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39) 준비 땅
자전거는 달리기 대왕 / 준비, 땅. / 나보다 빨리 출발하지
《고은-차령이 뽀뽀》(바우솔,2011) 56쪽
준비, 땅
→ 자, 달려
→ 자, 가자
→ 하나, 둘, 셋
…
일본사람은 총소리를 ‘땅’으로 적습니다. 한국사람은 ‘탕’으로 적습니다. 일본사람이 빚은 만화나 문학을 한국말로 옮기다가 으레 ‘땅’처럼 잘못 적기 일쑤인데, ‘탕’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요이 땅(ようい どん)”은 일본말입니다. ‘요이(ようい用意)’와 총소리 ‘땅’을 더해서 쓰는 말투입니다. 일본에서 운동회를 할 적에 달리기를 하면서 쏘던 총소리를 ‘땅’으로 적습니다.
일본말 ‘요이 땅’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준비(準備) 땅”으로 고치자고 하는 목소리가 있어서, 요즈음은 으레 “준비 땅”이라 쓰는 사람이 많지만, 이 말마디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땅’이라고 하는 말이 그대로 있고, ‘用意’만 ‘準備’로 바꾸었을 뿐이니까요.
일본말이기에 안 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구마’ 같은 낱말은 일본말입니다. ‘고무’도 일본말이에요. 일본을 거쳐서 받아들인 문화나 문명이라면 일본말로도 쓸 만합니다. 다만, 한국말로 넉넉히 옮겨서 받아들일 만하다면 한국말을 쓸 때에 아름답습니다.
달리기를 하든 겨루기를 하든, 한국사람 스스로 예부터 쓰던 말투가 있습니다. 먼저 “자!” 하고 외칩니다. “자!” 하고 외치면 모두 가만히 멈추어서 다음 말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요. 그래서, “자, 가자!”라든지 “자, 달려!”라든지 “자, 뛰어!”라든지 “자, 붙어!”처럼 외칩니다.
다 함께 가만히 멈추어서 어느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몸짓을 가리킬 적에, 뜸을 한 번 들인다면 “자, 달려!”를 쓰면 되고, 뜸을 두 번 들인다면 “하나, 둘, 셋!”을 쓰면 됩니다. 한국사람은 예부터 이 두 가지를 골고루 썼습니다. “자!”라는 느낌씨를 널리 쓰는 한편, 한국사람은 ‘셋’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기에 뜸을 두 번 들여서 “하나, 둘, 셋!”을 써요. 4347.12.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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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달리기 으뜸이 / 자, 달려. / 나보다 빨리 가지
‘대왕(大王)’은 ‘으뜸이’로 손볼 만합니다. 어린이한테 읽히는 동시에 넣은 말마디인 만큼, ‘왕(王)’이나 ‘대왕(大王)’ 같은 말마디는 털어내기를 바랍니다. 더욱이, 한국말은 ‘王’이 아니라 ‘임금’입니다. ‘출발(出發)하지’는 ‘가지’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