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12 씨앗
‘씨앗’을 심어서 가꾸어야 나중에 열매를 거둘 수 있습니다. 씨앗을 심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꿀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거두지 못합니다. 그러니, 시골지기가 아니더라도 해마다 봄이면 씨앗을 심느라 부산하기 마련입니다.
‘씨앗’이 있어야 열매를 얻듯이, 연금술사가 금을 얻으려면 수수한 쇠붙이가 있어야 합니다. 수수한 쇠붙이는 씨앗 노릇을 하면서 금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연금술사 솜씨가 아무리 좋더라도, 손에 아무것도 없으면 아무것도 못 이루어요. 씨앗이란 모든 것을 이루는 첫걸음이자 바탕입니다.
그래서 ‘씨앗’이라는 낱말은 “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할 수 있음”을 한자말로 ‘가능성’이라고도 가리킵니다. 그러니, 한자말 ‘가능성’은 한국말로 하자면 ‘씨앗’인 셈입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말이 있는데, 뿌리는 마음대로 거둔다고 할 수 있고, 뿌리는 손길대로 거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씨앗을 심어도 어떤 사람은 알차게 거두고 어떤 사람은 쭉정이만 거둡니다. 같은 씨앗을 심지만 어떤 사람은 넉넉히 거두고 어떤 사람은 모자라게 거두지요. 왜 그런가 하면, 비료나 거름을 덜 주거나 지나치게 주었기 때문이 아니에요. 어떤 마음과 손길이었으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하는 말은 모두 씨뿌리기와 같다는 뜻입니다. 내가 나한테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 내 삶을 스스로 바꾼다는 뜻입니다. 내 마음에 어떤 생각을 씨앗으로 심느냐에 따라 내 하루가 달라진다는 뜻이고, 내 꿈을 스스로 어떻게 지으려 하느냐에 따로 오늘 내 몸짓이 거듭난다는 뜻입니다.
내 말씨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 마음씨를 헤아려야 합니다. 내 맵씨(맵시)를 보아야 합니다. 씨앗은 바람을 타고 하늘을 가릅니다. 어미나무에서 홀로 떨어진 씨앗은, 그야말로 홀가분한 몸으로 바람을 타면서 어디로든 날아갑니다. 어미나무 곁에 머물 수 있고, 어미나무한테서 아주 멀리 떨어진 데까지 구름과 함께 날아갈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든 다 기쁩니다. 어디에서든 씨앗은 싹이 틉니다. 이리하여, 씨앗 한 톨은 “무엇이든, 언제나,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를 나타냅니다. 말 그대로 ‘가능성’입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자리(마음밭)에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을 지어서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 씨앗을 바람(내 숨결)이 실어서 나르지요. 내가 심은 씨앗을 바람이 보살피지요. 내가 심은 씨앗은 바람을 마시면서 크지요. 내가 심은 씨앗은 바람 따라 춤을 추면서 곱게 줄기를 올리고 꽃대를 뻗어 새로운 열매(새로운 씨앗)를 맺지요.
씨앗은 제 몸을 녹여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씨앗은 단단하고 야무지면서 새까만 알갱이를 ‘허물’처럼 벗고서 새로운 ‘나비’로 태어납니다. 씨앗은 스스로 ‘씨앗이라는 몸’을 벗기에 ‘새로운 열매’가 되는 길에 나섭니다. 먼저 조그맣게 싹이 돋고, 뿌리를 내리며, 줄기를 올리고, 잎을 틔우다가, 꽃을 터뜨리고, 열매를 맺습니다. 씨앗 한 톨에서 우주가 태어납니다. 작은 씨앗 하나에서 온누리가 열립니다. ‘씨앗’은 ‘작은 점’이면서 “할 수 있음(가능성)”이요, ‘첫걸음’입니다. 4348.2.3.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