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82) 손놀이터 . 솜씨자리 (공방/작업실)
‘공방(工房)’이나 ‘작업실(作業室)’이라는 말을 요즈음 두루 씁니다. 이 가운데 ‘공방’은 “공예품 따위를 만드는 곳”을 뜻하고, ‘작업실’은 “일을 하는 방”을 뜻한다고 합니다. 사람들도 이러한 낱말뜻처럼 “무엇인가 만드는 곳”을 가리켜 ‘공방’이라 하고, “어떤 일을 하는 곳”을 가리켜 ‘작업실’이라 합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든, 또 그릇을 빚거나 조각을 깎거나 나무를 다룰 적에도 으레 ‘공방·작업실’ 같은 낱말을 씁니다.
만드는 곳 : 만듦터 . 만듦자리 . 만듦집
짓는 곳 : 짓는방 . 짓는집 . 짓는곳 . 짓는자리
빚는 곳 : 빚는방 . 빚는집 . 빚는곳 . 빚는자리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 봅니다. 만드는 곳이라면 말 그대로 ‘만듦터’나 ‘만듦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겨레는 예부터 ‘집짓기·옷짓기’처럼 ‘짓다’라는 낱말을 썼어요. 집을 만들거나 옷을 만든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짓는집’이나 ‘짓는곳’ 같은 낱말을 쓸 만하지요. 그릇은 빚는다고 하니, 도예나 공예를 하는 분이라면 ‘빚는집’이나 ‘빚는자리’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지음자리 . 지음터 . 지음집
빚음자리 . 빚음터 . 빚음집
새로움집 . 새로움터 . 새터
말꼴을 조금씩 손질합니다. ‘지음자리’나 ‘빚음자리’ 같은 낱말이 태어납니다. 실마리를 풀면, 짓거나 빚을 적에는 무엇이나 새롭게 나오도록 하기에, ‘새로움집’이나 ‘새터’라 할 수 있습니다.
손짓기방 . 손짓기집 . 손짓기자리
손빚기방 . 손빚기집 . 손빚기자리
손지음방 . 손지음집 . 손지음자리
손빚음방 . 손빚음집 . 손빚음자리
새롭게 짓거나 빚는 얼거리를 생각합니다. 새롭게 짓거나 빚을 적에는 언제나 손을 씁니다. 손을 써서 온갖 것을 짓거나 빚습니다. 이리하여 ‘손짓기’나 ‘손빚기’라는 낱말이 태어나요. 자, 이 다음에는 어떤 말로 또 실타래를 풀 만할까요?
손일터 . 손일집 . 손꿈터 . 손꿈자리
손놀이터 . 손놀이집
손으로 일합니다. 손을 놀립니다. 손을 놀리는 몸짓이기에 ‘손놀림’이라고도 하지요. 이리하여, ‘손일터’나 ‘손놀이터’ 같은 낱말이 태어나고, 손으로 일하거나 놀이한다고 할 적에는 손으로 꿈을 지을 테니 ‘손꿈터’나 ‘손꿈지음터’나 ‘손사랑터’처럼 새로운 말을 자꾸자꾸 쓸 수 있어요.
솜씨방 . 솜씨집 . 솜씨자리 . 솜씨터
솜씨놀이 . 솜씨짓기. 솜씨짓기집 . 솜씨지음집
이름은 한 가지로만 써야 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제 마음을 살려서 알맞고 아름답게 이름을 쓰면 됩니다. 틀에 갇히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스스로 일터와 놀이터로 삼아서 조그마한 터전을 가꾸려 하는 만큼, 이러한 삶을 헤아려서 알맞고 사랑스레 이름을 쓰면 돼요.
우리는 손놀이를 하는 곳에서 솜씨를 나눕니다. 저마다 손일을 하면서 기쁘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손꿈을 짓고 손사랑을 펼칩니다. 손길을 닿아 손꽃이 피고, 손결이 흘러 솜씨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4348.2.8.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