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쓰기, 시읽기 (동시쓰기, 동시읽기)



  ‘시’라고 하는 글은 가장 쉬우면서 수수하고 꾸밈없다고 할 만합니다. 어른이 쓰는 시이든 아이가 쓰는 시이든 모두 매한가지입니다. 시는 가장 쉬운 글이요, 가장 수수한 글이며, 가장 꾸밈없는 글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를 시답지 못하게 꾸미거나 덧바르거나 치대는 사람이 있어요. 일부러 어려운 말을 섞고, 일부러 사상·철학·유행을 좇으며, 일부러 문학·예술이 되도록 덧바릅니다.


  ‘동시’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아이가 읽을 만한 시나 글이지 않습니다. 아이가 읽을 만한 시나 글 가운데 동시도 있을 테지만, 쉬우면서 수수하고 꾸밈없는 빛으로 가득하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참다울 때에 비로소 시나 글이나 동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나 동시는 모두 ‘글로 드러나는 내 이야기’입니다. ‘글로 나타나는 내 삶’이나 ‘글로 보여주는 내 사랑’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나 동시는 모두 ‘나를 숨길 수 없는 글’입니다. 꾸며서 쓴 시나 동시는 꾸밈이 곧바로 드러납니다. 말치레나 말장난도 시나 동시에서 막바로 드러나지요. 어설픈 교훈이나 훈계도 시나 동시에서 고스란히 드러나요.


  시나 동시를 쓰는 까닭을 생각해야 합니다. 시나 동시를 읽는 까닭을 헤아려야 합니다. 우리는 어른과 아이라고 하는 울타리를 세우지 않고, ‘다 함께 사람’이라는 대목을 바라보면서 깨달아 슬기롭게 사랑하는 삶을 지으려 하기에 시나 동시를 읽거나 씁니다.


  모든 시나 동시는 그대로 말입니다. 모든 시나 동시는 그대로 삶이면서 놀이요 일입니다. 모든 시나 동시는 그대로 사랑이자 꿈이고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시나 동시를 쓰거나 읽을 적에는 ‘내 삶결’로 마주하면 됩니다. 온갖 이론이나 학문으로 바라보지 말고, 문예창작 이론 따위로 쓸 생각은 말면서, ‘내 숨결’을 글이라는 그릇에 담으려고 한다는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쓰는 시입니다. 왜냐하면, 시는 늘 내 삶이자 이야기요 모습이니까요. 누구나 읽는 시입니다. 왜냐하면, 시는 언제나 내 사랑이자 꿈이며 노래이니까요. 작가나 문학가만 쓰는 시가 아니라 ‘사람’이면 쓰는 시입니다. 비평가나 평론가만 읽거나 말하는 시가 아니라 ‘사람’이면 읽거나 말하는 시입니다. 4348.2.7.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