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56) 쌍방의 1


어쨌든 내일부터 사전에 정해진 증인이 출두하여 쌍방의 주장을 통해 논쟁을 하게 됩니다만

《고우다 마모라/도영명 옮김-미궁 속의 벚꽃 上》(시리얼,2011) 69쪽


 쌍방의 주장을 통해

→ 두 쪽 생각을 놓고

→ 이쪽저쪽 생각을 놓고

→ 이쪽저쪽 다른 생각을 놓고

→ 둘이 다른 생각을 놓고

→ 서로 다른 생각을 놓고

 …



  한자말 ‘쌍방’은 ‘양방’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자말 ‘양방’은 “이쪽과 저쪽”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느 한자말이든 ‘이쪽저쪽’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쌍방의 이해와 협조로 잘 해결되었다

→ 서로 헤아리고 도와서 잘 풀었다

 쌍방이 밀고 밀리는 일대 혈전

→ 서로 밀고 밀리는 아주 피 튀기는 다툼

→ 둘이 밀고 밀리는 아주 피 튀기는 싸움

 양방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 둘 모두한테 책임이 있다

→ 서로 책임이 있다


  ‘이쪽저쪽’을 넣을 때에 알맞다면 ‘이쪽저쪽’을 씁니다. ‘이쪽저쪽’보다 다른 낱말이 알맞다면 ‘둘’이나 ‘두 쪽’이나 ‘두 군데’나 ‘두 사람’을 씁니다. 이 낱말보다 다른 낱말이 한결 알맞구나 싶으면 ‘서로’나 ‘서로서로’를 씁니다.


  보기글을 보면 ‘쌍방(이름씨) + 의 + 주장(이름씨)’ 꼴입니다. 한국말사전 보기글도 ‘쌍방(이름씨) + 의 이해와 협조(이름씨)’ 꼴입니다. 일본말은 이름씨와 이름씨를 ‘の’를 써서 잇습니다. 그런데, 보기글에 나오는 ‘주장’이나 ‘이해’ 같은 한자말은 ‘주장하다’나 ‘이해하다’처럼 움직씨 꼴로 쓰면 ‘쌍방’ 뒤에 ‘-의’가 달라붙지 못합니다.


  한국말이 한국말이 되도록 “쌍방이 주장하는”이나 “쌍방이 이해하고 협조하여”처럼 적으면, ‘-의’가 달라붙지 못합니다. 이렇게 말투와 토씨를 가다듬은 뒤, 지나치게 집어넣은 한자말을 사뿐사뿐 털면 말씨나 말흐름이 부드러우면서 정갈합니다.


  그런데 ‘둘’이나 ‘서로’를 쓰더라도 ‘-의’를 붙이는 분이 꽤 많습니다. 낱말은 알맞게 추스를 줄 알지만, 토씨는 제대로 붙이는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찬찬히 살피고 조금 더 헤아리면서 낱말과 토씨와 말투를 모두 알맞고 바르게 가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1.1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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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내일부터 미리 부른 증인이 나와 서로 다른 두 쪽 생각을 놓고 이야기를 나눕니다만


“사전(事前)에 정(定)해진”은 “미리 부른”이나 “미리 뽑힌”으로 손질하고, ‘출두(出頭)하여’는 ‘나와서’로 손질합니다. “주장(主張)을 통(通)해”는 “생각을 놓고”로 손보고, “논쟁(論爭)을 하게 됩니다만”은 “이야기를 나눕니다만”으로 손봅니다.



쌍방(雙方) = 양방(兩方)

   - 이 분규는 쌍방의 이해와 협조로 잘 해결되었다 /

     전선은 일주일 전까지도 쌍방이 밀고 밀리는 일대 혈전

양방(兩方) : 이쪽과 저쪽 또는 이편과 저편을 아울러 이르는 말

   - 그 일은 양방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97) 필사의 2


그때 필사의 각오로 일본에 오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숙연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2014) 225쪽


 필사의 각오로

→ 죽을 다짐으로

→ 죽을힘을 다해

→ 죽음을 무릅쓰는 마음으로

→ 목숨을 바친다는 마음으로

→ 이를 악물고

 …



  일본군한테 성노예가 되어야 했던 분이 할머니가 되어 일본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분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가는 일이 끔찍하고 무서웠지만, 지난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똑똑히 밝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먹었다고 해요. 그래서 “죽을힘을 다해”서, 다시 말하자면 “죽음을 무릅쓰”고 일본에 찾아갔다고 합니다.


  목숨을 바쳐야 할는지 모른다고도 생각하셨으리라 느껴요. 목숨을 잃을 수 있지만 씩씩하게 가자고 생각하셨으리라 느낍니다. 새롭게 힘을 내셨을 테고, 이를 악무셨겠지요. 입을 앙다물고 두 주먹 불끈 움켜쥐셨을 테지요. 4347.11.1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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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죽음을 무릅쓰는 마음으로 일본에 오신 줄 알고 나니 절로 고개를 숙였어요


‘각오(覺悟)’는 ‘다짐’이나 ‘마음’으로 다듬고, “일본에 오신 것이라는 사실(事實)을”은 “일본에 오신 줄”로 다듬습니다. ‘숙연(肅然)’은 “고요하고 엄숙함”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엄숙(嚴肅)’은 “장엄하고 정숙함”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장엄(莊嚴)’은 “씩씩하고 웅장하며 위엄 있고 엄숙함”을 뜻한다 하고, ‘정숙(靜肅)’은 “조용하고 엄숙함”을 뜻한다 합니다. 낱말풀이가 여러모로 돌림풀이입니다. 다만, 이 낱말을 쓰는 자리를 살피면, 아무 말을 하지 못하면서 거룩하다는 느낌이 들 만하지 싶어요. 이 보기글에서는 “절로 고개를 숙였어요”쯤으로 손질하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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