨를 흔히 덜기는 하지만, “생각할 일이다”에서 ‘-할’을 덜어서 “생각 일이다”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답(答)’이란 ‘말’이나 ‘대꾸’입니다. “말을 준다”거나 “대꾸를 준다”고 하지 않아요. “말을 하다(말하다)”나 “대꾸를 하다(대꾸하다)”처럼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한자말 ‘답’을 쓰려 한다면 쓸 수 있습니다. 이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확실히 답해 준다고 해서”나 “확실히 답한다고 해서”처럼 적어야 합니다. ‘말(대꾸)’이든 ‘답(대답)’이든 ‘주다’라는 낱말로는 가리킬 수 없다는 대목을 잘 헤아려야겠습니다. 4339.4.17.달/4348.2.13.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낮 세 시 배는 열두 시 넘어서 똑똑히 알려준다고 해서
“오후(午後) 3시”는 “낮 세 시”로 손보고, ‘확실(確實)한’은 ‘틀림없이’나 ‘뚜렷이’나 ‘똑똑히’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02) 서로 상대에게
배움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 상대에게 힘을 준다
《파멜라 메츠/이현주 옮김-배움의 도》(민들레,2003) 28쪽
서로 상대에게 힘을 준다
→ 서로가 서로한테 힘을 준다 (?)
→ 서로가 서로한테 힘이 된다
→ 서로 힘이 된다
→ 서로서로 힘이 된다
…
한자말 ‘상대(相對)’는 “서로 마주 대함. 또는 그런 대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서로’입니다. 이 보기글에 나오는 “서로 상대에게”는 “서로 서로에게”처럼 쓴 꼴이면서, 얄궂은 겹말입니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한테”처럼 고쳐쓰든 “서로서로”처럼 손질하든 “서로”처럼 단출하게 적든 해야 올발라요.
이 보기글은 “서로가 서로한테 힘을 준다”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힘을 준다”고 하는 말마디가 아리송합니다. “배움이 진행되는 동안”이라고 하는 말마디도 알쏭달쏭합니다.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여러모로 뒤죽박죽입니다. 배움은 ‘진행된다’고 하지 않고, 그저 ‘배운다’고 해야겠지요. “배우는 동안” 서로가 서로한테 “힘이 된다”고 해야겠지요. 함께 배우면서 서로 기댈 만한 사이가 되어 서로 힘이 된다고 해야 할 테지요. 4338.4.6.물/4348.2.13.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배우는 동안 서로서로 힘이 된다
“배움이 진행(進行)되는 동안”은 “배우는 동안”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