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67) 경제적 1


물론 미국에는 단순히 경제적 향상을 위해 이민 오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유럽에서 종교적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 세를 잃은 무리가 대거 피난하는 곳이 아메리카 식민지였다

《김형인-미국의 정체성》(살림,2003) 42쪽


 경제적 향상을 위해

→ 살림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 쪼들리는 살림을 펴고 싶어서

→ 돈을 벌려고

→ 돈을 벌 생각으로

→ 돈 좀 만져 보려고

 …



  꽤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경제 발전”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경제 발전”이란 무엇일까요. “경제 안정”을 바라는 분이 많은데 “경제 안정”이란 또 무엇일까요. “경제를 살린다”고 할 때에 ‘경제’란 무엇일까요.


  똑부러지게 어느 한 가지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줄 압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두루뭉술하게 쓰면서 자꾸 두루뭉술한 말이 퍼지지 싶습니다. 손쉽게 쓸 수 있는 말을 손쉽게 안 쓰면서 자꾸 뭉뚱그리는 말로 나아가지 싶습니다. 모든 자리에서 ‘경제’라는 낱말을 털어낼 수는 없을 터이나, “나라살림이 나아진다”라든지 “나라살림이 자리잡는다”라든지 “나라살림을 살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활동 → 돈벌이 / 돈 버는 일

 경제적 빈곤 → 가난한 살림 / 가난

 경제적으로 어렵다 → 밑천이 어렵다 / 살림이 어렵다

 경제적 투자를 하다 → 돈을 들이다 / 목돈을 쓰다

 경제적 가치 → 돈으로 따지는 값어치 / 값어치

 시간을 경제적으로 이용하다 → 시간을 알뜰히 쓰다

 훨씬 더 경제적이다 → 훨씬 더 낫다 / 훨씬 더 도움이 되다


  “경제 활동”이란, “돈 버는 일”입니다. “시간을 경제적으로 이용하다”는 시간을 ‘알차게’ 쓰거나 ‘살뜰히’ 쓰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이리하여, “경제적 향상”을 바란다고 할 적에는 “살림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모습이요, “살림을 펴려”는 생각이거나, “돈을 벌” 마음을 나타내요. 또는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입니다.


  ‘경제’나 ‘경제적’ 같은 낱말을 그대로 쓰려 하면 그대로 쓸 수 있지만, 한국사람이 쓴 지 얼마 안 된 이 낱말을 살며시 내려놓고 생각해 봅니다. 이런 낱말이 없던 지난날 우리는 어떤 말로 생각을 밝히고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4337.1.9.쇠/4347.11.1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다만 미국에는 그저 돈을 벌려고 넘어오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유럽에서 종교와 정치 다툼이 골이 깊으면 힘을 잃은 무리가 잔뜩 몰려드는 곳이 아메리카 식민지였다


‘물론(勿論)’은 ‘다만’이나 ‘말할 것도 없이’나 ‘가만히 보면’으로 다듬고, ‘단순(單純)히’는 ‘그저’로 다듬습니다. “이민(移民) 오는”은 “건너오는”이나 “넘어오는”으로 손보고, “종교적 정치적 갈등(葛藤)이 심화(深化)되면”은 “종교와 정치 다툼이 골이 깊어지면”이나 “종교와 정치 타툼이 깊어지면”으로 손봅니다.  ‘세(勢)’는 ‘힘’으로 손질하고, “대거(大擧) 피난(避難)하는”은 “한꺼번에 옮겨오는”이나 “우루루 몰려드는”이나 “잔뜩 몰려드는”으로 손질해 봅니다.



경제적(經濟的)

1.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에 관한

    - 경제적 활동 / 경제적 빈곤 / 경제적 침략 / 경제적인 기회균등 /

      경제적으로 어렵다 / 경제적인 면에서

2. 돈이나 시간, 노력을 적게 들이는

    - 경제적 투자 / 경제적 가치 / 시간을 경제적으로 이용하다 /

      장기적으로 보아 훨씬 더 경제적이다

경제(經濟)

1.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

    - 경제가 발전하다 / 경제가 안정되다 / 경제가 침체되다 / 경제를 살리다

2. = 경제학

3. 돈이나 시간, 노력을 적게 들이는 일

   - 노력 경제의 원칙


..



 '-적' 없애야 말 된다

 (32) 경제적 2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경제적 고민을 함께 떠안습니다. 가난한 자신을 유복한 친구와 비교하면서 자기 때문에 집안 살림이 더 쪼들린다고 생각하고는 괴로워합니다

《야누쉬 코르착/노영희 옮김-아이들》(양철북,2002) 78쪽


 부모의 경제적 고민을 함께 떠안습니다

→ 어버이가 하는 돈 걱정을 함께 떠안습니다

→ 가난한 어버이 걱정을 함께 떠안습니다

→ 어버이와 함께 돈 걱정을 합니다

→ 어버이와 마찬가지로 돈 걱정을 합니다

→ 어버이와 똑같이 돈 때문에 걱정입니다

 …



  돈이나 시간이나 품을 들이는 일을 가리킬 적에, 나날이 ‘경제적’이라는 낱말이 널리 퍼지는구나 싶습니다. “돈을 아꼈다”고 말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절약했다”고 하거나, “돈을 벌었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경제적으로 이익이다”고 하기 일쑤입니다.


  이런 흐름 탓에 돈 때문에 걱정을 하는 일을 놓고 “돈이 없어 걱정”이라 하거나 “살림이 쪼들려 근심”이라 말하지 않고 “경제적 고민”을 한다고 가리키는구나 싶어요. 그렇지만, 돈이 많을 때에는 “돈이 많다”고 하거나 “살림이 넉넉하다”고 하면 됩니다. “경제적으로 풍요”하다고 이야기하지 말고. 4337.9.28.불/4347.11.1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이들은 가난한 어버이 걱정을 함께 떠안습니다. 가난한 나를 잘사는 동무와 견주면서 나 때문에 집안 살림이 더 쪼들린다고 생각하고는 괴로워합니다


‘부모(父母)’는 ‘어버이’로 다듬고, ‘고민(苦悶)’은 ‘걱정’이나 ‘근심’으로 다듬으며, ‘유복(裕福)한’은 ‘넉넉한’이나 ‘잘사는’으로 다듬습니다. ‘자신(自身)’은 ‘나’로 손보고, ‘친구(親舊)’는 ‘동무’로 손보며, ‘비교(比較)하면서’는 ‘견주면서’로 손봅니다. “자기(自己) 때문에”는 “나 때문에”로 손질합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35) 경제적 3


지금은 경제적 기적을 일으킨 시기인지라

《캐테 콜비츠》(운디네,2004) 107쪽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나무가 되고 싶은 화가 박수근》(나무숲,2000) 44쪽


 경제적 기적을 일으킨

→ 경제 기적을 일으킨

→ 모두 돈을 엄청나게 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 살림이 넉넉하지는

→ 돈이 넉넉하지는

 …


  보기글에서 말하는 “경제적 기적”이란 무엇일까요. “잘사는” 일을 가리키는 듯하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넉넉하게 살아가는” 일을 가리키는 듯하지도 않습니다. “너나 없이 느긋하게 살림을 꾸리는” 모습을 가리킬까요? 아무래도, “돈이 넘쳐나는” 모습을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돈만 많이 벌어들인” 일을 이야기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다른 보기글에 나오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모습이란, “쓸 수 있는 돈이 많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한 마디로 “살림이 넉넉하다”고 하는 셈이며, “돈이 넉넉하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4337.10.1.쇠/4347.11.1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오늘날은 모두 돈을 엄청나게 번 때인지라

요즘은 경제 기적을 일으킨 때인지라


살림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지금(只今)’은 ‘오늘날’이나 ‘요즘’으로 손질하고, ‘시기(時期)’는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만, ‘때’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