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 수박 씨앗 호호할머니의 기발한 이야기 4
사토 와키코 글.그림, 박숙경 옮김 / 한림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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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8



씨앗 한 톨과 온누리

― 수박 씨앗

 사토 와키코 글·그림

 박숙경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5.7.15.



  수박씨는 아주 작아요. 참으로 작지요. 커다란 수박을 커다란 칼을 숙 집어넣어 쩍 하고 갈라 보셔요. 촘촘히 박힌 까맣거나 하얀 씨앗은 참으로 작습니다. 다만, 다른 풀씨와 견주면 아주 큽니다. 이를테면, 배추씨나 당근씨하고 수박씨를 대면, 수박씨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겁습니다. 민들레씨나 고들빼기씨하고 수박씨를 대면, 수박씨는 몹시 크고 무겁지요. 나팔꽃씨랑 부추씨하고 견주어도 수박씨는 참으로 크고 무거워요.


  호박씨도 꽤 큽니다. 여느 풀씨에 대면 퍽 큽니다. 호박씨나 수박씨는 서로 엇비슷합니다. 같은 ‘박’이라 그럴 수 있는데, 다른 풀씨와 견주어 무척 크다 싶은 수박씨이지만, 나중에 수박잎이 나고 수박덩굴이 뻗으며 수박알이 맺는 모습을 보면, ‘어쩜 이리 작은 씨앗에서 어쩜 이리 큰 열매가 맺나’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합니다.



..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는 기분 좋은 날. 호호할머니는 정원에 수박 씨앗을 심었습니다. 구멍을 파서 씨앗을 넣고, 조심조심 흙을 덮었습니다. “맛있는 수박이 열리도록 해 주세요.” 하고 빌면서 말입니다 ..  (2쪽)





  도시에서는 수박씨나 호박씨를 심어서 거두기에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그마한 골목집에서 살며 수박씨를 알뜰히 심어 넝쿨이 찬찬히 뻗으면서 큼지막한 호박알이 맺도록 하는 할매가 꽤 많아요. 날마다 살피고 찬찬히 건사하면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호박알을 얻어요. 수박알을 도시에서 얻기란 만만하지 않을 테지만 빈터를 살리면 수박씨도 심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수박씨를 심어서 수박꽃을 보고 수박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학교마다 아스콘을 까느니 인조잔디를 까느니 하는데, 이런저런 것은 다 덧없어요. 엉뚱한 곳에 돈을 쓰지 말고 수박씨를 심으면 아주 즐겁습니다. 수박씨를 심어서 기르기 어려우면 수박싹(수박 모종)을 사다가 심어도 돼요.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수박풀을 바라보면서 ‘우와, 수박알은 이렇게 맺는구나!’ 하고 놀라리라 생각해요. 가게에서 사다 먹는 수박이 아니라, 동네나 학교에서 손수 심어서 손수 거두는 수박알이란 대단히 맛나고 시원하리라 생각해요.



.. 여우가 자리를 뜨자마자, 호호할머니는 얼른 땅을 파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까만 수박 씨앗만 나왔습니다. “이게 뭐야, 수박 씨앗이잖아. 아하, 아까 내가 심었던 거구나.” 그러자 갑자기 까만 수박 씨앗이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  (13쪽)




  사토 와키코 님이 빚은 그림책 《수박 씨앗》(한림출판사,2005)을 읽습니다. 수박씨는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자라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아이입니다. 수박씨는 흙에 깃들면서 가장 씩씩하고, 흙과 함께 지내면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아무렴, 씨앗인걸요.


  모든 씨앗은 흙을 좋아합니다. 아니, 모든 씨앗은 흙에서 살아갑니다. 모든 씨앗은 흙 품에 안겨서 해님과 비님과 바람님이 베푸는 숨결을 먹으며 살아요. 여기에, 지구별에서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 손길을 곱게 받으면서 큽니다.


  그런데, 그림책 《수박 씨앗》에 나오는 수박씨는 좀처럼 사랑을 못 받아요. 모두들 ‘땅에 대단한 보배’가 묻혔다고 여기면서 자꾸 파서 들춥니다. 이러고는 ‘고작 수박씨’가 있다면서 섭섭해 합니다. 흙 품에 안겨서 고이 잠들어 새로 깨어나야 할 수박씨는 잠도 못 잘 뿐 아니라, 아주 골이 날 만한 말만 잇달아 듣습니다.




.. 수박을 먹을 때도 시끄럽습니다. 칼로 수박을 쩍 갈랐더니 안에서 이런 고함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이래도, 이래도 내가 시시해 보여? 엉!” ..  (27쪽)



  씨앗을 심었으면 흙을 믿어야 해요. 씨앗을 심은 뒤에는 볕이 잘 들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해요. 씨앗을 심은 자리에 빗물과 바람이 골고루 찾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릅니다. 씨앗은 이 모든 기운을 받아 숙숙 올라오고, 멋진 꽃을 피우며, 알찬 열매를 맺어요.


  씨앗 한 톨에 온누리가 깃듭니다. 씨앗 한 톨에서 모든 목숨이 비롯합니다. 씨앗 한 톨에 꿈이 깃들고, 씨앗 한 톨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자랍니다.


  우리 모두 씨앗을 심어요.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우리 함께 씨앗을 심어요. 삶을 가꾸고, 밭을 가꾸며, 사랑을 가꾸어요. 4347.11.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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