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네 빵집
가코 사토시 글 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 고슴도치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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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4



함께 짓는 밥

― 까마귀네 빵집

 가코 사토시 글·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고슴도치 펴냄, 2002.11.20.



  어머니는 요리사가 아닙니다. 아버지도 요리사가 아닙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어머니이고, 아버지는 언제나 아버지입니다. 밥집을 차려서 밥장사를 하더라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요리사가 아닙니다. 가게에서는 일꾼이되, 집에서는 늘 사랑스러운 어버이입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차려 주는 밥은 ‘요리사로서 맛을 뽐내는 밥’이 아니라, ‘어버이로서 사랑을 담는 밥’입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사랑을 담아서 나누어 주는 밥을 먹으면서 몸과 마음이 부쩍 자랍니다. 사랑을 먹으면서 사랑을 누리고, 사랑을 받으면서 사랑을 키웁니다.



.. 까마귀네 빵집에 아주 작고 귀여운 아기 새 네 마리가 태어났어. 그런데 이 아기 까마귀들의 색깔이 까맣지가 않고 저마다 달랐지 뭐야. 하지만 아저씨와 아줌마는 싱글벙글 기뻐하며 네 마리 아기 까마귀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어 ..  (4쪽)





  아이를 낳은 어버이도 예전에는 아이였습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줄 수 있는 까닭은 지난날 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받을 적에 따사로운 삶이 되는 줄 몸과 마음으로 깊이 느꼈으니, 이 사랑을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때로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제대로 못 받았을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그러니까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자란 어른일 때에는, 사랑을 못 받은 아쉬움을 곰곰이 돌아보면서, ‘내가 못 받았으니 우리 아이들한테도 안 준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못 받은 사랑까지 더해서 우리 아이들한테 더 너그럽고 따사로이 사랑을 새로 짓자’는 생각이 됩니다.


  나한테 사랑을 제대로 베풀지 못한 어버이라면, 그분 스스로 ‘사랑을 주기 싫어서 안 주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모두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을 테지요. 다치거나 아파서 미처 사랑에 마음을 기울이지 못했을 테지요.



.. “초콜릿과 레몬이는 언제나 이상하게 생긴 빵만 먹는다니까!” “그래, 이 빵은 세상에서 우리 아빠 말고는 아무도 구울 수 없는 귀한 빵이야. 얼마나 맛있는데!” ..  (10쪽)





  가코 사토시 님이 빚은 그림책 《까마귀네 빵집》(고슴도치,2002)을 읽습니다. 《까마귀네 빵집》에 나오는 어미 까마귀는 아이를 넷 낳습니다. 네 아이는 ‘까만 까마귀’가 아닙니다. 다 다른 몸빛으로 태어난 아이입니다. 까마귀한테서 어떻게 ‘까만 몸빛’ 아닌 ‘노란 몸빛’이나 ‘하얀 몸빛’인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까마귀이기 때문에 늘 까만 몸빛이어야 할 까닭도 없어요. 까마귀라면 다 똑같이 까마귀일 뿐입니다.


  사람은 모두 사람입니다. 사람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빨강머리이든 노랑머리이든 까망머리이든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사랑을 받아서 태어나고,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며, 사랑을 나누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어린 까마귀는 언제나 사랑을 받습니다. 어미 까마귀는 언제나 사랑을 나누어 줍니다. 갓난쟁이 까마귀를 보살피느라 바쁜 탓에 어미 까마귀가 꾸리는 빵집은 여러모로 어수선하고 어설프기도 하지만, 둘레 이웃은 이들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사랑받고 자란 어미 까마귀는 조금씩 철이 들고, 어느덧 어버이 일손을 거들 수 있습니다. 어버이 둘이서만 애쓰던 빵집에 네 아이가 힘을 보태면서, 이제 ‘까마귀네 빵집’은 새로운 보금자리로 거듭납니다.



.. 까마귀네 빵집 식구들은 모두 모여 낑낑대며 밀가루를 반죽했어. 그러고는 둥글둥글 납작납작 빵 모양을 냈지 ..  (13쪽)



  아이들은 어버이를 곁에서 지켜봅니다. 아이들은 어버이와 함께 삶을 짓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찾겠다는 뜻이 아니라, 어버이와 함께 제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삶을 누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솜씨 좋은 일꾼이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처럼 둘레에 사랑을 나누어 주는 아름다운 숨결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직업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전문가나 기술자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면 넉넉합니다. 서로 돕고 아낄 줄 아는 따사로운 마음을 다스려야 할 아이들입니다.


  함께 짓는 밥이고, 함께 나누는 밥이며, 함께 먹는 밥입니다. 바람을 함께 마십니다. 별빛과 햇볕을 함께 받습니다. 싱그러이 흐르는 냇물에 함께 멱을 감고, 함께 냇물을 길어 마시며, 이 냇물은 들과 숲을 골고루 적십니다.


  그림책 《까마귀네 빵집》은 ‘온갖 빵을 먹음직스레 잘 굽는 빵집’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이 되어 사랑스럽게 보금자리를 가꾸는 이야기를 가만히 보여줍니다. 4348.1.3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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