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주인 1
시노하라 우미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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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62



책을 읽는 사람

― 도서관의 주인 1

 시노하라 우미하루 글·그림

 윤지은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2.7.15.



  책은 누구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책을 쓴 사람이 임자라 할 만할까요, 책을 펴낸 사람이 임자라 할 만할까요, 아니면 책을 사고파는 책방지기가 임자라 할 만할까요. 아니면 책을 장만해서 읽는 사람이 임자라 할 만할까요.


  임자는 한 사람일 수 있으나, 한 사람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온누리 모든 책은 ‘책을 쓴 사람’한테서 비롯할 테지만, 책을 써서 엮고 펴내면, 이때부터는 이 책을 다루거나 마주하는 모든 사람이 임자가 됩니다.


  책을 쓴 사람은 이웃과 어우러지는 삶에서 슬기를 얻기에 책을 쓸 수 있습니다. 책을 펴내는 사람은 새로운 이야기를 이웃과 나눈다는 마음이기에 책을 펴낼 수 있습니다. 책을 사고파는 사람은 이웃한테 새로운 이야기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이기에 책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기쁘게 맞아들일 수 있구나 하고 여기면서 한 권 두 권 꾸준히 책을 장만할 수 있습니다.



- “여기에 있는 책을 모두 읽기라도 했어? 읽어 본 적도 없는 책을 우습게 여기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군!” (10쪽)

- “당신이 책을 고르는 게 아냐. 책이 당신을 선택한 거지.” (22쪽)





  시노하라 우미하루 님이 빚은 만화책 《도서관의 주인》(대원씨아이,2012) 첫째 권을 읽습니다. 도서관이라는 곳을 놓고 볼 적에 누가 ‘임자’인가를 보여주는 만화책입니다. 도서관은 어떠한 곳인가를 밝히는 만화책이고, 도서관이 맡는 몫을 보여주는 만화책이며, 도서관에서 만나는 책이 우리 삶과 어떻게 잇닿는가 하는 대목을 이야기하는 만화책입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도서관은 ‘시험공부 하는 데’가 아닙니다. 도서관은 ‘내 것이 아니니까 아무렇게나 다루어도 되는 책’이 있는 데가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행정을 맡는 사람은 책을 몰라도 되지 않으며, 대학교를 마쳤다거나 직급이 높다고 해서 관장 자리를 잘 지킬 수 있지 않습니다.


  책을 아끼거나 사랑할 줄 알아야 도서관을 지킬 수 있다고 할 텐데, 책에 먼지가 앉지 않도록 하거나 책이 안 다치게 하는 일이 ‘책사랑’이 아닙니다. 책에 깃든 숨결을 이웃과 살가이 나누는 몸짓이 책사랑입니다.



- “이 막대한 책 속에서 자기만의 한 권을 발견하는 것, 완전히 보물찾기잖아. 그 즐거움을 빼앗으면 어쩌자는 거야!” (33쪽)

- “어쩐지 다 읽어 버리면 아까울 것 같아.” “안심해. 《보물섬》을 다 읽으면, 또 새로운 책을 빌리러 오면 돼. 여기에는 이렇게나 너를 기다리는 책이 많아.” (40∼41쪽)



  책을 읽는 사람은 줄거리를 꿰는 사람이 아닙니다. 온갖 책을 잔뜩 읽었기에 ‘책을 읽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지식을 쌓으려고 읽는 책이 아닙니다. 삶을 가꾸는 길에 동무로 삼으려고 만나는 책입니다. 읽고 또 읽는 책이 아니라, 읽으면서 웃으려는 책이요, 읽는 동안 생각을 새롭게 깨우려고 하는 책입니다.


  어느 책 한 권을 마쳤으면 다른 책이 기다리겠지요. 그러나, 어느 책 한 권을 다시 읽어도 새로운 이야기가 흐릅니다. 읽은 책을 되읽으면서 새로운 숨결이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한테는 더 많은 책이 있어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는 마음을 살찌울 책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는 푸른 숲과 같은 책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처럼, 도서관은 푸른 숨결 그득한 책을 건사하는 곳입니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에 찾아드는 새처럼, 도서관을 지키는 임자란 맑게 노래하고 밝게 웃는 숨결입니다.





- “무슨 소리야? 여기는 자습실이 아니야. 도서관이다. 너희들처럼 여기 책을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 녀석들이 자리를 잡아도 되는 시험공부 장소가 아니라고!” (61쪽)

- “아저씨가 말하는 건 도서관이 아니에요. 그냥 책이 들어 있는 상자야!” (78쪽)



  만화책 《도서관의 주인》을 곰곰이 헤아립니다. 책을 한결 깊고 넓게 마주하려는 눈길이나 손길이 잘 드러납니다. 다만, 조금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도서관에 깃드는 책은 수만 수십만 수백만 권이지만, 이 모든 책을 골고루 다루지 않아도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밝힐 수 있고, 도서관에 깃든 책이 우리 삶을 어떻게 어루만지는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수북한 책더미가 아닌, 온누리를 찬찬히 밝히는 별빛 같은 책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아닌, 온누리를 저마다 밝히는 숨결입니다. 여기 한 사람이 있어 책 한 권을 만나고, 저기 두 사람이 있어 책 두 권을 마주합니다. 책을 쓰다듬는 손길이 따사롭습니다. 4348.2.3.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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