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으로 돌아와서 밥짓기



  고흥집으로 돌아와서 맨 처음에 한 일은, 우리 집 나무들한테 인사하기. 이 다음으로는 뒤꼍에서 고양이 주검 묻기. 고흥집을 떠나는 날 고양이 주검 하나를 뒤꼍에서 보았는데 미처 묻지 못했다. 이러고 나서 방으로 들어서는데, 따뜻한 국물을 라면으로 끓일까 하다가 밥을 짓기로 한다. 고흥집을 지킨 곁님이 밥과 반찬을 먹고 싶다고 들려준 말 한 마디에, 라면은 그만두고 밥을 짓기로 한다. 밥이랑 국이랑 반찬 한 가지를 후다닥 마련한다. 작은아이는 밥과 국을 얼마 안 먹으나, 큰아이는 잘 먹는다.


  밥을 지어 밥상을 차리고 보니, 밥짓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면 한 그릇 끓일 때보다는 품이 조금 더 들지만, 그저 조금 더 들 뿐, 얼마든지 할 만한 일이다. 아무튼 여러 날 몇 사람이 집에 없다 보니 방 온도가 많이 떨어졌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이렇게 크게 달라지는구나 하고 다시금 새삼스레 느낀다. 한 사람이 집에 있기만 해도 집은 더욱 따스하고, 두 사람이 집에 있기만 해도 집은 훨씬 포근하며, 세 사람이 집에 있기만 해도 집은 가없이 넉넉하다. 4348.2.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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