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쌀’은 한국에 없다. 값싼 쌀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입으로 들어오는 밥이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농협과 정치꾼과 대통령과 기자와 교수와 학자라는 이들은 으레 ‘대외 경쟁력’을 말한다. 책상물림 지식인이 모든 신문과 방송을 거머쥐면서 내뱉는 ‘경쟁력’이라는 말마디는 여느 도시사람 머릿속으로도 스며들어 ‘쌀 경쟁력’을 높이려면 자유무역협정도 얼른 맺고 쌀개방도 얼른 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하고야 만다. 공무원과 기자를 비롯한 지식인뿐 아니라 도시에서 사는 여느 사람들은 왜 ‘경쟁력’을 말할까? 이들은 시골에 살지 않으니 모른다. 이들은 시골에서 흙일을 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흙일을 할 생각이 없으니 모른다. 이들은 그저 돈만 벌어서 돈으로만 ‘값싼 것’을 사다 먹을 생각이니 모른다. 마음도 생각도 없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지식과 정보조차 없으니 정부와 언론에서 내뱉는 말만 들을 뿐이다. 가만히 살펴보라. 신문이나 방송에 시골지기 목소리가 나오는 적 있는가? 신문이나 잡지나 책에 시골지기가 손수 쓴 글이 실리는 적 있는가? 흙도 나락도 볍씨도 만진 적 없는 지식인과 전문가라는 이들이 밥상을 어지럽히는데, 여느 자리에 있는 여느 사람들은 이를 알아챌 눈썰미도 마음도 생각도 거의 없다. ‘쌀 경쟁력’이란 무엇인가? ‘쌀 경쟁력’이 왜 있어야 하는가? 스무 해가 넘도록 쌀값은 그대로이다. 정부에서는 새마을운동을 예나 이제나 똑같이 벌이면서 시골마을을 망가뜨리는 짓은 하지만, 막상 시골 ‘농업을 지원한다는 정책’조차 제대로 없다. 도시사람은 모른다. 정부에서 이제껏 시골 농업을 도운 적은 아직 없다. 그저 ‘싸구려 똥값’으로 쌀을 다룰 뿐이고, 농협은 밥그릇만 불린다. 한국쌀이 한국에서 ‘값이 안 싸다’고 하다면, 무엇이 쌀까? 은행계좌에 넘치는 돈으로 쌀 한 톨 사다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밀가루 한 줌 사다 먹을 수 없는 날을 맞이해서 수백만 사람이 굶어죽지 않고서야 ‘쌀개방’과 ‘자유무역협정’이 어떤 바보스러운 짓거리인지 못 깨달을 한국 사회이리라 느낀다. 《식량 주권 빼앗겨도 좋은가》라는 책을 읽는다. 시인 김남주 님 남동생(김덕종 님)이 전남 해남에서 마흔 해 즈음 흙을 일구면서 느낀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4347.1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