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마리 고양이와 별난 고양이 11마리 고양이 시리즈 5
바바 노보루 지음, 이장선 옮김 / 꿈소담이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65



우리는 모두 별나라 사람들

― 11마리 고양이와 별난 고양이

 바바 노보루 글·그림

 이장선 옮김

 꿈소담이 펴냄, 2006.6.20.



  나는 지구별에서 사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구사람’이거나 ‘지구별사람’입니다. 어떤 과학에서는 지구 말고 다른 별에는 아무 목숨이 없다고 하지만, 어떤 과학이 다른 별을 몸소 가 본 뒤에 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과학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어떤 과학으로는 저 멀리서 빛나는 별이 어떤 별이요 그 별에서는 어떤 목숨이 어떻게 사는지 못 밝힙니다. 차원이 다른 누리를 말하거나 알려줄 수도 없을 테고요.


  마음으로 가만히 헤아립니다. 내가 선 이곳에서 가만히 살핍니다. 나는 나보다 큰 다른 것을 제대로 보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와 맞물려, 나는 나보다 작은 다른 것을 제대로 보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내 눈으로는 풀잎에 깃든 모든 목숨이나 숨결을 읽지 못합니다. 내 눈으로는 밤하늘에 가득한 별빛에 깃든 모든 목숨이나 숨결을 읽지 못합니다. 오직 두 눈으로만 살피면 껍데기를 보더라도 껍데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내지 못합니다.





.. 그 다음 날. 또 물방울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나 했더니, 나뭇잎을 줍고 있습니다 ..  (11쪽)



  지구별에 개미가 몇 마리쯤 되는지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림만 할 뿐입니다. 지구별에 지렁이가 몇 마리쯤 되는지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구별에 나무가 몇 그루 있다든지, 꽃이 몇 송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들 어림만 할 테지만 어림조차 못 합니다. 지구별에 벌레가 몇 가지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고, 지구별사람 스스로 몇 가지 벌레를 날마다 없애는지 알아차리는 사람도 참으로 드뭅니다.


  다시 말하자면, 지구별사람은 지구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제대로 모릅니다. 다른 목숨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지만, 이웃이나 동무인 다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아예 눈길조차 안 둔다고 해야 옳을 수 있습니다. 지구별사람은 ‘지구별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를 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 하는 대목조차 모릅니다. 아니, ‘내가 누구인가?’ 하는 대목을 아예 생각하지 않으면서 쳇바퀴를 돕니다.





.. 다음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물방울 고양이가 냇가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물속에서 안 나오고 이썽.” “저것 봐. 물속을 걸으면서 물고기를 잡고 있어.” ..  (19쪽)



  바바 노보루 님이 빚은 그림책 《11마리 고양이와 별난 고양이》(꿈소담이,2006)를 읽습니다. 《11마리 고양이와 별난 고양이》에는 ‘별나라 고양이’가 나옵니다. 다른 별에서 온 고양이라고 합니다. 다른 별에서 온 고양이인 터라 ‘별난’ 고양이라 할 만한데, 지구별에서 바라보면 이 고양이는 ‘다른 별에서 온 고양이’일 테지만, 다른 별에서 온 고양이가 바라보기에는 지구별 고양이야말로 ‘다른 별 고양이’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고양이는 ‘별고양이’입니다. 이 별에서는 이 별 이름을 붙이는 고양이요, 저 별에서는 저 별 이름을 붙이는 고양이입니다.





.. “물방울 친구, 그럼 벌써 떠나려고?” “응. 내일 밤, 작은 곰별자리가 반짝이면 떠날 거야.” “정말 저 나뭇잎 배가 날 수 있을까?” “만약 날게 되면 우주 여행 한번 해 보고 싶다. 그렇지?” (28∼29쪽)



  온누리로 헤아리자면 별과 별은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온누리로 헤아리자면 지구별은 그저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그런데 ‘아주 작은 마을’인 지구별에서 저마다 금을 긋고는 나라가 다르다느니 겨레가 다르다느니 정부가 다르다느니 하면서 서로 따돌리거나 괴롭히기 일쑤입니다. ‘아주 작은 마을’인 지구별에서 전쟁무기를 어마어마하게 만들어서 서로 짓밟거나 다투거나 죽이는 짓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마을’인 지구별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전쟁무기를 더 만들어서 ‘이웃이란 없이’ 죽이고 괴롭혀서 1등이 되어야 하나요? 군대와 무역과 문명을 앞세워 다른 나라 사람들을 식민지로 부려야 하나요? 이 ‘아주 작은 마을’에서는 누가 이웃이 되고 누가 동무가 될까요?


  너와 내가 서로 ‘지구별사람’인 줄 깨닫는다면 전쟁무기와 군대가 얼마나 덧없을 뿐 아니라, 몇몇 권력자가 권력을 거머쥐어 우리를 바보로 만들려고 하는 짓인 줄 제대로 읽어서, 모든 전쟁무기와 군대를 하루 빨리 없애는 데에 마음을 기울일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너와 내가 서로 ‘지구별사람’인 줄 못 깨닫는다면 그냥 이대로 살 테지요. 이대로 전쟁무기와 군대만 자꾸 늘리고, 이대로 톱니바퀴가 되어 쳇바퀴질을 하며, 이대로 살다가 죽을 테지요. 4347.12.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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