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20. 이 사진 한 장을 보면
이 사진 한 장을 보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면, 또 내 이웃이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면, 내 마음속에 어떤 이야기가 떠오를까요. 사진을 보자마자 어떤 이야기가 떠오를 수 있고,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고 난 뒤에 이야기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재빠르게 떠오르는 사진이 하나 있고, 이야기가 천천히 떠오르는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면 가만히 헤아려 보셔요. 이야기가 재빨리 떠오를 만한 사진이 내 마음을 끄는가요, 오래도록 지켜보고 나서야 이야기가 떠오를 만한 사진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가요?
더 낫거나 더 좋은 사진은 따로 없습니다. 이야기가 선뜻 떠오른 대서 더 나은 사진이 아닙니다. 두고 두고 보면서 천천히 이야기가 피어오르기에 더 좋은 사진이 아닙니다.
더 나은 사진이 없으며, 더 좋은 사진이 없습니다. 모두 사진입니다. 모두 이야기를 품은 사진입니다. 그러니까, 사진을 찍을 적에는 사진에 어떤 이야기를 심으려 하는지를 생각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한테 잘 보이려는 사진이 아닌, 내 마음에서 자랄 이야기를 찬찬히 생각해서 사진기 단추를 찰칵 누르면 됩니다. 4348.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