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8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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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다카스기> 8권은 엉터리 편집 때문에 점수를 낮게 줄 수밖에 없다. 참으로 어이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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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45



살림꾼과 살림꾼 아닌 사람

―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 8

 야나하라 노조미 글·그림

 채다인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4.12.25.



  야나하라 노조미 님이 빚은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AK커뮤니케이션즈,2014) 여덟째 권을 읽는데, 곳곳에 일본말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 첫 쪽부터 끝 쪽까지 이러한 엮음새이다 보니, 이는 참 얄궂구나 싶어요. 아무래도 금이나 줄이나 톤 자리에 온통 ‘일본말로 느낌말이나 소리말’로 적은 만화책이라 도무지 손을 쓸 수 없구나 싶어서 그대로 둔 듯한데, 이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번역을 안 해야 마땅한 노릇입니다. 아니면 ‘한일대역’으로 읽으라는 뜻일까요?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은 글(대사)이 많아서 말풍선에 글이 깨알처럼 들어가는데, ‘한국말로 느낌말이나 소리말’을 적은 옆에 일본말이 고스란히 나오니, 책이 몹시 어수선합니다. 다른 만화책은 어쩌다가 한두 칸에 이런 잘못이 드러난다지만, 통째로 이렇게 한다면, 책을 읽는 사람(독자)을 바보로 아는 꼴이 됩니다.



- “맛있죠? 치킨 갈릭 소테예요.” “연락 받고 나서 만드신 건가요?” “금방 만들어요. 재워 두는 것이 포인트예요. 그런 의미에서는 시간이 걸리지만요.” (15∼16쪽)

- “시간이란 건 위대하죠. 음식도 맛있게 해 주고요. 멈춰버려 막히는 건 곤란하지만, 흐르는 시간은 많은 걸 씻겨 주니까요. 일그러짐이나 비뚤어진 마음을 흘려보내고, 진실한 마음만 남는 거죠.” (19∼20쪽)





  만화책 《다카스기 家의 도시락》에 나오는 쿠루리는 수학여행을 가는 날, ‘수학여행 가방 챙기기’보다 ‘수학여행을 가서 쿠루리가 집을 비우는 동안, 집에 남은 사람이 할 일 적기’에 마음을 쏟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쿠루리는 어엿한 살림꾼입니다. 아니, 쿠루리와 함께 사는 하루미가 서툴거나 어설픈 아저씨라고 할 만합니다. 미덥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쪽글을 남길 테니까요. 그러나, 미덥지 못한 한편 믿음직하기에 쪽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살림꾼이 못 되는 하루미이지만, 쪽글에 적은 대로 알뜰히 해낼 수 있으리라 믿으니 쪽글을 남기지요.



- “쿠루리(久留里)라는 이름은, 오랫동안(久) 마을(里)에 머무른다(留)고, 계속 있고 싶은 곳, 고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엄마가 지어 준 거야.” (41쪽)

- “먹는 것에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 보니 반대로 다른 사람보다 건강한 편이에요.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이랑 딱 맞는달까요? 편의점 신상품도 계절한정 과자와도 인연이 없는 생활을 하면 타인의 언동에 좌우되지 않는 마음을 가지게 되죠.” (75쪽)





  살림을 잘 하기에 살림꾼입니다. 살림을 잘 못하기에 살림꾼이 아닙니다. 그러면, 누가 살림꾼일까요? 살림꾼은 누가 될까요? 처음부터 살림꾼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을까요? 처음부터 살림꾼이 안 될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살림에 마음을 기울여서 요모조모 살피고 다스리는 사람이 살림꾼입니다. 살림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아 이것도 저것도 살피지 못하고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안 살림꾼’입니다.


  누구나 저마다 마음을 기울이는 일을 잘 합니다. 누구나 저마다 마음을 안 기울이는 일을 제대로 못합니다. 글쓰기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글을 잘 쓰고, 사진찍기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사진을 잘 찍습니다. 회사일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회사일을 잘 할 테고, 장사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장사를 잘 합니다. 텃밭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텃밭을 잘 가꾸고, 바느질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바느질을 잘 해요.





- “그럼 이건 다른 분들이랑 나눠 먹어도 되죠?” “응.” “웬일로 귀여운 봉투에 담았네.” (122쪽)

- ‘쿠루리 손은 아직 이렇게 작잖니. 그러니까 아직 못하는 게 당연해. 괜찮아. 엄마만큼 커지면 뭐든지 할 수 있단다.’ (130쪽)



  날마다 밥을 먹습니다. 날마다 밥을 차려서 먹습니다. 내가 밥을 차리든 누군가 밥을 차려야 날마다 밥을 먹습니다. 날마다 밥을 차리는 사람은 밥 한 그릇에 사랑과 즐거움을 담을 수 있지만, 날마다 지겹거나 따분하다는 생각을 밥 한 그릇에 담을 수 있습니다. 날마다 일터에 가는 사람은 날마다 즐거움과 사랑을 담아서 바깥일을 할 수 있지만, 날마다 지겹거나 따분하다는 생각으로 바깥일을 겨우겨우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어느 길에 서든 똑같습니다. 어느 길에 서든 마음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마음을 즐거운 숨결로 다스리는 사람은 즐거운 숨결이 피어나는 하루가 됩니다. 마음을 지겨운 투정으로 다스리는 사람은 지겨운 투정이 퍼지는 하루가 됩니다.


  처음부터 살림꾼인 사람은 없고, 처음부터 살림을 못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평화로운 지구별은 아니었고, 처음부터 전쟁무기가 가득하던 지구별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기울이는 데에 따라, 우리 보금자리와 마을과 나라와 지구별이 모두 달라집니다. 4348.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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