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409) 가지다 8


특히 많은 부모님들이 ‘나이 많은 형이나 누나가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서는 제대로 책임을 따져 보지도 않고 형이나 누나만 혼내는 분들이 많아요

《인권운동사랑방-뚝딱뚝딱 인권짓기》(야간비행,2005) 27쪽


 …는 생각을 갖고서는

→ …는 생각을 하고서는

→ …는 생각을 하면서

→ …고 생각하면서

→ …고 생각하며

→ …는 생각으로

 …



  한국말 ‘가지다’는 여러 곳에 두루 씁니다. 널리 쓰는 한국말입니다. ‘가지다’는 “돈을 많이 가지다”라든지 “공을 가지고 놀다”라든지 “네가 가지고 싶은 선물”이나 “고양이가 새끼를 가졌다”처럼 씁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여러 가지 뜻이나 쓰임새가 잘못 나옵니다. “직업을 가지다”나 “면허증을 가지다”나 “간담회를 가지다”나 “토론회를 가지다”나 “같은 조상을 가진 민족”이나 “기계를 가지고 농사를 짓다”나 “밀가루를 가지고 빵을 굽다”나 “보람을 가지다”나 “공부에 흥미를 가지다”나 “이웃과 왕래를 가지다”나 “많은 형제를 가지다”나 “관심을 가지다”나 “경영 철학을 가지다”는 모두 잘못 쓰는 ‘가지다’입니다. ‘가지다’라는 한국말은 이렇게 아무 자리에나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가지다’라는 낱말을 널리 쓰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자리에 못 쓰지 않습니다. ‘가지다’라는 낱말은 이 낱말을 쓸 때에 알맞을 곳에 써야 알맞습니다.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직업을 가지다 → 직업이 있다 . 일자리를 얻다

 면허증을 가지다 → 면허증이 있다 . 면허증을 따다

 간담회를 가지다 → 간담회를 열다 . 간담회가 있다

 토론회를 가지다 → 토론회를 하다 . 토론회를 열다

 같은 조상을 가진 민족 → 같은 조상을 둔 겨레 . 조상이 같은 겨레

 기계를 가지고 농사를 짓다 → 기계로 농사를 짓다 . 기계를 써서 농사를 짓다

 밀가루를 가지고 빵을 굽다 → 밀가루로 빵을 굽다

 보람을 가지다 → 보람차다

 공부에 흥미를 가지다 → 공부에 재미가 붙다 . 공부가 재미있다

 이웃과 왕래를 가지다 → 이웃과 사귀다 . 이웃과 오가다

 많은 형제를 가지다 → 형제가 많다

 관심을 가지다 → 눈길을 두다 . 눈여겨보다

 경영 철학을 가지다 → 경영 철학이 있다


  외국말은 외국말대로 쓰는 낱말이 있고, 한국말은 한국말대로 쓰는 낱말이 있습니다. 한국말은 ‘하다’나 ‘있다’라는 낱말을 온갖 곳에 두루 씁니다. 여기에, 토씨를 살려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쓰려면 한국말 쓰임새를 제대로 살펴야 합니다. 껍데기가 한글이기에 한국말이 아닙니다. 알맹이가 옹글게 한국말이 될 때에 비로소 한국말입니다. 4338.5.4.물/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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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많은 어버이들이 ‘나이 많은 형이나 누나가 늘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제대로 잘못을 따져 보지도 않고 형이나 누나만 나무라시곤 해요


‘특(特)히’는 ‘더욱이’나 ‘게다가’로 다듬고, ‘부모(父母)들이’는 ‘어버이들이’로 다듬으며, ‘무조건(無條件)’은 ‘그저’나 ‘먀냥’이나 ‘언제나­로 다듬습니다. “책임(責任)을 따져”는 “잘못을 따져”나 “잘잘못을 가려”로 손보고, ‘혼(魂)내는’은 ‘나무라는’이나 ‘꾸짖는’으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41) 가지다 48


곧 일본에 있는 황새고향공원과 같은 시설을 세우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황/김정화 옮김-황새》(우리교육,2007) 70쪽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바랍니다

→ 꿈을 꿉니다

 …



  보기글에서는 ‘바람’이라는 낱말을 잘 살려서 썼지만,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처럼 적으니 얄궂습니다. 바라는 일이니 ‘바라다’일 뿐이거든요. “시설을 세우기를 바랍니다”나 “시설을 세우기를 바라고 바랍니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오래도록 부푼 꿈을 이루고 싶다면, “시설을 세우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나 “시설을 세우려는 꿈을 꿉니다”처럼 적습니다. 4341.6.15.해/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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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일본에 있는 황새고향공원과 같은 시설을 세우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시설을 설립(設立)한다”고 하지 않고 “시설을 세우고자”로 적으니 반갑습니다. ‘차후(此後)’라 하지 않고 ‘곧’을 넣은 대목도 반갑고요. 더구나 ‘기원(祈願)’이라 하지 않고 ‘바람’이라 해 주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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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860) 가지다 49


당시의 일본에서는 매춘 업자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을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요시미 요시아키/이규태 옮김-일본군 군대위안부》(소화,1998) 183쪽


 몰아넣을 수 있을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 몰아넣을 수 있을 만한 뜻이 있었다

→ 몰아넣을 수 있을 뜻이 담겼다

→ 몰아넣을 수 있는 뜻이 있었다

 …



  뜻이란 ‘있’거나 ‘없’습니다. “그런 뜻이 있었군요”나 “아무런 뜻이 없습니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쓰지 않고 자꾸만 “그런 뜻을 가지고 있었군요”나 “아무런 뜻을 가지지 않습니다”처럼 적으니 얄궂습니다.


  사람들은 얄궂은 말투를 쓰고 또 쓰니 익숙해지고, 짓궂은 낱말을 쓰고 거듭 쓰니 손에 익습니다. 알맞고 바르게 쓰면 쓸수록 알맞고 바른 말투가 익숙하기 마련이요, 살갑고 곱게 쓰다 보면 살갑고 고운 낱말과 말마디가 손에 익습니다. 어떠한 말을 쓰든 사람들은 자주 쓰는 말이 익숙하면서 몸에 익습니다. 그러니, 얄궂다 싶은 말투를 쓴다 싶으면 하루 빨리 가다듬거나 고쳐야 합니다. 손이나 몸에 익기 앞서 얄궂은 말투와 말마디를 털도록 힘을 써야 합니다. 4341.12.6.흙/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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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무렵 일본에서는 매춘 업자를 빈털터리로 몰아넣을 수 있을 만한 뜻이 있었다


‘당시(當時)의’는 ‘그무렵’이나 ‘그때’로 다듬고, “공황(恐慌) 상태(狀態)로”는 “빈털터리로”나 “가난뱅이로”로 다듬습니다. “의미(意味)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 있었다”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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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70) 가지다(갖다) 50


동안을 가진 그 사람은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이라는 ‘불법단체(어디까지나 정부의 관점으로는 그렇다)’의 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정수 씨다

《하종강-길에서 만난 사람들》(후마니타스,2007) 77쪽


 동안을 가진 그 사람

→ 어린이 얼굴인 그 사람

→ 아이 얼굴 같은 그 사람

→ 얼굴이 맑은 그 사람

→ 해맑은 얼굴인 그 사람

 …



  한자말 ‘동안(童顔)’은 “(1) 어린아이의 얼굴 (2) 나이 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둘째 뜻으로 썼다고 봅니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얼굴이 ‘동안’이라면, “동안을 가진”은 어떤 말인 셈일까요?


 동안을 가진 사람

→ 어려 보이는 사람

→ 아이 얼굴인 사람

 노안을 가진 사람

→ 눈이 어두운 사람

→ 눈이 나쁜 사람


  우리는 무서운 얼굴을 할 때가 있고 웃는 얼굴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얼굴이 맑아 보일 때가 있으며 얼굴이 어두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고운 얼굴인 사람이 있으며, 나이가 어려도 주름이 잡힌 사람이 있어요. 저마다 제 얼굴이 있고, 제 얼굴을 손수 가꾸며 살아갑니다.


 얼굴이 고운 사람

 얼굴이 깨끗한 사람

 티없는 얼굴인 사람

 아이 같아 보이는 사람

 아이 얼굴인 사람

 앳된 사람

 앳되어 보이는 사람


  한자말 ‘동안’을 쓰고 싶다면, 적어도, “동안인 그 사람은”처럼 써야 알맞아요. “얼굴이 동안이다”이지, “동안의 얼굴을 가졌다”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왜 ‘동안’ 같은 낱말을 쓰는지, 이 낱말을 꼭 써야만 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한국사람이 즐겨쓰면 좋을 말투와 말씨와 낱말는 무엇인지 곰곰이 헤아리면 좋겠어요. 43430.10.14.해/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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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맑은 그 사람은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이라는 ‘불법단체(어디까지나 정부가 보기로는 그렇다)’에서 정책연구소장을 맡는 김정수 씨다


“불법단체의 정책연구소장을 맡고”는 “불법단체에서 정책연구소장을 맡고”로 다듬습니다. “정부의 관점(觀點)으로는”은 “정부 눈으로는”이나 “정부가 보기로는”로 손보고, “맡고 있는”은 “맡는”으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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