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빨래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앓고, 수요일에는 제법 나은 듯하다. 그래서 묵은 옷을 벗고, 묵은 몸을 씻는다. 여러 날 쌓인 옷가지를 복복 비빈다. 아직 몸이 오롯하지 않으니 오늘은 빨래기계한테 일을 맡기기로 한다. 빨래기계야, 너를 늘 집에 두면서 제대로 안 써서 서운하지? 오늘 신나게 일을 해 주렴. 우리 식구 옷가지를 네가 말끔하게 빨아 주고, 물기도 족족 짜 주렴. 겨울볕이 포근하기는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부니, 네가 물기를 잘 짜야 제대로 마른단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빨래이다. 빨래를 마치면 새로 밥을 지어야지. 새로 밥을 다 지을 무렵 작은아이는 낮잠에서 깨어 배고프다고 노래하겠지? 바람이 싱싱 불어 구름이 흐르고, 구름 사이사이 햇볕이 비추다가 숨다가, 재미난 하루가 흐른다. 4347.12.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