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매트릭스 트릴로지 (3disc) - 매트릭스 + 리로디드 + 레볼루션
라나 워쇼스키 외 감독, 키아누 리브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매트릭스

The Matrix, 1999



  영화 〈매트릭스〉는 셋째 이야기까지 나온다. 곧 넷째 이야기가 나올 테지. 어쩌면 안 나올는지 모르나, 어젯밤 꿈에서 이 영화가 꾸준히 나온다면 다음에 누가 어떻게 나올는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내 꿈에 왜 영화 〈매트릭스〉 이야기가 나왔을까. 그리고, 꿈에서 본 이야기는 영화와 얼마나 얽힐 만할까. 또는, 이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삶’과 ‘생각’은 언제나 하나라는 대목을 알려주려는 뜻일까.


  내 꿈에서는 아주 어린 가시내가 나온다. 둘레에서 흔히 볼 만한 어린 가시내일 수 있으나, 이 가시내는 예전에 이 땅에서 살던 어떤 사람 넋이 새 옷을 입고 태어난 목숨이다. 이 가시내는 예전 삶을 떠올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 몸’이라는 새 옷을 입고 태어나면서 예전 삶을 떠올리지 못하도록 ‘기억 지우는 프로그램’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어린 가시내를 알아보는 ‘눈’이 있다. 이 아이를 알아보는 눈은 이 아이한테 어두운 그림자가 씌지 않도록 데리고 움직이는데, 오랜 나들이에 지친 아이를 좁은 곳에 숨기면서 한 마디를 들려준다. ‘네가 생각을 하면 너는 어디로든 갈 수 있어. 네가 생각하지 못하면 너는 어디로든 갈 수 없어. 네가 가고 싶은 곳을 머릿속에 똑똑히 그려야 너는 네가 가려는 데에 갈 수 있어. 기운 내.’


  영화 〈매트릭스〉는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모든 것은 ‘프로그램’이라는 대목을 알려줄까. 그러면,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누군가 짠 틀에 맞추어 모두 똑같이 움직인다는 뜻인가. 하품조차 프로그램이고, 입시지옥조차 프로그램이며, 미끄러져 넘어지는 일조차 프로그램이라는 뜻인가. 그러면, 프로그램대로 짜인 삶이란 무엇인가. 프로그램을 삶이라 할 수 있는가. 참답게 삶이 되려면, 누군가 짠 틀에 따라 톱니바퀴로 움직이는 종살이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지어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곰곰이 돌아보면, 학교교육은 아이들한테 생각을 심지 않는다. 학교교육은 아이들을 길들이기만 한다. 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어른은 그저 교과서 지식만 머릿속에 똑같이 집어넣는 짓을 한다. 때로는 교과서 말고 다른 책이나 이야기를 들려주기는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서 프로그램 틀을 깨도록 이끌지 못한다. 교사도 스스로 프로그램에 갇힌 톱니바퀴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로 나간다는 아이들은 스무 살이 넘은 뒤로는 돈 버는 굴레에 갇힌다. 즐겁게 누리는 ‘일’이 아니라, 돈을 안 벌면 굴러떨어지는 ‘굴레’ 같은 지옥에 휩쓸린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생각을 짓지 못하는 사회 얼거리요, 모든 사람이 이리로 휘둘리고 저리로 휩쓸리는 흐름이다.


  스스로 생각하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면, 스스로 생각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어디로도 갈 수 없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없다.


  사랑을 하고 싶으면 스스로 해야 한다. 흰말 탄 왕자님이나 공주님이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사랑을 스스로 가슴에서 끌어내어 곱게 꽃으로 피울 때에 비로소 사랑이 된다. 이루고 싶은 꿈도 스스로 생각해서 지어야 한다.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꿈을 스스로 짓지 않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거나 어떤 꿈을 이루겠는가.


  가만히 보면,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수많은 ‘싸움 모습’은 우리가 쳇바퀴처럼 구르면서 이웃과 동무를 밟고 올라서려는 아귀다툼하고 똑같다 할 만하다. 우리가 늘 벌이는 맴돌이가 바로 영화에 나오는, 이른바 ‘액션 씬’이라고 할까? 영화에서 ‘더 짜릿한 액션 씬’을 바라듯이, 우리는 우리 삶에서 스스로 생각을 지우거나 잃거나 잊으면서 ‘남이 보여주는 틀에 길든’ 하루를 되풀이하기만 한다. 4347.11.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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