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95) -의 : 농업의 쇠퇴
이렇게 미국 잉여농산물의 대량 도입은 국내 농업의 쇠퇴를 가져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을 떨어뜨렸다
《이임하-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철수와영희,2014) 28쪽
국내 농업의 쇠퇴를 가져와
→ 우리 농업이 뒤처지고
→ 우리 농업이 허물어지고
→ 우리 농업이 흔들리고
→ 우리 농업을 갉아먹어
→ 우리 농업을 허물어
→ 우리 농업을 흔들어
…
보기글을 보면 ‘-의’를 두 군데에 넣습니다. 앞쪽과 뒤쪽을 살피면, 두 군데 모두 번역 말투입니다.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긴 글이 아니라, 한국사람이 수수하게 한국말로 이야기를 푸는 글인데 번역 말투입니다.
‘(무엇)의 (무엇)’처럼 쓰는 말투는 번역 말투이면서 일본 말투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짜임새가 엉성합니다. 임자말과 풀이말을 매끄럽게 잇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이 글월에서 임자말은 ‘도입’이고, 풀이말은 ‘떨어뜨렸다’입니다. ‘도입’이 ‘떨어뜨린다’고 하는 글짜임은 그야말로 앞뒤가 안 맞습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이렇게 안 씁니다.
이 글흐름을 본다면, 임자말 자리에서는 “이러구러한 탓에”나 “이러구러하기 때문에”처럼 적고, 풀이말 자리에서는 “이러구러하게 됐다”나 “이러구라하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임자말은 ‘한국이’나 ‘우리나라가’가 되어야 하고, 이 임자말은 글흐름에 따라 안 넣는다고 여기면서 글을 적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한국이/우리나라가) 미국에서 남는 곡식을 엄청나게 들인 탓에”처럼 앞자리를 열고, “한국 농업이 흔들리고 식량자급률이 떨어졌다”처럼 뒷자리를 마무리합니다. 4347.11.12.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렇게 미국에 남아도는 곡식을 엄청나게 들인 탓에 한국 농업이 허물어지고 식량자급률은 떨어졌다
“미국 잉여농산물(剩餘農産物)의 대량(大量) 도입(導入)은”은 “미국에 남아도는 곡식을 엄청나게 들여와서”나 “미국에서 남는 곡식을 엄청나게 들인 탓에”로 손보고, “국내(國內) 농업”은 “우리 농업”이나 “한국 농업”으로 손봅니다. “쇠퇴(衰退)를 가져와”에서 ‘가져와’는 이 자리에 쓸 수 없습니다. “쇠퇴하게 해서”나 “뒤처지게 해서”로 손질하거나, “무너뜨려”나 “허물어”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