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보이는 책



  책방마실을 하면서 책탑이나 책꽂이를 사진으로 찍는다. 사진을 찍기 앞서나 사진을 찍을 적에 책탑과 책꽂이를 찬찬히 살펴서 ‘내 마음에 드는 책’을 다 골랐으리라 여기지만, 막상 ‘책방마실을 하며 찍은 사진’을 집으로 돌아와서 큼지막하게 키워서 들여다보면, ‘어라, 내가 왜 이 책을 코앞에 두고도 안 골랐을까?’ 하면서 쓸쓸하기 일쑤이다. 참말 이 책들을 코앞에서 사진기를 디밀면서 바라보았는데, 왜 사진기 눈으로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사진기에 앞서 두 눈으로 쳐다볼 적에도 왜 깨닫지 못했을까.


  나중에 보이는 책 가운데 나중에 다시 책방마실을 할 적에 고맙게 만나는 책이 더러 있다. 그러나, 나중에 보이는 책은 나중에 다시 책방마실을 하더라도 으레 다시 못 만나기 일쑤이다.


  앞으로 다른 책방을 나들이하면 만날 테지. 몇 달이나 몇 해쯤 지나야 만날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앞으로 다른 책방에서 틀림없이 만날 테지. 믿고 믿는다. 기다리고 기다린다. 4347.1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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