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아파요 - 우리가 모르는 31가지 신음하는 바다 이야기 두레아이들 교양서 8
얀 리고 지음, 이충호 옮김 / 두레아이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숲책 읽기 69



바다를 살리는 길을 생각한다

― 바다가 아파요

 얀 리고 글

 비오스포토 사진

 이충호 옮김

 두레아이들 펴냄, 2015.1.15.



  손수 지어서 먹는 사람은 지나치게 먹는 일이 없습니다. 손수 짓지 않는 사람 가운데 알맞게 먹는 사람이 퍽 많지만, 손수 짓지 않을 적에는 으레 지나치게 먹는 일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손수 짓지 않기 때문입니다.


  손수 지어서 먹지 않는 사람은, 알맞게 차려서 먹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이를테면, 바깥에서 돈을 내고 사다가 먹는 밥은 내 몸에 알맞게 먹기가 어렵습니다. 집에서 손수 지어서 밥을 차릴 적에는 내가 먹을 만큼 거두어서 내가 먹을 만큼 차리지만, 밥집에서는 ‘1인분 얼마’ 하는 투로 모두 똑같이 차리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밥쓰레기(음식물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까닭은, 그만큼 식당과 급식실이 많기 때문입니다. 손수 거두어서 밥을 짓는 삶이 아니라, 돈을 치러서 남이 차린 밥을 사다가 먹는 얼거리이기 때문입니다. 밥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밥쓰레기는 흙을 살리는 거름이 될까요. 아니면 그저 쓰레기가 되어 이 땅을 더럽히거나 어지럽힐까요.




.. 바다는 아주 너그러워요. 우리는 바다에서 식량과 에너지, 원자재뿐만 아니라 즐거움까지 얻어요. 해마다 바다에서 직접 잡는 해산물은 9500만 톤이나 되고, 양식을 통해 얻는 해산물도 4500만 톤이나 됩니다 … 개발 방법 자체가 자원과 생태계를 망치거나 파괴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가정과 공장, 도시 지역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폐기물도 바다를 크게 오염시키고 있어요 ..  (13, 14쪽)



  풀잎이 시들면 흙으로 돌아갑니다. 나뭇잎이 떨어지면 흙으로 돌아갑니다. 풀잎이 아무리 우거졌다 하더라도 겨울을 지나면서 이 풀잎은 모조리 사라집니다. 나무 한 그루에서 가랑잎이 아무리 많이 떨어져도 이 많은 가랑잎은 이듬해에 모두 사라집니다. 참말 몽땅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흙에서 얻은 기운으로 살다가 흙한테 모두 돌려주는 풀과 나무입니다. 풀벌레도 숲짐승도 모두 매한가지입니다. 지구별에서 아주 많은 풀벌레와 숲짐승이 나고 자라며 죽었어도 풀벌레 주검이나 숲짐승 주검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난다든지 땅이 비좁다든지 하는 일이 없습니다. 풀벌레와 숲짐승은 기쁘게 태어나서 기쁘게 살다가 기쁘게 돌아가면서 지구별이 아름답도록 이끕니다.


  사람은 지구별에서 무엇을 하는지 돌아봅니다. 사람은 지구별에서 기쁘게 태어나는가요? 사람은 지구별에서 기쁘게 사는가요? 사람은 지구별에서 기쁘게 숨을 거두어 흙으로 돌아가서, 이 지구별을 다시 기쁘게 북돋울까요?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오롯이 기쁨일 텐데, 이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지 못한 채 학원에 갇히고 학교에 얽매입니다. 기쁨으로 자라야 할 아이들이지만, 대학입시와 학원수업과 과외 따위로 몸과 마음이 메마릅니다. 씨앗을 심을 줄 모르고, 씨앗을 심을 땅도 없습니다. 손전화와 컴퓨터와 게임과 인터넷 따위는 있지만, 땅 한 뼘조차 없고 ‘내 나무’마저 없어요.




.. 동물 플랑크톤은 식물 플랑크톤이 만든 영양 물질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동물 플랑크톤은 다시 물고기와 고래의 먹이가 됩니다. 생태계의 균형을 깨는 일이 일어나 이런 연결 고리 중 어느 하나에라도 영향을 미치면, 이 짧은 먹이사슬은 금방 끊어질 수 있어요 … 강물에는 영양 물질이 많이 실려 오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식물이 아주 많이 그리고 빨리 자랍니다. 울창하게 자란 식물은 새들에게 둥지를 지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데, 특히 지나가다 잠시 들른 철새에게도 매우 소중한 보금자리를 제공하죠 ..  (21, 35쪽)



  얀 리고 님이 글을 쓰고, 비오스포토 사진으로 엮은 《바다가 아파요》(두레아이들,2015)를 읽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바다가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어린이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어 바다살이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어른도 ‘환경책’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을 더러 읽습니다. 어른도 탄소배출이라든지 이산화탄소라든지 온난화라든지 해수면상승이라든지 이것저것 지식을 머리에 담습니다. 어른이라면 그린이니 녹색이니 초록이니 하는 말을 어느 만큼 압니다. 다만, 이러한 여러 가지를 지식으로 머리에 담기는 하지만, 막상 몸으로는 잘 안 움직입니다.




.. 맹그로브 숲이 무성하게 자란 곳은 해안 침식을 막아 주고 폭풍 피해도 줄여 줍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해안 지역을 개발하면서 맹그로브 숲이 신음하고 있어요. 무분별하게 세워지는 주택과 관광지, 그리고 염전, 양식, 오염이 그 주범이에요 …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야생 동물은 열대 관상어예요. 프랑스만 해도 개인 수족관에 들어 있는 바닷물고기는 약 100만 마리나 된다고 해요 ..  (40, 55쪽)



  한국말에 ‘쓰레기’가 있기는 하지만, 막상 한국 사회에는 쓰레기가 없었습니다. 쓰레기라는 것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아마 한국 사회에 쓰레기가 생긴 때를 돌아보자면, 새마을운동이 불거진 무렵이지 싶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도 쓰레기란 있을 수 없었습니다.


  비닐봉지를 함부로 쓰는 사람이 없었고, 플라스틱 쪼가리를 함부로 다루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한국 사회에 휘몰아치면서 끔찍한 바람이 불기 앞서까지, 사람들은 ‘재활용’이라는 말을 몰랐어도 스스로 아끼고 가꾸면서 살리는 하루를 누렸습니다. 종이 한 장을 알뜰히 건사했고, 밥을 손수 지었습니다. 된장이든 고추장이든 간장이든 손수 담가서 먹었습니다. 손수 담근 된장을 항아리에 담아서 쓰면 플라스틱 통을 쓸 일이 없고, 쓰레기가 나와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밥을 먹으려고 절구를 찧어 겨를 벗기면, 쌀겨는 소한테 주든 흙한테 주든 닭우리에 깔든, 쓸 곳이 많습니다. 능금이나 배를 오래 건사하려고 나무로 짠 궤짝에 겨를 담아서 능금알이나 배알을 묻기도 합니다. 벼알을 훑고 남은 볏짚은 새끼를 꼬거나 신을 삼습니다. 짚신을 신으며 살다가 신이 낡으면 두엄자리에 두면 됩니다. 그냥 밭고랑에 두어도 돼요. 예부터 한겨레 옷은 흙에서 자란 모시와 삼한테서 얻은 섬유질을 고르고 다듬어서 물레를 자아 실을 얻어서 베틀을 밟고 천을 짠 뒤에 바느질로 기웠으니, 옷을 오래 입어 아주 낡아서 못 쓸 만하면 걸레로 삼다가, 걸레로도 못 쓸 만하면 두엄자리에 두었지요. 흙에서 온 옷은 흙으로 돌아갑니다.




.. 해마다 바다로 들어가는 기름이 약 600만 톤이나 되기 때문에, 기름 오염은 가장 중요한 해양 오염이에요 … 고의로 기름을 바다에 버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실제로 유조선의 기름 탱크를 청소하는 비용을 아끼려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바닷물로 기름 탱크를 씻는 일도 종종 있어요. 또 어떤 배는 엔진에서 나온 기름 찌꺼기를 바다에 그냥 버리기도 하죠 ..  (87, 88쪽)



  쓰레기가 없던 한국 사회에 새마을운동과 함께 쓰레기가 태어납니다. 짚으로 얹은 지붕이 슬레트지붕(석면지붕)으로 바뀌면서, 슬레트(석면)는 끔찍한 쓰레기가 됩니다. 흙바닥이던 고샅길은 천 해 만 해 고이 잇던 길이지만, 이 길을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깔면 열 해나 스무 해쯤 지나면 파이고 까져서 다시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깔아야 하는데, 예전 부스러기는 모두 쓰레기입니다. 하수도를 고치느니 전깃줄을 파묻느니 이것저것 하면서 도시에서는 길바닥을 으레 까부숩니다. 아파트가 낡아서 새로 짓는다면서 어마어마한 시멘트 쓰레기가 나옵니다. 이 엄청난 쓰레기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오늘날에도 이 엄청난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핵발전소를 돌리면서 나오는 핵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이야기책 《바다가 아파요》는 바다가 아픈 모습을 여러 갈래로 살피면서 알려줍니다. 지구사람 스스로 망가뜨리는 바다가 어떻게 아픈지 낱낱이 보여줍니다.


  아픈 바다는 누가 아프게 했을까요. 미국이 아프게 했을까요, 프랑스가 아프게 했을까요. 일본이 아프게 했을까요, 중국이 아프게 했을까요. 한국에서는 이 나라 바다를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요.


  도시에서는 공장 폐수와 매연뿐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로 땅과 물을 모두 망가뜨립니다. 시골에서는 농약과 비료와 항생제로 땅과 물을 모두 무너뜨립니다. 현대 사회는 관광지와 골프장과 경기장을 뽐내면서 땅과 물을 모두 뒤흔듭니다. 멋진 영화를 찍고, 영어마을을 만들며, 이런 고속도로와 저런 기찻길을 닦는데다가, 호텔이나 공항이나 공장을 더 늘려야 하니 땅과 물을 모두 갈아엎습니다.



.. 전 세계의 어부들 중 98%는 전통적 방식의 어업을 하고 있어요. 이들은 적은 양의 물고기만 잡아 가족과 먹고, 남은 것을 현지 시장에 내다 팔아요. 이것은 지속 가능한 어업이죠 … 바다 양식에서는 주로 포식 물고기를 길러요. 그래서 다른 야생 물고기를 많이 잡아 먹이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것은 남획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요. 게다가 양식장에서 새어 나온 배설물과 병균, 화학물질, 항생제 등이 주변 바다로 흘러들죠..  (109, 130쪽)



  바다를 살리는 길은 쉽습니다. 땅을 살리면 바다가 함께 삽니다. 땅을 살리는 길은 쉽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내 삶을 살리면 땅이 함께 삽니다. 우리가 저마다 내 삶을 살리는 길은 쉽습니다. 하루를 손수 짓도록 마음을 기울이고, 언제나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일과 놀이를 누리면 됩니다.


  삶을 손수 짓기 않기에 돈에 기대고, 돈에 기대면서 쓰레기가 불거지며, 쓰레기가 불거지니 땅과 물을 모두 어지럽힙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하는 도시 문명 사회가 되기에, 뭍에서는 숲을 망가뜨리고 들을 어지럽힙니다. 비가 내리고 냇물이 흐를 적에 숲에서 기름진 흙과 모래가 조금씩 바다로 흘러들면서 바다가 새롭게 숨을 쉬면서 아름다울 수 있는데, 뭍은 뭍대로 망가지고 바다는 바다대로 온갖 새로운 쓰레기와 기름덩어리 때문에 망가집니다.


  농약 한 방울은 뭍을 거쳐 냇물을 타고 바다로 스며듭니다. 전쟁무기와 군부대는 이 땅에서 평화를 밀어낼 뿐 아니라 조용하고 아름다운 들과 숲을 망가뜨려서 바다고 망가뜨립니다. 사람들이 따순 사랑으로 땅을 아낄 적에 이 손길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바다가 살아납니다. 사람들이 넉넉한 사랑으로 땅을 가꿀 적에 이 손길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바다가 깨끗합니다. 바다가 아파서 앓는 소리뿐 아니라 땅이 아파서 앓는 소리를 너와 내가 함께 들을 수 있기를 비손합니다. 4348.1.1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숲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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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1-1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어렸을 때 생각하니 그러하네요.
요즘 쓰레기 버리려고 보면 정말 많이 나와요.

숲노래 2015-01-10 21:13   좋아요 0 | URL
우리 사회가
우리한테 `쓰레기를 사들이고 자꾸 버리도록` 길들이는 얼거리가 되어서
꼼짝달싹 못하도록 옭아매는구나 하고 느껴요.
이 사슬에서 풀려나기란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이 사슬을 풀어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