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29) 휴/휴우 2


그물 터놓으면 / 걸렸던 물고기들 / 냅다 도망가며 / 휴우

《함민복-바닷물 에고 짜다》(비룡소,2009) 31쪽


 휴우

→ 후유

→ 어휴

→ 아휴

 …



  한국말로 적는 한숨 소리는 ‘후유’이지만, 요즈음은 이를 제대로 깨닫는 분이 아주 많이 줄었습니다. 일본 책과 영화가 아주 많이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강점기에서 풀려난 뒤에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가다듬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식민지 종살이에서 벗어난 지 꽤 오래되었다고 할 테지만, 한국사람은 아직 일본말 찌꺼기를 잔뜩 붙잡고 삽니다. 잘못된 정치나 비틀린 사회를 바로잡자고 애쓰는 사람들조차 잘못된 일본 말투와 비틀린 번역 말투를 털지 못하기 일쑤일 뿐 아니라, 잘못되거나 비틀린 말마디를 ‘버릇’으로 몸에 붙이기까지 합니다.


  말을 잘 모른다면 배워야 합니다. 아이만 배울 말이 아니라 어른이 함께 배울 말입니다. 왜 그러할까요? 이 보기글에서 보듯이, 동시나 동화를 쓰는 사람은 어른입니다. 동시나 동화를 쓰는 어른이 한국말을 올바르게 모르거나 슬기롭게 깨닫지 못한다면 어떤 낱말과 말투로 동시나 동화를 쓸까요?


  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은 어른입니다. 어른이 교사가 되기까지 한국말을 옳거나 바르게 익히지 못한다면 아이들한테 어떤 낱말과 말투로 가르칠 수 있을까요? 한국말을 제대로 모르는 어른이 아이한테 수학이나 영어나 과학을 어떻게 가르칠까요? 한국말을 제대로 모르는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대학교 교수는 어린이와 젊은이한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요?


  아이는 어른이 쓴 책을 읽습니다. 어른이 쓴 책을 읽으면서 그만 낱말과 말투를 배웁니다. 여느 어버이가 슬기롭게 눈빛을 밝혀 이 보기글이 실린 동시집에 나온 말투를 똑바로 고쳐 준다면, 이 어버이한테서 말을 물려받는 아이는 참답고 올바르게 한국말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아이를 슬기롭게 이끌 만큼 한국말을 슬기롭게 배우는 어른을 찾아보기 몹시 어렵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말부터 제대로 배워야 다른 것을 제대로 가르칠 텐데요. 4347.11.2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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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터놓으면 / 걸렸던 물고기들 / 냅다 내빼며 / 후유


‘도망(逃亡)가며’는 ‘내빼며’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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