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43) 동시적 1


그러나 한 문화의 전체를 단번에 동시적으로 제시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출발점은 임의로 잡을 수밖에 없다

《그레고리 베이트슨/김주희 옮김-네이븐》(아카넷,2002) 13쪽


 단번에 동시적으로 제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 한 번에 함께 내놓을 수는 없으므로

→ 한꺼번에 함께 내놓을 수는 없으므로

→ 한꺼번에 보여줄 수는 없으므로

→ 한 자리에서 보여줄 수는 없으므로

 …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동시적 통역”이나 “고대와 현대의 동시적 공존”이나 “동시적으로 발생한 사건” 같은 보기글이 나오는데, 이 보기글에서 ‘-적’을 떼어도 뜻이나 느낌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적’은 군더더기로 붙인 말투입니다.


 동시적 통역 → 동시 통역 → 바로 통역 . 그 자리 통역

 고대와 현대의 동시적 공존 → 고대와 현대가 함께 있음

 동시적으로 발생한 사건 → 한꺼번에 터진 일 . 같은 때에 생긴 일


  한자말 ‘동시(同時)’를 쓰기 때문에 ‘-的’을 붙인 ‘동시적’도 자꾸 쓰이지 싶습니다. 처음부터 ‘동시’라는 한자말을 말끔히 털 수 있어야 군더더기 말투도 사라질 만하지 싶습니다. 이를테면,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나 “얼굴을 보인 것은 거의 동시다”나 “문을 엶과 동시에” 같은 보기글은 “한꺼번에 일어난 일”이나 “같은 때에 일어난 일”이나 “얼굴을 보인 때는 거의 같다”나 “얼굴은 거의 똑같이 보였다”나 “문을 열면서”로 손보면 돼요. “그는 농부인 동시에 시인이다”나 “독서는 삶의 방편인 동시에 평생의 반려자” 같은 보기글은 “그는 농부이면서 시인이다”나 “책읽기는 삶길이면서 늘 길동무”처럼 손볼 만합니다.


  때와 곳에 따라 ‘함께’나 ‘한꺼번에’를 넣을 수 있고, ‘같다’나 ‘-면서(이면서)’를 넣을 수 있어요. 4337.10.11.달/4347.12.25.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러나 한 문화를 모두 한꺼번에 보여줄 수는 없으므로 맨 처음은 어떤 것이든 고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문화를 모두 한 자리에서 보여줄 수는 없으므로 처음에는 아무것이나 고를 수밖에 없다


“한 문화의 전체(全體)를”은 “한 문화를 모두”로 손보고, “제시(提示)하기는 불가능(不可能)하므로”는 “보여줄 수는 없으므로”로 손보며, ‘출발점(出發點)’은 ‘맨 처음’이나 ‘첫발’로 손봅니다. “임의(任意)로 잡을”은 “어떤 것이든 고를”이나 “아무것이나 고를”로 손질합니다. ‘단번(單番)’은 “한 번”이나 “꼭 한 번”으로 손질할 만한데, 잇달아 나오는 ‘동시적으로’를 ‘한꺼번에’로 손질한다면, 이때에는 ‘단번에’를 덜어야 알맞습니다.



동시적(同時的) : 같은 시간에 함께 하는

   - 동시적 통역 / 고대와 현대의 동시적 공존 / 동시적으로 발생한 사건

동시(同時)

1. 같은 때나 시기

   - 동시에 일어난 사건 / 얼굴을 보인 것은 거의 동시다 / 문을 엶과 동시에 

2. 어떤 사실을 겸함

   - 그는 농부인 동시에 시인이다 / 독서는 삶의 방편인 동시에 평생의 반려자


..


 '-적' 없애야 말 된다

 (1704) 동시적 2


의식의 무한한 주파수가 함께 더불어 있고 그래서 무수한 존재의 터전들이 동시적으로 현존한다

《디팩 초프라/이현주 옮김-우주 리듬을 타라》(샨티,2013) 82쪽


 동시적으로 현존한다

→ 함께 여기에 있다

→ 한자리에 있다

→ 다 같이 있다

→ 똑같이 있다

 …



  이 보기글을 보면 앞쪽에서 “함께 더불어 있고”로 적는데, 뒤쪽에서 “동시적으로 현존한다”로 적습니다. 앞쪽에서는 ‘함께’와 ‘더불어’를 잇달아 적으며 겹말이 되고, 뒤쪽에서는 이를 한자말로 옮긴 ‘동시적’을 적어요. 한편, 앞쪽에서는 한국말로 ‘있고’라 적으면서 뒤쪽에서는 한자말로 ‘현존’이라 적어요. 더욱이, “존재들의 터전들이 현존한다”처럼 적으면서 ‘존재’와 ‘현존’도 엇비슷한 한자말을 겹치기로 쓴 셈입니다.

  생각을 깊이 살필 적에는 생각만 깊이 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말과 한자말과 영어를 넘나들면서 섞어서 쓰기에 ‘깊은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4347.12.25.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끝없는 생각 주파수가 함께 있고, 그래서 숱한 넋이 깃드는 터전이 여기에 함께 있다


“의식(意識)의 무한(無限)한 주파수(周波數)”는 “끝없는 생각 주파수”나 “끝없는 생각 물결”로 손보고, “함께 더불어 있고”는 겹말이니 “함께 있고”로 손보며, “무수(無數)한 존재(存在)의 터전들이”는 “숱한 넋이 깃드는 터전이”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숨결이 깃드는 터전이”로 손봅니다. ‘현존(現存)한다’는 “있다”나 “여기에 있다”나 “이곳에 산다”나 “오늘 산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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