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93) -의 : 씨앗의 머리


그런데 겨우내 / 땅만 굽어보던 봄비라서 / 씨앗의 머리는 톡톡 정확히 맞힙니다. / 늦잠 자는 개구리 이마는 / 간질간질 잘도 맞힙니다

《이정록-저 많이 컸죠》(창비,2013) 16쪽


 씨앗의 머리는

→ 씨앗 머리는



  보기글을 보면 씨앗은 “씨앗의 머리”로 적고, 개구리는 “개구리 이마”로 적습니다. 씨앗은 토씨 ‘-의’를 붙여서 “씨앗의 머리”로 적는데, 왜 개구리는 “개구리의 이마”로 안 적고 “개구리 이마”로 적을까요? 개구리를 “개구리 이마”로 적을 줄 안다면, 씨앗도 “씨앗 머리”로 적어야 올바르지 않을까요?


  머리나 이마를 가리킬 적에 “누나 머리”나 “동생 이마”처럼 말을 하고 글을 적습니다. 따로 ‘-의’를 넣지 않습니다. 씨앗이든 개구리이든 이와 같아요. 더욱이, 어린이가 읽을 동시에서는 토씨 ‘-의뿐 아니라 말씨와 말투도 깊이 살피면서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4347.1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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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正確)히 맞힙니다”는 “똑바로 맞힙니다”로 손봅니다.


그런데 겨우내 / 땅만 굽어보던 봄비라서 / 씨앗 머리는 톡톡 똑바로 맞힙니다. / 늦잠 자는 개구리 이마는 / 간질간질 잘도 맞힙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85) -의 : 옥에 티


윤동주의 〈서시〉는 숭고한 시 정신과 주옥 같은 언어로 빛나지만, “나한테 주어진 길”은 옥에 티다

《이수열-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2014) 63쪽


 옥에 티다

→ 티다

→ 안타까운 티다

→ 아쉬운 티다

→ 한 점 티다

→ 티 한 점이다

 …



  이 보기글을 보면 “옥의 티”로 적지 않고 “옥에 티”로 적습니다. 토씨 ‘-의’를 함부로 안 쓰려고 했구나 싶지만, 이렇게 쓰는 글은 외려 올바르지 않습니다. 차라리 “옥의 티”로 적어야 합니다. 더군다나, “옥의 티”처럼 사람들이 잘못 쓰는 말투를 뜬금없이 “옥에 티”로 적으면서, 글 첫머리에는 토씨 ‘-의’를 버젓이 넣어요. ‘-의’를 다듬거나 털려고 한다면, 다른 자리에서도 말끔히 털어야 올바릅니다.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옥의 티” 같은 일본 말투를 너무 함부로 잘못 쓰기 때문에 이 말투를 다듬으려고 했을 텐데, ‘の’를 ‘-의’로 고쳐도 한국말이 아니지만, ‘-의’를 ‘-에’로 억지로 바꾼다고 해서 한국말이 되지 않아요. 한국말로 제대로 손질하자면, “티다(티이다)”로 적거나 “한 점 티다(한 점 티이다)”로 적거나 “안타까운 티다(안타까운 티이다)”로 적으면 됩니다.


  티는 옥에만 묻지 않습니다. 어디에 묻어도 티는 티입니다. 앞에 붙는 “옥의”는 군더더기라 할 만합니다. 앞에 꾸밈말을 붙이고 싶다면 한국 말투를 올바로 살리도록 붙여야 해요.


  때와 곳에 따라 “슬픈 티”라든지 “쓸쓸한 티”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궂은 티”나 “얄궂은 티”처럼 적을 수 있어요. 4347.1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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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님 〈서시〉는 거룩한 넋과 구슬 같은 말로 빛나지만, “나한테 주어진 길”은 아쉬운 티다


“윤동주의 〈서시〉”는 “윤동주가 쓴 〈서시〉”나 “윤동주 님 〈서시〉”로 손보고, ‘숭고(崇高)한’은 ‘거룩한’으로 손보며, ‘정신(精神)’은 ‘넋’이나 ‘마음’으로 손봅니다. ‘주옥(珠玉)’은 ‘구슬’이나 ‘옥구슬’로 손질하고, ‘언어(言語)’는 ‘말’이나 ‘글줄’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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