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다듬기를 할 적에
출판사에 넘길 글을 마무리지었지만, 출판사에 넘기기 앞서 글다듬기를 해야 한다. 여느 글이라면 가볍게 넘긴 뒤, 교정지를 뽑아서 나중에 찬찬히 살필 만하지만, ‘한국말사전’ 원고인 터라 두 차례 세 차례 거듭 글다듬기를 한다. 이제 끝났구나 하고 생각하다가도 한 번 더 살피자고 생각하고, 한 번 더 살피다 보면 어디에선가 잘못 적은 대목이 눈에 뜨인다. 날마다 원고지 1000장 남짓 찬찬히 되읽는다. 되읽고 또 되읽으니 보기글 한 줄을 한결 매끄럽게 손볼 수 있고, 되읽고 거듭 되읽으니 풀이말을 한결 짤막하면서 손쉽게 가다듬을 수 있다. 아이들을 재운 뒤 살며시 일어나서 글다듬기를 더 하다가 눈꺼풀이 자꾸 감긴다. 눈에 힘을 주고 기지개를 켜지만 등허리가 결리다. 이때에는 하는 수 없다. 쉬어야 한다. 바깥바람을 쐬거나 물을 마시면서 기운을 찾을 수 있기도 할 테지만, 받침과 토씨가 올바로 붙었나 살피는 글다듬기를 하는 만큼 온몸이 말끔해야 하고, 결리거나 쑤시는 데가 없을 때에 이 일을 해야 한다. 아쉽지만 몇 시간 드러누워서 등허리를 펴야겠다. 겨울비가 촉촉히 내리면서 들을 적시는 고흥 시골자락이다. 밤바람이 제법 포근하다. 4348.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