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23) 안 7
원전 안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벌어진다. 거대한 기계가 작동하는 공간에서는 어쩌면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 우리나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내린 이른바 ‘방사능 비’에 대한 공포에 시달려야 했으며, 지금도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러한 충격은 시민들 안에서만 존재한다
《김성환,이승준-한국 원전 잔혹사》(철수와영희,2014) 113, 239쪽
원전 안에서는
→ 원전에서는
시민들 안에서만 존재한다
→ 시민들한테만 있다
→ 시민들만 느낀다
→ 시민들만 받는다
…
학교에서 일이 터집니다. 학교에서 터지거나 생기는 일은 “학교에서” 터지거나 생깁니다. 학교 ‘안’이나 ‘밖’이라고 따로 가리키지 않습니다. 바다에서 비바람에 휩쓸립니다. 바다 ‘안’이나 ‘밖’에서 비바람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하늘에 구름이 뜹니다. 하늘 ‘안’에 구름이 뜨지 않습니다. 헤엄을 치고 싶어서 수영장에 가면, “수영장에서 헤엄을 칩”니다. “수영장 ‘안’에서 헤엄을 치”지는 않습니다.
보기글에 나오는 “충격은 시민들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무늬는 한글이지만, 한국 말투가 될 수 없습니다. 일본 말투와 번역 말투가 섞였습니다. 글짜임도 잘못되었고, 낱말도 엉뚱합니다. 충격이 “시민들 안”에 있다고 하는데, 시민들 ‘밖’은 어디일까요? 시민이라고 하는 사람들 안과 밖을 어떻게 가르거나 살필 수 있을까요?
“충격은 시민들만 받는다”라든지 “충격은 시민들만 느낀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글짜임을 손질해서 “시민들만 충격을 받는다”나 “시민들만 충격을 느낀다”처럼 적을 수 있고, “시민들만 두렵다”나 “시민들만 두려워 한다”처럼 더 손질할 수 있습니다. 4347.11.2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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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서는 크고 작은 ‘일’이 벌어진다. 커다란 기계가 움직이는 곳에서는 어쩌면 마땅한 일일지도 모른다 … 우리나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내린 이른바 ‘방사능 비’ 때문에 두려워 해야 했으며, 아직도 일본에서 곡식과 바닷것을 사들일 적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시민들만 느낀다
“‘사고(事故)’가 벌어진다”는 “‘일’이 벌어진다”나 “‘말썽’이 생긴다”로 손보고, ‘거대(巨大)한’은 ‘커다란’이나 ‘큼지막한’으로 손보며, “작동(作動)하는 공간(空間)”은 “움직이는 곳”이나 “돌아가는 곳”으로 손봅니다. ‘불가피(不可避)한’은 ‘마땅한’이나 ‘어쩔 수 없는’으로 손질하고, “원전 사고 직후(直後)”는 “원전 사고 뒤”나 “원전이 터진 뒤”로 손질하며, “-에 대(對)한 공포(恐怖)에”는 “때문에 두려움에”로 손질합니다. ‘지금(只今)도’는 ‘아직도’나 ‘여태’로 다듬고, “일본산(-産) 농수산물(農水産物) 수입(輸入)에”는 “일본에서 곡식과 물고기를 사들일 적에”나 “일본에서 곡식과 바닷것을 들여올 적에”로 다듬으며, “신경(神經)을 곤두세워야”는 “마음을 곤두세워야”나 “꼼꼼히 살펴야”로 다듬습니다. “이러한 충격(衝擊)”은 “이러한 두려움”으로 고쳐쓰고, ‘존재(存在)한다’는 ‘있다’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