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22) 하지만 1


전시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레용을 찾았어요. 하지만 결국 찾지 못했어요. 사이먼은 누나에게 혼나기 전에 얼른 누나를 안았어요

《바바라 매클린톡/문주선 옮김-아델과 사이먼》(베틀북,2007) 19쪽


 하지만

→ 그러나

→ 그렇지만

→ 그렇지마는

→ 그러하지만

→ 그러하기는 하지만

→ 그렇기는 하지만

 …



  오늘날 ‘하지만’이라는 낱말을 아주 널리 씁니다. 그러면, 한국사람은 이 낱말을 언제부터 이처럼 널리 썼을까요. ‘하지만’이라는 낱말은 널리 쓸 만할까요? 한국말로 깊이 뿌리를 내렸다고 할 만하니 앞으로도 이대로 쓰면 될까요? ‘하지만’처럼 줄여서 쓰는 ‘해서’나 ‘하여’나 ‘하면’ 같은 말마디도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할까요? ‘해서’나 ‘하여’나 ‘하면’ 같은 말마디도 한국말사전에 한 번 올리면 앞으로 스무 해나 마흔 해나 예순 해쯤 뒤에는 널리 쓸 만할까요?



1940. 문세영, 수정증보 조선어사전, 조선어사전간행회

하지만 : x

그렇지만 : x

그러나 : 그러하지만. 그렇지마는

그렇지마는 : 그러하지마는. 그러하다.

그러하다 : 그와 같다. 맞다. 틀리지 않다. 그대로 있다.



  1930년대에 처음 나오고 1940년에 고침판이 나온 《조선어사전》에는 ‘하지만’이라는 낱말이 없습니다. ‘그러나’만 있고, ‘그러하지만’을 뜻한다고 적습니다. ‘그렇지만’은 안 싣지만 ‘그렇지마는’을 싣습니다. 이를 미루어 살피면, 오늘날 우리가 쓰는 ‘그렇지만’은 처음에 ‘그렇지마는’으로만 썼다고 할 만합니다. 그리고, ‘그렇지마는’은 ‘그러하지마는’을 줄인 낱말인 줄 헤아릴 수 있습니다.



1956. 언어문학연구소, 조선어소사전, 과학원

하지만 : x

그렇지만 : x

그러나 : 그러하지만

그러하다 : 그와 같이 다름이 없다. (준말) 그렇다.


1957. 한글학회, 큰사전, 어문각

하지만 : x

그렇지만 : x

그러나 : x

그러하다 : 그와 같다. 그와 같이 다름이 없다.


1958. 신기철·신용철, 표준국어사전, 을유문화사

하지만 : x

그렇지만 : x

그러나 : 그러하지만

그러하다 : 그와 같다. 그것과 같다. 그렇다.

그렇다 : ‘그러하다’의 준말


1958. 한글학회, 중사전, 한글학회

하지만 : 그러하지마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렇지만 : x

그러나 : x

그러하다 : 그와 같다. 그와 같이 다름이 없다.

그렇다 : ‘그러하다’의 준말


1959. 홍웅선·김민수, 새사전, 대한교과서주식회사

하지만 : x

그렇지만 : x

그러나 : x



  1950년대에 나온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한글학회에서 펴낸 《중사전》에 처음으로 ‘하지만’이 나옵니다. 1957년에 나온 《큰사전》에는 ‘하지만’뿐 아니라 ‘그렇지만’과 ‘그러나’를 안 다룹니다. 1958년 《중사전》은 오직 ‘하지만’ 한 가지를 다룹니다. 1958년 신기철·신용철 《표준국어사전》은 ‘그러나’를 1940년 《문세영사전》에 이어 올림말로  다룹니다. 한편, 북녘에서 나온 《조선어소사전》에서는 ‘그러나’ 한 가지만 올림말로 다루고, 말풀이를 “그러하지만”으로 붙입니다.



1961. 이희승, 민중국어대사전, 민중서관

하지만 : 그러나. 그렇지만.

그렇지만 : 그렇지마는. 그러하지마는.

그러나 : 그렇지마는. 그러하지만.


1965. 한글학회, 새한글사전, 한글학회

하지만 : 그러하지마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렇지만 : x

그러나 : 그러하지마는

그러하다 : 그와 같다



  1960년대로 접어들어 이희승 《민중국어대사전》에서 ‘그렇지만’을 올림말로 다룹니다. 맨 처음입니다. 이보다 네 해 뒤에 나온 한글학회 《새한글사전》에서는 ‘그렇지만’을 올림말로 안 다룹니다. 그런데, 이희승 《국어대사전》은 ‘하지만’ 뜻풀이를 “그러나. 그렇지만.”으로 적습니다. ‘그렇지만’ 꼴이 처음으로 나오는 한국말사전이라고 할 만합니다. 다만, ‘그렇지만’은 ‘그렇지마는’과 ‘그러하지마는’을 줄인 낱말인 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민중국어대사전》은 ‘그러나’와 ‘그렇지만’에 똑같은 말풀이(그렇지마는)를 붙입니다.



1979. 양주동, 국어대사전, 선일문화사

하지만 : 그러나. 그렇지만. but

그렇지만 : 그렇지마는. 그러하지마는

그러나 : x

그러하다 : 그와 같다. (준) 그렇다


1992.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조선말대사전, 사회과학출판사

하지만 : (말체) 그렇지만

그렇지만 : x

그러나 : 앞의 말에 맞세워서 이어주는 뜻을 나타낸다

그러하다 : 그 모양과 같거나 또는 그와 같다. 그러다.



  1970년대 끝무렵에 나온 양주동 《국어대사전》은 ‘그러나’를 올림말에서 뺍니다. 북녘에서 펴낸 한국말사전을 보면, 1990년대에도 ‘그렇지만’을 올림말로 안 적습니다. 그리고, ‘하지만’은 “말체”라고 못을 박으면서 “그렇지만”을 가리킨다고 풀이합니다.



201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하지만 :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거나 상반되는 사실을 나타내는 두 문장을 이어 줄 때 쓰는 접속 부사.

그렇지만 : 앞의 내용을 인정하면서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이 대립될 때 쓰는 접속 부사.

그렇지마는 : ‘그렇지만’의 본말.

그러나 :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이 상반될 때 쓰는 접속 부사. ‘그리하나’가 줄어든 말.



  2000년대로 접어든 뒤, 한국말사전에서는 ‘하지만’이나 ‘그렇지만’이 어디에서 비롯한 낱말인지 따로 안 밝힙니다. 이제는 그저 ‘접속 부사’로 다룰 뿐입니다. 사회에 널리 퍼진 말씨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마디이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이제, 찬찬히 헤아립니다. ‘하지만’은 한국사람이 거의 안 쓰거나 아예 안 쓰던 말씨였다고 할 만합니다.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비로소 한국말사전에 실리고, 차츰차츰 쓰임새를 넓히는구나 싶습니다. 예부터 한국사람은 ‘그렇지마는’과 ‘그러하지마는’을 썼고, 이 말투가 줄어서 ‘그렇지만’ 꼴이 된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하지만’은 어떻게 태어났을까요? ‘그러하지마는’이 줄어든 ‘그러하지만’에서 ‘그러-’를 뺄 적에 ‘하지만’이 됩니다.



 해서 → 이리해서 (이리하다) 

 하여 → 이리하여 (이리하다)

 하면 → 이리하면 (이리하다)



  요즈음 여러모로 자꾸 퍼지는 잘못된 말투 가운데 하나가 ‘해서·하여·하면’입니다. ‘이리해서·이리하여·이리하면’으로 적어야 올바른데, ‘이리-’를 빼서 이처럼 엉뚱하게 씁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줄여서 쓸까요? 이렇게 줄여서 써도 될까요? 이렇게 줄여서 쓰는 말투는 올바를까요? 한국말을 살리거나 새로운 한국 말씨나 말법이나 말투가 될 만할까요?


  줄여서 쓰고 싶다면 ‘이래서’나 ‘그래서’로 줄이면 됩니다. 그리고, ‘이러면’이나 ‘그러면’으로 줄이면 됩니다. ‘해서·하여·하면’으로 줄여서 쓰는 일은 모두 알맞지 않고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러하지마는’을 줄이면 ‘그렇지마는’이고, ‘그렇지마는’을 줄이면 ‘그렇지만’입니다. 이를 여기에서 더 줄여야 할 까닭이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단출하게 쓰는 ‘그러나’도 있는데, 왜 ‘하지만’처럼 줄여서 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널리 퍼지거나 두루 뿌리내린 말투라 하더라도 올바르지 않다면 다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잘못 쓰는 말투라 할 때에는 올바르게 쓰도록 새롭게 배워서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말에는 우리 넋을 담기 때문입니다. 말 한 마디는 우리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일그러졌기에 일그러진 말씨를 써도 된다고 여긴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사회가 일그러졌어도 넋을 살리고 말을 살리면서 삶과 사회를 아름답게 되살리기를 바란다면, 잘못 쓰는 말투는 떨치고 올바르면서 아름다운 한국말이 되도록 마음을 쏟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4347.11.1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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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크레용을 찾았어요. 그러나 끝내 찾지 못했어요. 사이먼은 누나한테 꾸중 듣기 앞서 얼른 누나를 안았어요


‘결국(結局)’은 ‘끝내’로 다듬고, “혼(魂)나기 전(前)에”는 “꾸중 듣기 앞서”나 “꾸지람 듣기 앞서”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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