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706) 180도 바뀌다


그러던 중 직관적 의사 소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마타 윌리엄스/황근화 옮김-당신도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샨티,2007) 18쪽


 내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 내 삶은 확 바뀌었다

→ 내 삶은 크게 바뀌었다

→ 내 삶은 놀랍게 바뀌었다

→ 내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



  서양 교육제도와 서양 학문과 서양 수학이 이 나라에 들어오면서 ‘180도’라는 말마디를 씁니다. 이런 서양 말투가 이 나라에 들어오기 앞서 쓴 말을 살피면 ‘확’이나 ‘크게’나 ‘놀랍게’나 ‘송두리째’가 있습니다. ‘180도’ 같은 말마디를 쓰면 쓸수록 한국말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숫자를 빌어 가리키는 말마디가 쓰기 좋다고 여기면서 한국말은 뿌리가 뽑힙니다.


  새로운 말투를 새롭게 쓰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좋지도 않습니다. 서양 말투를 받아들여 한국 말투를 ‘번역 말투’로 흔드는 일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나, 한국 말투는 그예 흔들리면서 무너집니다.


  이 보기글을 다시 살핍니다. 이 보기글에 나오는 사람은 삶이 크게 바뀌었다고 합니다. 예전까지 꽉 막히거나 고단한 삶이었다면, 이제부터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내 삶은 눈부시게 바뀌었다

 내 삶은 활짝 꽃이 피었다

 내 삶은 새롭게 바뀌었다

 내 삶은 기쁨으로 넘쳤다


  좋거나 반갑구나 싶은 쪽으로 바뀐 삶이라면, 좋거나 반가운 느낌이나 모양새를 고스란히 드러내면 됩니다. 나쁘거나 궂구나 싶은 쪽으로 바뀐 삶이라면, 나쁘거나 궂은 느낌이나 모양새를 낱낱이 드러내면 됩니다. 말에 삶을 담고, 글에 얼을 싣습니다. 4340.3.4.해/4347.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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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마음으로 이야기하기를 알면서 내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러던 중(中)”은 “그러던 어느 때”나 ‘그러다가’로 다듬고, “직관적(直觀的) 의사 소통(意思疏通)이라는 것”은 “직관으로 이야기하기”나 “마음으로 이야기하기”로 다듬습니다. “알게 되면서”는 “알면서”로 손질하고, ‘인생(人生)’은 ‘삶’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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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838) 0%


나는 아이들에게 경쟁이 0%인 놀이를 더 많이 만나게 해 주고 싶다

《편해문-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소나무,2007) 66쪽


 경쟁이 0%인 놀이

→ 경쟁이 없는 놀이

→ 서로 겨루지 않는 놀이

→ 겨루지 않고 즐기는 놀이

 …



  어떤 광고에서 ‘2% 모자라다’라는 말을 내세웠습니다. 1%도 3%도 아닌 2%라는 말을 내세웠습니다. 이러한 광고 때문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온갖 곳에서 ‘2% 모자라다’ 같은 말을 씁니다.


  그런데 ‘2% 모자라다’는 무엇을 뜻할까요? 이 말마디는 뜻이나 느낌을 제대로 담은 말마디라고 할 수 있을까요? 모자라다면 ‘모자라다’고 하면 되지, ‘2% 모자라다’는 무엇일까요?


  조금 모자랄 적에는 “조금 모자라다”라 말합니다. 살짝 모자랄 적에는 “살짝 모자라다”라 말합니다. 그냥 “모자라다”라고만 말해도 됩니다. 모자란 모습을 크기나 숫자로 밝혀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모자라다”고만 할 노릇이고, 앞에 꾸밈말을 알맞게 넣을 일입니다.


 사고율 제로 목표

 사고율 0% 목표


  건설이나 건축이나 공사를 하는 이들은 으레 “사고율 제로”나 “사고율 0%”를 외칩니다. “사고 없는 일터를 목표로!”나 “사고 없는 나라가 목표로!”를 외치지 않습니다. 으레 ‘0%’나 ‘제로(zero)’입니다. 하나도 없거나 바닥이 났을 때에도 ‘없다’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0%’라는 말을 쓰기를 좋아하는 요즈음 한국사람입니다.


 경쟁이 깃들지 않는 놀이

 경쟁하지 않는 놀이

 겨루지 않고 어깨동무를 하는 놀이

 겨루지 않고 서로를 감싸는 놀이


  나라에서는 “성장율 0%”를 말하기도 합니다. 왜 ‘0%’ 같은 말마디를 써야 할까요. “성장율 제자리걸음”이나 “성장율 제자리”처럼 말할 줄 모르거나 잊었을까요. 삶을 가꾸고 넋을 가꾸면서 말을 가꿀 수 있기를 빕니다. 4341.6.7.흙/4347.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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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한테 서로 안 겨루는 놀이를 더 많이 알려주고 싶다

나는 아이들한테 안 겨루고 즐기는 놀이를 더 많이 물려주고 싶다


‘경쟁(競爭)’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겨룸’이나 ‘서로 겨룸’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만나게 해 주고 싶다” 같은 말마디는 틀리지 않지만, “알려주고 싶다”나 “물려주고 싶다”나 “보여주고 싶다”로 손질해야 말투나 말빛이 제대로 살아나리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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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578) 100% 1


사진기자는 누구이며 신문 사진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기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사진을 100% 감상하지 못한 채 막연히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경열-사진기자 정경열, 사진을 말하다》(조선일보사,2004) 머리말


 100% 감상하지 못한 채

→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한 채

→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 오롯이 살피지 못한 채

→ 낱낱이 돌아보지 못한 채

 …



  오늘날에는 푼수(%)를 써서 일이나 마음이나 느낌이나 생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숫자를 따지는 사회이고, 등수나 계급을 가르는 경제이다 보니, 아무래도 푼수로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내려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100%’는 무엇을 가리킬까요? 99%나 101%라면 무엇을 가리킬까요? 110%나 90%는 무엇을 가리킬까요? 이렇게 푼수를 써야 마음이나 느낌이나 생각을 한결 잘 나타낸다고 할 만할까요?


  숫자로 쳐서 ‘100%’라 한다면 ‘빈틈없다’는 뜻입니다. 빈틈없다고 한다면 ‘오롯하다’거나 ‘옹글다’는 뜻입니다. 오롯하거나 옹글다면 ‘제대로’ 보거나 느끼거나 살피거나 한다는 뜻입니다. 제대로 어떤 일을 한다면 ‘낱낱이’ 다룬다는 뜻입니다. 낱낱이 다룰 수 있으면 ‘있는 그대로’, 또는 ‘꾸밈없이’ 마주한다는 뜻입니다.


  그림이나 사진이나 글을 마주할 적에 빈틈없이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다면 ‘모든’ 모습을 샅샅이 본다고 할 만합니다. ‘모두’ 보고 ‘다’ 본다는 소리입니다. 4339.7.6.나무/4347.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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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는 누구이며 신문 사진은 무엇인가 같은 정보가 제대로 없어 사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어떤 것인가에 대(對)한”은 “무엇인가 하는”이나 “무엇인가 같은”으로 다듬습니다. ‘기초적(基礎的)’은 ‘밑바탕’이 될 만한 것을 가리키고, ‘구체적(具體的)’은 ‘깊은 데를 건드릴’ 만한 것을 가리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기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말하는데, 이 글월은 “밑바탕이 되면서 꼼꼼한 정보”로 손질할 수 있을 테지만, “제대로 된 정보”쯤으로 손질하면 한결 잘 어울리지 싶습니다. ‘감상(鑑賞)하지’는 ‘느끼지’나 ‘누리지’나 ‘즐기지’로 손보고, ‘막연(漠然)히’는 ‘어렴풋하게’나 ‘얼렁뚱땅’이나 ‘엉성하게’나 ‘이냥저냥’이나 ‘두루뭉술하게’로 손보며, “평가(評價)하는 경향(傾向)이 있는 게 사실(事實)이다”는 “이야기하곤 한다”나 “바라보곤 한다”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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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86) 100% 2


그 어느 누구도 어떤 기술에 대해서도 100% 안전하다고 자신할 수 없는 세상이다

《정혜진-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녹색평론사,2007) 51쪽


 100% 안전하다고 자신할

→ 늘 안전하다고 믿을

→ 빈틈없이 안전하다고 믿을

→ 하나부터 열까지 안전하다고 말할

→ 언제까지나 안전하다고 내세울

→ 어떤 일이 있어도 안전하다고 할

 …



  ‘100%’를 쓰는 일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습니다. 오늘날 사회 흐름에 따라 이런 말투도 나타날 만합니다. 다만, 이렇게 푼수나 숫자를 써서 가리키는 말이 하나둘 늘면서, 때와 곳에 맞추어 우리 느낌을 살짝살짝 다르게 나타내던 말씨가 자꾸 수그러들거나 자취를 감춥니다. 어느 하나를 100으로 쪼개었을 때 “100% 안전하다”고 한다면, “하나부터 백까지 안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안전하다”고 하는 셈이기도 하고요.


  이만큼 안전할 적에는 “빈틈없이 안전하다”거나 “물샐 틈 없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 어느 곳도 모자람 없이 안전하다면, 앞으로도 “한결같이” 또는 “언제까지나” 또는 “늘” 안전한 셈이겠지요.


  보기글에서는 앞쪽에 “어떤 기술에 대해서도”라 나오니, 요 말을 받아서 뒤쪽에서도 “어떤 일이 있어도”처럼 적어도 좋습니다. 이렇게 추수르면, “그 어느 누구도 어떤 기술을 놓고도 어떤 일이 있어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처럼 새롭게 고쳐쓸 수 있습니다. 4340.12.20.나무/4347.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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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누구도 어떤 기술을 놓고 늘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오늘날이다


“어떤 기술에 대(對)해서도”는 “어떤 기술을 놓고도”나 “어떤 기술을”로 다듬고, ‘자신(自信)할’은 ‘믿을’이나 ‘말할’로 다듬습니다. ‘세상(世上)’은 이 자리에서는 ‘오늘날’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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