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92) -에서의 1
고되고 꾸준한 육체노동, 특히 야외에서의 작업은 문필가에게 매우 귀중한 가치를 가지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헬렌 니어링/권도희 옮김-헬렌 니어링의 지혜의 말들》(씨앗을뿌리는사람,2004) 63쪽
야외에서의 작업
→ 바깥에서 하는 일
→ 밖에서 하는 일
→ 집밖에서 하는 일
→ 바깥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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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하는 일은 “바깥에서 하는 일”입니다. “바깥에서‘의’ 일”이나 “야외에서‘의’ 일”이 아닙니다. 토씨 ‘-의’를 함부로 끼워넣을 수 없습니다. 바깥에서 하는 일이기에 ‘바깥일’입니다. 이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어엿하게 오릅니다.
바깥이란 어디일까요? 집 바깥입니다. 그러면, 집에서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집일’이나 ‘집안일’이나 ‘안일’입니다.
예전에는 집 바깥과 집 안쪽을 굳이 나누어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따로 집일과 밖일을 갈라서 하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함께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여러모로 온갖 일이 생기기에, 안과 밖을 나누거나 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집안일·집밖일’처럼 말할 수 있고, 집 안팎에서 맞이하는 일도 새롭게 바라보면서 가리킬 만합니다.
들일 . 들에서 하는 일 ← 들에서의 일
집일 . 집에서 하는 일 ← 집에서의 일
바닷일 . 바다에서 하는 일 ← 바다에서의 일
어떤 일을 어디에서 하는지 가만히 헤아립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어떤 낱말과 말투로 담을 때에 알맞을는지 곰곰이 살핍니다. 4337.3.10.물/4347.11.1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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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되고 꾸준히 몸으로 하는 일, 이 가운데 밖에서 하는 일은 글을 쓰는 사람한테 매우 뜻있고 크게 도움이 된다
‘육체노동(肉體勞動)’은 ‘몸으로 하는 일’로 다듬거나, 앞말과 이어서 “몸을 써야 하는 고되고 꾸준한 일”로 다듬습니다. ‘특(特)히’는 ‘무엇보다’나 ‘더욱이’나 ‘이 가운데’로 손보고, ‘야외(野外)’는 ‘밖’으로 손보며, ‘작업(作業)’은 ‘일’로 손봅니다. ‘문필가(文筆家)’는 ‘글을 쓰는 사람’이나 ‘글쟁이’로 손질하고, “귀중(貴重)한 가치(價値)를 가지며”는 “귀중하며”나 “뜻있으며”로 손질하며, ‘직접적(直接的)인’은 ‘크게’나 ‘더없이’나 ‘바로’로 손질합니다. “도움을 준다”는 “도움이 된다”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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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27) -에서의 2
빌 거피는 미개지에서의 생활에 아주 익숙한 사람으로, 형제인 알렉스, 조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제인 빌링허스트/이순영 옮김-숲에서 생을 마치다》(꿈꾸는돌,2004) 27쪽
미개지에서의 생활에 아주 익숙한 사람
→ 낯선 땅에서 아주 익숙하게 사는 사람
→ 깊은 숲에서 아주 익숙하게 사는 사람
→ 깊은 숲이 아주 익숙한 사람
→ 두멧자락이 아주 익숙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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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지’나 ‘미개척지’란 사람 손길이 아직 안 닿은 곳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숲’이나 ‘들’이나 ‘벌’을 가리킵니다. 이런 곳이라면 여느 숲이라기보다 ‘깊은 숲’이라 할 테고, ‘두멧자락’이나 ‘멧골’이라 할 테지요.
이 보기글에서 ‘미개지’라는 한자말을 그대로 살리고 싶다면 “미개지 생활이 아주 익숙한 사람”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에서의’를 통째로 덜면 됩니다. 한자말 ‘미개지’를 덜고 싶다면 “깊은 숲이 아주 익숙한 사람”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깊은 숲이 익숙하다면, 깊은 숲에서 살 테니 ‘생활’이라는 한자말까지 덜어도 됩니다. 4337.10.2.흙/4347.11.1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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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거피는 깊은 숲에서 아주 익숙하게 지내는 사람으로, 형제인 알렉스, 조지와 함께 산다
‘미개지(未開地)’는 ‘미개척지(未開拓地)’를 뜻한다고 하며, ‘미개척지’는 “아직 개척하지 못했거나 아니한 땅”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한자말을 그대로 써도 될 테지만, 이 글월에서는 “낯선 땅”이나 “두멧자락”이나 “깊은 숲”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생활(生活)’은 ‘삶’으로 손보고, “살고 있었다”는 “살았다”나 “산다”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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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98) -에서의 15
가정에서의 보리 혼식을 유도하려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도시락 검사까지 했단다
《이임하-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철수와영희,2014) 33쪽
가정에서의 보리 혼식을 유도하려고
→ 집에서 보리를 섞어 먹도록 하려고
→ 집에서 보리밥을 먹도록 하려고
→ 집에서 보리밥을 짓도록 이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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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에서’에 달라붙은 ‘-의’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움직씨나 그림씨를 넣어야 할 자리에 ‘-의’가 끼어듭니다. 게다가 글짜임이 뒤집힙니다. 이 보기글을 살피면, “가정에서 보리 혼식을 하도록 유도하려고”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러니까, ‘하도록’을 넣어야 하는데 그만 ‘-의’를 ‘-에서’ 뒤에 붙인 꼴입니다. 한국 말투가 아닌 일본 말투입니다. 4347.11.1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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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보리를 섞어 먹도록 하려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도시락을 들추기까지 했단다
“보리 혼식(混食)을 유도(誘導)하려고”는 “보리를 섞어 먹도록 이끌려고”나 “보리를 섞어 먹도록 하려고”로 손질하고, “학생들의 도시락 검사(檢査)까지”는 “도시락을 검사하기까지”나 “도시락을 들추기까지”나 “도시락을 뒤지기까지”나 “도시락을 살피기까지”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