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x츠바사 8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13



어른이 만든 사회에서

― 유키×츠바사 8

 타카하시 신 글·그림

 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4.9.30.



  타카하시 신 님이 빚은 만화책 《유키×츠바사》(대원씨아이,2014) 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거친 사회에 시달리면서 아프고 슬픈 아이들이 나오는 《유키×츠바사》입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만든 모습입니다. 옳다 그르다를 떠나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만든 모습입니다. 나쁘다 좋다를 떠나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세워서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 ‘옛날부터 줄곧 쭉 전하고 싶었던 말도, 잊어버리고 싶은 일도, 눈처럼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다.’ (5쪽)

- ‘하찮은 우리에게 정신 팔리는 법조차 없이 우리의 한숨도, 모습도 요란한 소음 속에 너무도 쉽게 사라져서 돌아갈 곳 잃은 강아지처럼 나는 선배의 손을 잡고 계속 달렸다.’ (49쪽)




  아이는 어떤 목숨일까 생각합니다. 아이는 왜 태어났을까 돌아봅니다. 아이는 수험생이 되려는 목숨일까요, 아니면 아이는 입시준비생으로 살아야 할 목숨일까요. 아이는 입시지옥을 뚫고서 취업지옥도 가로질러야 할 목숨일까요.


  어른은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생각합니다. 어른은 아이를 왜 낳았을까 돌아봅니다. 어른은 아이한테 입시지식을 알려주려고 낳았을까요, 아니면 어른은 아이가 대학생이 되기를 바라면서 낳았을까요. 어른은 아이를 예비 대학생이 되기를 바라면서 바라볼까요.


  만화책 《유키×츠바사》에 나오는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나이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어른이 시키는 몹쓸 짓을 받아들여야 하고, 어른한테 노리개가 되어야 합니다. 겉차림은 고등학생이지만, 알맹이는 ‘아이다움’을 건사하거나 지키기 어렵습니다. 이 아이들은 어떤 힘으로 사회에 맞서야 할까요. 이 아이들은 어떤 기운을 내어 사회에 부딪혀야 할까요. 이 아이들은 앞으로 자라 어른이 되면 이 사회에 그대로 녹아들어 다른 어른들이 저희한테 했듯이 새로운 아이들을 똑같이 길들이거나 짓누르면서 괴롭혀야 할까요.





- ‘그렇구나. 이게, 아픔과 억울함과 외로움과 함께, 괴롭힘 당하는 시간이면 언제나 고등학교 옥상에서 들려왔던 만신창이의 노래.’ (66∼67쪽)

- ‘물장사 하는 여자? 근데 저 사람 거의 우리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츠바사. 저 녀석 이런 데서 알바 하고 있나? 그래서 늘 학교에도 지각하고.’ (84∼85쪽)



  어른이 만든 사회에서 아이는 할 것이 없습니다. 어른이 다 짠 사회에서 아이는 할 일이 없습니다. 어른이 다 이룩한 사회에서 아이는 할 놀이가 없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담임이나 수업을 고르지 못합니다. 아이는 학원에 갈는지 말는지, 학원에 간다면 어떤 학원에 갈는지 고르지 못합니다. 아이는 제 삶을 고르지 못하고, 제 길을 고르지 못합니다. 오늘날 같은 제도권 사회에서 아이는 이곳에도 저곳에도 가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르지 못합니다. 아이는 책을 읽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르지 못합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시키는 대로 따릅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차리는 밥을 먹습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입히는 옷을 입습니다.


  아이는 어떤 목숨인가요. 아이는 어떤 숨결인가요.






- “다 알아! 보나마나 미성년자지? 난 경찰이니까 친하게 지내 두면, 상당히 이득일걸?” (106∼107쪽)

- ‘어느새 당연한 일처럼 아침이 돌아왔다. 눈 속에 파묻힌 안쪽 하구레 온천의 여명은 비록 산에 가려져 다소 늦지만, 아침햇살이 비추지 않는 날은 없다는 걸, 바보처럼 곧 중학교도 졸업하는 이제야 깨달았다.’ (136∼137쪽)



  어른이 만든 사회에서 아이는 ‘사랑’이 아닙니다. 아이가 ‘사랑’이 되려면, 이 사회는 없어져야 합니다. 어른이 만든 사회와 제도와 교육과 문화와 정치와 경제에서 아이는 ‘사랑’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사회와 제도와 교육과 문화와 정치와 경제를 걷어치워야 아이는 비로소 ‘사랑’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육도 복지도 아이를 낳지 못해요. 정치도 경제도 아이를 낳지 못합니다. 문화나 예술은 아이를 낳을까요? 아닙니다. 그 어느 것도 아이를 낳지 못합니다. 아이를 낳는 힘은 오직 하나,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만나서 사랑을 속삭일 때에 비로소 아이가 태어납니다.


  대통령이 아이를 낳아 주지 않습니다. 시장이나 군수나 국회의원이 아이를 낳아 주지 않습니다. 교사나 교수나 기자나 지식인이 아이를 낳아 주지 않습니다. 이 지구별을 아름답게 가꿀 아이들은, 여느 수수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랑으로 만나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속삭일 때에 태어납니다.






- “그렇게 현실 속의 난 집안이 정해 놓은 레일 위에서 살기로 결심했지만, 난, 좀더 속도감 있는 삶을 살고 싶어.” (175쪽)

- “매일 매일 정말 매일, 울면서 강해지고 싶다고 기도했지. 그래서 싸움 잘 하는 사람을 동경해.” (188∼189쪽)

- “싸움은 아무리 실력 차이가 나도 고통을 느낀다는 게 중요하거든. 누구나 얻어맞으면 아프고, 때린 사람도 훨씬 아프니까. 그 아픔을 서로 느끼는 거지. 그런 마음이 없으면 싸움은 아무 의미도 없어.” (214쪽)



  만화책 《유키×츠바사》에 나오는 아이들이 노래를 듣습니다. 사회가 지은 노래가 아닌, 아이들이 지은 노래를 듣고, 어른들이 만든 노래가 아닌 사랑으로 태어난 노래를 듣습니다. 아이들은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기쁘게 악기를 켜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웃으면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악기를 들고 다니면서 신나게 노래를 나누고 싶습니다.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노래가 아니라, 우리가 바로 오늘 이곳에서 불러서 함께 누리는 노래입니다.


  이제 ‘사회제도’는 멈출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정치와 경제와 교육 모두 그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삶을 바라보고 사랑을 키우는 꿈으로 나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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