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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루 에디션 1
카와시타 미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25
만화를 그리는 사람
― G마루 에디션 1
카와시타 미즈키 글·그림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4.11.30.
일본에서 2010년에 처음 나온 《G마루 에디션》(대원씨아이,2014) 첫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을 그린 카와시타 미즈키(河下水希) 님이 선보인 작품 가운데 《고교 남자》와 《리림의 키스》와 《딸기 100%》와 《첫사랑 한정》과 《누나 두근》 같은 작품이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카와시타 미즈키 님이 그리는 순정만화를 보면 뼈대가 엇비슷하고, 나오는 아이들도 엇비슷한데, 가시내 속옷을 퍽 자주 그립니다. 꼭 이렇게 그려야 할까 싶은데, 이녁 스스로 그리고 싶어서 그리리라 느낍니다.
《G마루 에디션》은 이녁이 그동안 그린 만화하고 비슷한 얼거리인 한편, 이녁이 걸어온 만화쟁이 삶을 돌아보려는 이야기가 함께 섞이는구나 싶습니다. 꼭 마흔 살 문턱에서 선보인 작품입니다.
줄거리 흐름을 가만히 살피면, 카와시타 미즈키 님은 마흔 살 문턱에서도 스무 살 마음이거나 열여섯 살 생각으로 만화를 그리지 싶어요. 그런데, 스무 살 마음이란 무엇이고 열여섯 살 생각이란 무엇일까요. 스무 살 젊은이는 어떤 마음으로 살고, 열여섯 살 푸름이는 어떤 생각을 키울까요.
- “내가 카부라기 이루토 맞는데? 있잖아, 너, 미래에서 온 것처럼 말하던데, 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게다가 팬이라니. 호, 혹시 내가 미래에 유명한 만화가가 되는 거야?” (17쪽)
- “뭐? 거짓말! 내 꿈은 순정만화가라고! 그런 저속한 걸 그릴 리가 없잖아! 내 미래가 에로만화가, 다 거짓말이야! 악몽이라고!” (19쪽)
《G마루 에디션》에 나오는 가시내는 ‘순정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먼 앞날에서 시간여행으로 찾아온 사람이 이 가시내가 먼 앞날에 ‘에로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로 널리 이름을 떨친다고 이야기합니다. 둘째 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는지 모르지만, 첫째 권에서는 순정만화와 에로만화와 동인지 사이에서 ‘만화란 무엇인가’를 돌아봅니다.
벌레만 그리는 만화는 무엇일까요. 가시내 속옷을 자주 그리는 만화는 무엇일까요. 아이들 옷을 홀랑 벗기는 만화는 무엇일까요. 치고 받는 싸움을 그리는 만화는 무엇일까요. 순정만화라는 만화에서 ‘순정’이란 무엇일까요. 에로만화라는 만화에서 ‘에로’란 무엇일까요.
곰곰이 돌아보면 이 지구별에 온갖 모습이 골고루 있기에 온갖 모습이 골고루 만화로도 태어납니다. 이쪽 삶을 이쪽 만화로 그리는 사람이 있고, 저쪽 삶을 저쪽 만화로 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쪽을 그리기에 더 낫지 않고, 저쪽을 그리기에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이쪽을 그려야 옳지 않고, 저쪽을 그리기에 그르지 않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만화에 이녁 마음과 생각을 오롯이 담아서 이야기를 짓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만화 하나에 이녁 꿈과 사랑을 살뜰히 담아서 이야기를 엮습니다.
- “우리는 만화를 위해 자는 시간도 아껴 가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너도 프로가 목표라면 좀더 확실히 자각을 가져야 해.” (97쪽)
- “난 내가 좋아서 그림을 그리는 거니까. 내가 행복하니까 그림을 그리는 거야.” (116쪽)
카와시타 미즈키 님은 이녁 스스로 좋아서 그림을 그리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만화책을 읽는 사람은 만화가 좋아서 만화를 읽습니다. 문학책을 읽는 사람은 문학이 좋아서 문학을 읽습니다. 저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길을 스스로 즐겁게 찾아서 씩씩하게 걸어가면 모두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즐겁지 않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스스로 노래하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하지 못해요.
카와시타 미즈키 님은 앞으로도 꾸준히 만화를 그릴 텐데, 2020년에 쉰 살 문턱에 서면 어떤 작품을 선보이면서 이녁 삶을 돌아볼는지 궁금합니다. 나도 내가 앞으로 쉰 살 문턱에 서면 그즈음에는 어떤 만화책을 곁에 둘는지 궁금합니다. 4347.11.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1128/pimg_705175124110828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