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 봐 - 꿈이 담긴 그림, 민화 지식 다다익선 28
김소연 글, 이승원 그림 / 비룡소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62



꿈을 그린다

― 소원을 말해 봐

 김소연 글

 이승원 그림

 비룡소 펴냄, 2014.11.18.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두 갈래입니다. 꿈과 사랑을 이루려고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돈이나 이름을 얻으려고 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갈래 길은 좋거나 나쁘거나 옳거나 그르지 않습니다. 그저 두 갈래 길입니다.


  꿈을 이루려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꿈을 이룹니다. 사랑을 나누려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사랑을 나눕니다. 돈을 얻으려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돈을 얻고, 이름을 얻으려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이름을 얻어요.


  오늘 이곳에 선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무엇을 바라며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늘 돈을 생각했으니 돈을 많이 법니다. 널리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널리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며 살았으니 널리 이름이 알려져요. 그런데,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 모두 대통령이 되지는 않는다고 할는지 모르는데, 다른 것이 아닌 오직 대통령만 바라보고 그 길을 가지 않았으니 대통령이 되지 못할 뿐입니다.


  누구나 스스로 꿈을 꾸는 대로 이루기 때문에 어떤 꿈을 꾸려 하느냐를 잘 살펴야 합니다. 이 꿈을 이루기에 아쉽지 않고, 저 꿈을 이루기에 멋지지 않습니다.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마음을 그러모으는 매무새를 보아야 합니다. 꿈을 이루기까지 삶을 어떻게 가꾸거나 가누거나 돌보았는지 느껴야 합니다.





..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지. “이 그림들이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요?” “아무렴, 너도 빌고 싶은 소원이 있느냐?” ..  (5쪽)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적에 섣불리 옆에서 덧바르지 말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들은 ‘그냥 그림’이 아닌, 언제나 ‘내 꿈 그림’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한테 ‘똑같은 틀’에 맞추어 그림을 몰아세우는 짓은 몹시 나쁩니다. 이때에는 ‘나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른 꿈을 품으면서 다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이 대목을 안 헤아리거든요.


  초·중·고등학교도 이와 같아요. 초·중·고등학교는 아예 점수를 매깁니다. 어떤 틀에 맞추지 않으면 점수를 안 주지요. 미술 교사 눈에 들지 않으면 점수를 못 받을 뿐 아니라, 성적이 나빠요. 그러니, 초·중·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꿈을 안 그리’거나 ‘꿈을 못 그리’는 마음과 몸으로 바뀝니다. 꿈을 생각하지 못하고, 꿈을 꾸지 못하며, 꿈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마음과 몸으로 굳어져요.



.. “모란도는 신랑 신부가 행복하게 살기를 비는 그림이란다.” 안방마님이 혼례를 앞둔 딸의 손을 꼭 쥐며 말했어. “부디 이 모란꽃처럼 귀하게 살아다오.” ..  (15쪽)





  미술대학교를 다니는 젊은이는 얼마나 ‘내 그림’을 그릴까요? 사진·영상을 대학교에서 배우는 젊은이는 얼마나 ‘내 사진·영상’을 빚을까요?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는 젊은이는 얼마나 ‘내 글’을 쓸까요?


  오늘날 대학교에서 젊은이한테 삶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오늘날 대학교뿐 아니라 여느 사회에서 사람들한테 꿈과 사랑을 심거나 가꾸라고 북돋울까요?


  미술대학교를 마친 사람이 많아도 ‘제대로 꿈을 그리는 사람’이 드물고, 대학교 사진학과를 마친 사람이 많아도 ‘제대로 꿈을 찍는 사람’이 드물며, 문예창작학과를 마친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이런 상 저런 추천을 받으며 책까지 냈어도 ‘제대로 꿈을 쓰는 사람’이 드물 수밖에 없는 얼거리입니다.



.. 나는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봤던 그림들을 하나하나 떠올렸어. 수많은 사람들의 소망을 품은 그림들. 하지만 내 소원을 이루어 줄 그림은 없었지 ..  (33쪽)



  김소연 님이 글을 쓰고, 이승원 님이 그림을 그린 《소원을 말해 봐》(비룡소,2014)를 읽습니다. 조선 사회에서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그림을 그리던 사람들 이야기가 조용히 흐릅니다. ‘그림쟁이 이름’을 밝힐 까닭이 없이 ‘그림을 집에 걸어 늘 들여다보면서 꿈을 키우고 싶은 여느 사람’ 삶자락 이야기가 차분히 흐릅니다.


  그림책 《소원을 말해 봐》를 넘기면, ‘조선 무렵 여느 그림’을 아기자기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 한 권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마음을 넉넉히 살찌울 만합니다. 그림마다 어떤 뜻을 담고, 그림마다 어떤 꿈을 키우려 하는지 곰곰이 돌아볼 만합니다.


  그런데, ‘조선 무렵 여느 그림’은 조선이라는 사회 얼거리에서 태어난 그림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서 새롭게 ‘우리 그림’을 수수하거나 투박하게 그린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하고 헤아려 보고 싶습니다. 이백 해나 사백 해 앞서 이 땅에 살던 사람이 빚은 그림 이야기를 오늘 누리는데, 앞으로 이백 해나 사백 해 뒤에 살아갈 사람은 ‘오늘 우리가 빚은 어떤 그림’을 누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어떤 그림’에 어떤 꿈과 사랑을 심는다고 할 만할까요?


  《소원을 말해 봐》에 나오는 그림을 엿보면 어느 때 그림인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2000년대 모습이나 2010년대 모습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할 만한 그림은 무엇이 될까요. 오늘날 ‘우리 꿈을 환하게 드러내는 수수한 그림’은 무엇일까요. 오늘 이곳에서 우리 꿈을 환하게 드러내도록 마음을 기울이는 수수한 그림은 누가 어디에서 그릴까요. 4347.12.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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