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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달걀에서 나온 수탉 ㅣ 내 아이가 읽는 책 2
나탈리 라코스트 그림, 디안느 바바라 글, 이경수 옮김 / 제삼기획 / 2001년 12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67
씩씩한 아이들과 함께
― 반쪽달걀에서 나온 수탉
디안느 바바라 글
나탈리 라코스트 그림
편집부 옮김
제삼기획 펴냄, 2001.12.10.
간밤에 찬물을 만지면서 부엌일을 살짝 오래 했더니 이튿날 몸이 아픈 듯합니다. 아니, 좀 아픕니다. 시골에서 살기에 아이들과 함께 저녁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기는 하지만,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는 해가 떨어지면 이내 잠자리에 들 때에 몸이 튼튼하리라 느낍니다. 해와 함께 일어나고 별과 함께 쉰다고 할까요.
몸이 아플 적에는 밥도 물도 몸에서 안 받습니다. 아픈 몸은 아무것도 안 바랍니다. 그저 쉬기를 바라고, 그저 기운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옷을 두껍게 입어도 오슬오슬 떨리고, 방바닥에 불을 넣어도 손발이 찹니다. 그렇지만 어버이는 몸이 아프더라도 밥을 지어서 아이들을 먹입니다. 밥이 몸에 안 받아 간을 보기 어렵지만 어림으로 간을 보면서 아이들한테 밥상을 차려 줍니다.
.. 옛날, 하지만 아주 먼 옛날은 아니에요. 한 아버지가 두 아들에게 달걀 반쪽씩을 나누어 주었어요. 큰아들은 달걀 반쪽을 먹어 버렸어요. 그렇지만 작은아들은 달걀 반쪽을 품어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품고, 또 품었어요. 그랬더니 그 달걀 속에서 ‘톡, 톡’ 소리가 나면서, 반짝달걀수탉이 알을 깨고 나왔어요 .. (2쪽)
우리 둘레를 살펴보면 으레 ‘안 아픈 사람’한테 모든 것을 맞춥니다. 버스이든 전철이든 안 아프거나 안 힘든 사람한테 맞춥니다. 아프거나 힘든 사람은 걸음이 느리거나 굼뜰 텐데, 느리거나 굼뜨게 움직이는 사람을 보는 ‘안 아픈 사람’은 자꾸 눈치를 주어요. 기다리지 못합니다.
건물마다 높다랗게 놓는 계단은 ‘안 아픈 사람’한테는 대수롭지 않으나, 아프거나 힘들거나 늙은 사람한테는 몹시 대수롭습니다. 벅차거나 힘겹지요.
공장에서든 공공기관에서든 학교에서든 늘 ‘안 아픈 사람’한테만 맞춥니다. 일자리와 배움자리 모두 ‘안 아픈 사람’이 일하기에 알맞는 얼거리요 ‘안 아픈 사람’이 배우도록 하는 얼거리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롸 문화와 정치와 경제는 모두 ‘안 아픈 사람’끼리 맺고 짜고 얽는 흐름이라고 할까요.
.. 주인의 말대로 반쪽달걀수탉은 도둑을 찾아 나섰어요. 한참을 가다가, 반쪽달걀수탉은 늑대를 만났어요. 늑대가 수탉에게 물었어요. “어디를 그렇게 서둘러 가고 있니?” “나랑 같이 가. 따라와 보면 알게 될 거야!” 늑대가 반쪽달걀수탉을 따라 나섰어요. 한 시간쯤 지났어요. 쉬지 않고 달려가다가, 너무나 지쳐 버린 늑대가 헉헉대며 말했어요. “어휴, 반쪽달걀수탉아, 힘들어서 더는 못 가겠어. 좀 쉬어야겠어!” “그러면 내 엉덩이 뒤로 들어와. 내가 데리고 갈게!” 반쪽달걀수탉은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어요 .. (6쪽)
디안느 바바라 님이 글을 쓰고, 나탈리 라코스트 님이 그림을 넣은 재미난 그림책 《반쪽달걀에서 나온 수탉》(제삼기획,2001)을 읽습니다. 반쪽달걀에서 깨어난 수탉이라니, 이 아이는 ‘반쪽이’라 할 만하군요. 반쪽에서 깨어났으니까요.
그런데 달걀 한 알에서 두 목숨이 태어난다고 할 적에는 둘이 ‘반쪽과 반쪽’이라 하지 않습니다. 쌍둥이라 합니다. 사람도 두쌍둥이와 세쌍둥이가 있어요. 씨앗 하나에서 여럿이 태어나기도 합니다.
반쪽이나 쌍둥이는 힘이 여릴 수 있습니다. 반쪽이나 쌍둥이가 아닌 ‘한쪽이’가 힘이 여릴 수 있습니다. 반쪽이로 태어났기에 힘이 여리지 않고, 반쪽이로 태어날 적에 힘이 세지 않습니다. 반쪽이는 그저 반쪽이일 뿐입니다.
.. 도둑과 부인은 수탉을 사이에 놓고 힘껏 눌렀어요. 반쪽달걀수탉은 소리를 질렀어요. “말벌들아, 말벌들아! 어서 나와 나를 구해 줘. 안 그러면 우리 모두 죽게 돼!” 말벌들은 쏜살같이 튀어나와 도둑과 부인을 쏘아대기 시작했어요 .. (23쪽)
그림책 《반쪽달걀에서 나온 수탉》에 나오는 반쪽이는 몹시 씩씩합니다. 이 아이가 태어나도록 돌본 사람 말만 따르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기운이 넘치고, 누구보다 슬기로우며, 누구보다 야무집니다. 반쪽이는 어떻게 기운과 슬기로움과 야무진 매무새를 갖출 수 있을까요?
반쪽이는 사랑을 받아 태어났습니다. 사랑 가운데에서도 더 따스하고 포근하면서 살가운 사랑을 받아 태어났습니다. 알뜰히 돌보는 사랑 가운데에서도 더욱 아끼고 보살피는 사랑을 받아 태어났어요.
지구별 모든 아이는 사랑을 받아 태어납니다. 지구별 모든 아이는 앞으로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숨결입니다. 입시지옥에 시달리거나 시험기계가 되어야 할 아이가 아니라, 저마다 다른 숨결을 알뜰히 북돋우면서 아름답게 커야 할 아이입니다. 지구별 모든 아이가 즐겁게 노래하고 맑게 웃을 때에 비로소 지구별 어디에나 사랑과 꿈이 흐르리라 생각합니다.
씩씩한 아이들과 사랑을 꽃피울 수 있기를 빕니다. 야무진 아이들과 꿈을 일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이를 꾸밈없이 바라보셔요. 어른이 된 내 몸도 아이로 태어나서 사랑을 받아 자란 줄 물씬 느낄 수 있기를 바라요. 우리는 모두 사랑입니다. 4347.12.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