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40) 시작 62


“크레펠 부인에게 들었습니다만, 해결사 사무소를 시작한다고.” “이미 영업은 시작했어요.”

《카사이 수이/강동욱 옮김-지젤 알랭 1》(대원씨아이,2011) 48쪽


 사무소를 시작한다고

→ 사무소를 연다고

→ 사무소를 한다고

→ 사무소를 꾸린다고

 이미 영업은 시작했어요

→ 이미 영업은 해요

→ 이미 일은 벌였어요

 …



  가게를 열고 닫습니다. 사무실을 열고 닫습니다. 회사를 열고 닫습니다. 가게나 사무실이나 회사를 열어 일을 합니다. 우리는 일을 하려고 일터에 갑니다. 일터에 가서 아침에 하루 일을 열고, 저녁에 하루 일을 마무리합니다.


  사무소나 사무실을 처음 열 적에 요즈음에는 ‘개소식’을 한다고 ‘開所式’이라는 한자를 빌어서 쓰는데, 아무래도 한국말로는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한국사람은 ‘귀로 듣기에 낯설거나 얄궂거나 엉뚱하게 들릴 만한 말’은 안 씁니다. 한자를 억지로 붙여서 쓰려고 하니 말느낌이나 말투가 뒤틀립니다. 사무소나 사무실을 처음 열 적에는 ‘처음잔치’나 ‘첫잔치’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해오름잔치’나 ‘해오름맞이’ 같은 이름을 붙여도 됩니다. 해가 오르는 아침을 빗대어 ‘해오름’이라 하거든요. 4347.11.28.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크레펠 씨한테서 들었습니다만, 해결사 사무소를 연다고.” “이미 일은 벌였어요.”


“크레펠 부인(夫人)에게”는 “크레펠 씨한테서”나 “크레펠 아주머니한테서”로 손질하고, ‘영업(營業)’은 ‘일’로 손질합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40) 시작 63


“시작할 때 신중하게 불어. 오늘은 그것만 조심해.” 가요코 선생님은 손끝으로 모두의 눈길을 모으고 그 손가락을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가요코 선생님의 손가락 끝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리코더를 불기 시작했다

《후쿠다 다카히로/이경옥 옮김-이 멋진 세상에 태어나》(다림,2008) 48쪽


 시작할 때 신중하게 불어

→ 처음에 

→ 첫머리에

→ 처음을 열 때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 천천히 흔들었다

 리코더를 불기 시작했다

→ 리코더를 불었다

 …



  일본사람이 아주 자주 쓰는 한자말로 ‘시작’이 있습니다. 일본말에서는 ‘시작’이라는 한자말이 없으면 말을 할 수 없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이리하여, 일본 어린이문학을 옮긴 이 보기글을 보면, 몇 줄 사이에 ‘시작’이라는 한자말이 세 차례 나옵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에서 ‘시작’이라는 한자말은 더 넣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시작할 때 신중하게 불기 시작해”, “눈길을 모으기 시작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처럼 세 군데에 더 넣을 수 있어요.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하면서 ‘시작’을 쓸 일이 없습니다. 일본사람이 자주 쓰는 한자말 ‘시작’을 제대로 못 옮긴 탓에 이 보기글처럼 세 군데에나 적을 뿐입니다. 4347.11.28.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처음을 열 때에 잘 불어. 오늘은 여기에만 마음을 써.” 가요코 선생님은 손끝으로 우리 눈길을 모으고 손가락을 천천히 흔든다. 우리들은 가요코 선생님 손가락 끝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리코더를 분다


한자말 ‘신중(愼重)’은 “매우 조심스러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자말 ‘조심(操心)’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을 뜻한다고 합니다. “신중하게 불어”는 “잘 불어”로 다듬고, “그것만 조심해”는 “여기에만 마음을 써”로 다듬습니다. “모두의 눈길”은 “우리 눈길”로 손봅니다. “선생님의 손가락 끝”은 “선생님 손가락 끝”으로 손질하고,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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