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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에고, 짜다 ㅣ 동시야 놀자 7
함민복 지음, 염혜원 그림 / 비룡소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를 사랑하는 시 45
너는 무엇을 읽어서 알아채니?
― 바닷물 에고 짜다
함민복 글
염혜원 그림
비룡소 펴냄, 2009.5.22.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바라봅니다. 해가 어디에서 뜨고, 해를 둘러싸는 구름은 하늘을 어떻게 덮는지 바라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어느 만큼 알아차립니다. 해는 지구에서 아주 먼 곳에 있고, 구름은 지구별 둘레에 찰싹 붙은 줄 알아요. 그러나 우리 눈은 구름과 해가 그리 멀지 않은 듯 바라보며, 구름이 마치 해를 가린다거나, 해가 구름 사이에 숨는다고 여깁니다.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눈이라면 해가 구름에 가리는 일이란 없는 줄 알아채거나 읽으리라 느껴요.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눈이라면 해가 어떻게 타오르는가를 알아채거나 읽으리라 느껴요. 더욱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눈이라면 우리가 두 발을 디딘 이 지구별이 어떠한 얼거리인지 알아채거나 읽으리라 느껴요.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살까요? 우리는 무엇을 알아채면서 살까요? 우리는 무엇을 읽으면서 살까요?
.. 뻘은 말랑말랑해 / 발자국이 다 남아 / 어디 갔다 왔는지 / 누구와 놀았는지 / 거짓말할 수 없어 .. (소라 일기장)
가을이 되어 잎이 집니다. 가을이 되어 새로운 잎이 돋습니다. 겨우내 앙상한 몸으로 지내는 나무는 늦가을까지 모든 잎을 떨굽니다. 겨우내 푸른 몸으로 지내는 나무는 늦가을까지 새로운 잎을 틔웁니다.
나무를 알려면 나무를 보아야 합니다. 나무를 제대로 알려면 나무한테 다가가서 나뭇줄기를 만지고 나뭇가지를 쓰다듬어야 합니다. 나무를 똑똑히 알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철 내내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어루만져야 합니다. 나무를 슬기롭게 알려면 날마다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잎과 꽃과 열매를 고루 살펴야 합니다. 나무를 사랑스레 알려면 나무씨앗을 받아서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심어서 아이한테 물려주어야 합니다.
오늘날에는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이 퍽 드뭅니다. 나무장사를 하는 이는 꽤 있지만, 나무를 알아서 나무를 사고팔지 않습니다. 나무를 좋아한다는 사람도 나무를 잘 알면서 마당이나 텃밭에 건사하지 않습니다.
나무를 그리는 사람, 그러니까 화가는 나무를 얼마나 잘 알거나 지켜보면서 그림을 그릴까요? 나무를 사진으로 찍는 사람은 나무를 얼마나 아끼거나 사랑하면서 사진을 찍을까요? 나무 이야기를 글로 쓰는 사람은 나무와 얼마나 이웃과 동무로 지내면서 글을 쓸까요?
.. 맨발로 뻘에 한번 들어가 봐 / 말랑말랑한 뻘이 간질간질 /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며 / 금방 발에 딱 맞는 / 신발 한 켤레가 된다 .. (지구 신발)
동이 틉니다. 마을마다 닭 우는 소리가 퍼집니다. 아직 시골마을에는 닭을 치는 집이 있습니다. 개가 짖는 소리와 경운기 움직이는 소리가 함께 퍼집니다. 멧새가 이 나무에 앉다가 저 나무로 옮기면서 지저귀는 소리가 나란히 퍼집니다. 겨울 추위를 앞두고도 새는 이곳에서 씩씩하게 삽니다. 참말 새들은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아주 씩씩합니다. 시골에서는 농약바람을 이기면서 씩씩합니다. 도시에서는 자동차물결을 견디면서 씩씩합니다. 새한테는 백화점이나 할인마트가 없지만, 여름에도 겨울에도 먹이를 찾아 힘차게 삶을 꾸립니다. 새는 농약과 시멘트 때문에 먹이가 해마다 줄어들지만, 언제 어디에서나 새끼를 낳아 알뜰살뜰 돌보고 아끼면서 삶을 가꿉니다.
.. 물고기들은 / 물고기들은 // 비가 온다고 말하지 않고 / 동그라미가 온다고 하지 않을까 // 봄동그라미 / 소나기동그라미 .. (비)
함민복 님이 쓴 동시를 모은 《바닷물 에고 짜다》(비룡소,2009)를 읽습니다. 이 동시집에는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가 나오고, 바다 둘레에서 먹이를 찾는 여러 목숨이 나옵니다.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이 이 동시집에 나옵니다. 이를테면, “집게야 / 너는 집이 있어 좋겠구나 // 꼭 / 그렇지도 않아요 // 우린 외식도 못하고 / 외박도 못해요(집게).” 같은 동시처럼, 바다살이를 하는 이웃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리고, “똥 싼 물 먹고 / 똥 싼 물에서 놀고 / 똥 싼 물에서 자고 / 똥 싼 물에서 산다고 // 흉보지 말아요 // 왜냐고요? // 사람들은 우리를 / 맛있다고 잡아먹잖아요(볼락의 변명)” 같은 이야기가 가만히 흐릅니다.
《바닷물 에고 짜다》는 함민복 님이 아이들한테 들려주려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바다에서 살거나 바다 둘레에서 먹이를 얻는 여러 목숨과 얽혀 재미나게 ‘말놀이’를 펼칩니다.
그런데,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는 함민복 님이 함민복 님 삶을 아이들한테 보여주려는 책이 됩니다. 이를테면, 아이들은 외식이나 외박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함민복 님이 생각할 뿐입니다. 그리고, 함민복 님이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집이 있어 좋겠구나” 같은 생각도 함민복 님 생각입니다.
집게는 집을 달고 다니는 모습이라 해서 이러한 이름을 사람들이 붙입니다만, 집게가 참말 ‘집’을 달고 다니는지 아닌지 알 길이 없습니다. 집게한테는 ‘집’이 아니라 ‘갑옷’일 수 있고 ‘옷’이나 ‘방패’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집게는 ‘집’에서 밥을 차려 먹지 않습니다. 집게는 언제나 ‘바깥’에서 이곳저곳 다니며 먹이를 얻습니다.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는 바다에서 똥을 누겠지요. 물고기라 해서 똥을 ‘싸’지 않습니다. ‘똥 싸다’는 똥오줌을 아직 못 가리는 아기가 바지에 똥을 누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물고기이든 새이든 모두 ‘똥 누다’로 말해야 올바릅니다. 화들짝 놀라서 얼른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면서 똥을 뽀직 누는 새라면, 이때에는 ‘똥 싸다’라 할 수도 있겠지요.
그나저나, 사람은 어디에 똥을 눌까요? 요즈음 도시사람은 모두 변기에 똥을 누고, 변기에 눈 똥은 냇물로 흘러가고 바다로 스며듭니다. 오늘날 도시사람이 눈 똥은 거름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오늘날 도시사람이 눈 똥은 냇물과 바닷물을 더럽힙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눈 똥으로 더러워지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낚아 사람이 먹지요. 바다에서 물고기가 눈 똥은 ‘바다에서 사는 작은 목숨’들이 즐겁게 받아먹습니다. 또는 바다밑으로 가라앉아서 ‘바다밑 새로운 흙’이 됩니다.
더 헤아린다면, 사람은 스스로 눈 똥으로 흙을 살찌워 밥을 얻습니다. 사람이야말로 똥을 먹으면서 산다고 할 만합니다.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는 아이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기자기하게 예쁜 그림을 잔뜩 넣은 이 동시집은 아이들한테 어떤 꿈과 사랑을 보여주는 책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바다에 사는 이웃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마주하거나 바라보도록 이끌 만한 책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함민복 님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무엇을 알아채거나 배우셨나요. 함민복 님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알아채거나 배운 것 가운데 어떤 이야기를 이 땅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은가요. 4347.11.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동시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